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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후(Yahoo!)의 성공과 몰락 – 시대에 잡아먹힌 공룡

게사장(crabbyreview) 2021. 2. 1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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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에 인터넷을 많이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야후를 잘 알 것입니다. 당시에 야후는 다음, 네이버와 같은 국산 포털 사이트를 압도할 정도의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었죠.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구글, 네이버와 같은 경쟁사에게 급격하게 밀리기 시작하면서 몰락의 길을 걷게 되죠. 현재는 야후의 지분 대부분이 미국의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Verizon)에 매각돼서 아주 작은 자회사 형태로만 남아있습니다.

 

 

한때는 포털 업계의 최강자이던 야후가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초라하게 쪼그라들었을까요? 이번 정기 IT스토리 포스트에서는 야후가 어떻게 설립된 회사인지, 그리고 실패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조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목차 ]

 

1. 스탠퍼드 대학원에서의 시작

2. 급성장기와 닷컴 버블

3.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야후

4. 야후 최후의 CEO – 마리사 메이어

 


[ 1. 스탠퍼드 대학원에서의 시작 ]

 

인터넷이 대중에게 소개되기 시작한 1990년대에는 원하는 정보를 검색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특정 사이트의 주소를 직접 입력해서 들어가야 하는 구조였기 때문이죠.

 

 

1990년대 초반, 스탠퍼드 대학원에서 재학 중이던 제리 양(Jerry Yang)과 데이빗 필로(David Filo)는 재미있는 인터넷 사이트의 주소들을 정리해서 목록으로 만들어서 학교에서 공유했었다고 합니다.

 

이 인터넷 주소 목록은 “제리와 데이빗의 인터넷 가이드”라는 이름으로 유명해지게 되고, 1년 내에 100만 명이 넘는 방문자 수를 달성하게 됩니다. (당시 인터넷 인구를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 결국 포털 사이트의 잠재력을 확인하게 된 제리와 데이빗은 1994년 “야후”라는 이름으로 창업을 하게 됩니다.

 

 

조금 독특하기도 한 야후라는 이름은 대외적으로 “Yet Another Hierarchically Organized Oracle”(또 하나의 체계화된 목록)의 약자였다고 합니다. 내부적으로는 미국에서 Yahoo라는 단어가 순박한 시골뜨기라는 의미였다는 설도 있긴 하지만요.

 

 


[ 2. 급성장기와 닷컴 버블 ]

 

인터넷에 포털 사이트라는 개념이 거의 없던 시기였기 때문에 야후는 창업 이후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게 됩니다. 인터넷 사용자들은 모두 야후로 몰려들었고, 회사에 투자하겠다는 제안이 빗발치게 됩니다.

 

이후 라이코스, MSN, 익사이트와 같은 후발주자들이 포털 사이트 시장에 뛰어들게 되지만 당시 야후의 명성을 뛰어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야후는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이메일, 뉴스, 금융 정보, 지도와 같은 부가적인 서비스를 출시하게 되면서 단순 검색 엔진이 아닌 종합 포털 사이트로 거듭나게 됩니다.

 

사실 네이버에서 유명한 지식인 기능도 야후에서 운영했던 “Yahoo Answers”를 벤치마킹해서 만든 것이긴 합니다.

 

 

그리고 1990년대 후반 인터넷 기업들에 대한 묻지마 투자 바람이 불었던 미국의 닷컴 버블 시기와 맞물려서 야후는 주식 시작에서 최고의 블루칩 중 하나로 대우받게 됩니다.

 

닷컴 버블의 피크였던 1998~2001년 사이의 야후 주가 차트를 보면 엄청난 롤러코스터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네요. 2000년 중반 110달러 이상 하던 야후의 주가가 2년도 안 돼서 4달러까지 쪼그라들었다고 하니 무시무시하죠.

 

 

닷컴 버블이 끝나고 대부분의 부실 인터넷 기업들은 파산했지만, 야후는 주가 변동만 있었을 뿐 아직도 사업성 자체는 건전했기 때문에 이후에 금방 다시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야후가 국내에서 1위 포털 사이트로 자리매김했던 것도 2000년 전후이기도 하죠.

 

 


[ 3.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야후 ]

 

물론 국내 시장에서는 야후 코리아가 네이버에 밀려서 망한 것처럼 보이지만, 미국을 기준으로 보면 야후는 구글이 등장하면서 경쟁에 뒤처지기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야후는 과거에 구글을 손쉽게 흡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답니다.

 

 

위에 언급했다시피 야후의 기원은 “수작업”을 통해 구축된 인터넷 아카이브였습니다. 이 때문에 야후의 검색 엔진은 조금씩 개량은 있었을지언정 기본적으로 사람이 직접 목록화한 정보를 바탕으로 구동되는 시스템이었죠.

 

야후의 전성기인 1998년에 래리 페이지(Larry Page)와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이라는 무명 컴퓨터 공학자들이 이런 야후의 검색 엔진을 알고리즘 프로그램으로 완전 자동화해주겠다는 제안을 합니다. 이쯤 되면 무릎을 탁 치는 분들도 계실 건데, 이 둘은 이후 구글의 공동 창업자가 됩니다.

 

 

야후는 당시에 래리와 세르게이가 제시한 백만 달러의 계약금이 비싸다는 이유로 이 제안을 거절하게 됩니다. 지금 구글의 규모를 생각하면 야후는 역사상 최고의 딜을 놓쳐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네요.

 

구글이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2000년대 초-중반부터는 검색엔진 시장에서 야후의 점유율이 가파르게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이후 야후는 어떻게든 만회하기 위해 다소 과도한 사업영역 확대를 시도하게 됩니다. 이 과정 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단기간 안에 결실을 보지 못한 영역에 대한 포기와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 주기가 너무 짧았다는 것입니다.

 

2009년 이후 2012년 마리사 메이어가 CEO가 되기 전까지 야후의 CEO 자리가 무려 5번이나 바뀔 정도였으니 전반적인 사업 방향성이 잡힐 수가 없었죠.

 

Marissa Mayer (2012–2017)

Ross Levinsohn Interim (2012)

Scott Thompson (2012)

Tim Morse Interim (2011–2012)

Carol Bartz (2009–2011)

Jerry Yang (2007–2009)

Terry Semel (2001–2007)

Timothy Koogle (1995–2001)

 

그나마 야후가 유일하게 잘한 것은 2005년에 알리바바에게 시가총액 40%에 달하는 규모의 투자를 했다는 것이죠. 사실 2010년 이후에는 그나마 알리바바의 투자 지분으로 인해 증식된 자산이 없었다면 야후는 진작에 파산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니까요.

 

 

비슷한 시기에 야후가 페이스북을 인수하기 위해서 1000만 달러를 제시했는데 마크 저커버그가 거절했다고 하네요. 물론 최근에는 마크 저커버그의 능력에 대한 논란이 많지만, 22살에 1000만 달러 제안을 거절하는 것은 보통 포부로 되는 일이 아니었겠죠.

 


[ 4. 야후 최후의 CEO – 마리사 메이어 ]

 

야후도 과도한 CEO 교체로 인한 문제를 느꼈는지, 2012년에 구글에서 마리사 메이어라는 인물을 CEO로 스카우트해오게 됩니다. 마리사 메이어는 한때 구글의 주요 행사에서 얼굴을 비칠 정도로 대중에게도 인지도 있는 인물이었는데, 구글에서 성장의 한계를 느껴서 야후의 제안을 승낙하게 됐다고 합니다.

 

 

당시 야후는 마리사 메이어를 영입하자마자 바로 전권을 부여하고 이사회에 편입시키는 파격 대우를 할 정도로 그녀를 절대적인 구원투수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죠.

 

물론 이 영입 이벤트는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을 정도였기 때문에 마리사 메이어 시절의 야후 주가는 다시 오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는 화려한 영입으로 인한 기대 심리로 인한 주가 상승일 뿐, 야후는 계속해서 적자행진을 이어가게 됩니다. 심지어 이 시기에 마리사 메이어는 무분별한 벤처기업 인수로 인해 야후의 재정상황 악화를 부추기게 됩니다.

 

 

물론 활로 모색을 위해 벤처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연속적인 벤처기업 인수에 뚜렷한 목적성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지 않을까 싶네요.

 

추상적으로 “이것도 하면 좋겠다” 정도의 생각은 있었겠지만 어떻게 수익으로 구체화시킬지에 대한 근본적인 계획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내부적으로는 자금난으로 인한 대규모 인력 감축, 남성차별적인 사내 정책에 대한 문제들로 구설수에 오르게 되면서 내외부적인 경영 능력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마리사 메이어는 야후가 이렇게 재정적으로 휘청거리는 시기에도 알리바바의 지분 매각결정을 번복하는 이해하기 힘든 행보를 보여줍니다. 본인의 주식 가치 보존을 위해서라는 말도 있고, 단순한 결단력 부족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이유가 뭐가 됐건 CEO로서는 낙제점이죠.

 

물론 CEO 혼자서 모든 것을 짊어지고 몰락해가는 대기업을 다시 살려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모바일 사업의 실패로 휘청거리던 마이크로소프트를 기적같이 살려놓은 사티야 나델라 CEO와 비교되는 것은 어쩔 수 없군요.

 

현재 야후의 지분 대다수는 버라이즌(Verizon)에 매각됐고, 남은 일부는 회사명을 알타바(Altaba)로 바꿔서 금융회사로 운영하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포털 사이트의 제왕 치고는 너무나 초라한 최후네요.

 

 

아직도 야후 사이트는 남아있습니다. 직접 들어가 보니 뉴스, 금융 정보 사이트처럼 운영되고 있더군요. 미국 뉴스라 내용 자체는 제가 평가하기는 힘들지만, 일단 사이트 최적화가 너무 좋지 않아서 페이지 로딩이 느리다는 단점부터가 확 체감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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