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대성과 성능의 타협 ]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컴퓨터 기술이 발달해서 1kg 내외의 고성능 울트라북을 사용하다 보면 “이걸로 게임이나 3D 작업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하지만 아직은 별도의 그래픽카드(GPU)가 장착된 노트북은 내부 공간과 발열 문제로 무겁고 클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울트라북에 별도의 탈부착 가능한 GPU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이루어지게 됐는데, 한동안 실용적인 해결책이 없는 상태로 지지부진하다가 썬더볼트3의 등장으로 인해 최근에는 (비록 비싸지만) 어느 정도 실사용이 가능할 정도의 제품도 등장한 상태다.
그래픽 처리 작업은 많은 대역폭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존 데스크탑에는 GPU를 대역폭이 넓은 PCIe 슬롯에 장착하게 된다.
하지만 노트북은 공간이 제한되기 때문에 대부분 이런 PCIe 슬롯이 없다. 예외로 델의 에일리언웨어 노트북에는 전용 PCIe 포트가 있지만 매우 드문 경우이고, 일반 노트북의 경우는 사용자가 노트북을 열어서 메인보드에 PCIe 케이블을 연결해서 외부로 빠져나올 수 있게 본체에 구멍을 뚫는 등의 고난도 작업을 했어야만 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썬더볼트3 포트의 등장으로 GPU의 대역폭을 외부 연결로도 감당할 수 있게 됐다.
일반 GPU의 PCIe 슬롯은 8Gbps 대역폭의 레인 16개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약 128Gbps 정도의 대역폭이다. 썬더볼트3는 10Gbps 대역폭의 레인 4개로 구성되어 있어서 최대 40Gbps까지 감당이 가능하다.
물론 USB 케이블 연결인 점을 생각하면 40Gbps는 놀라운 속도이긴 하지만 일반 PCIe 슬롯의 128Gbps와는 차이가 많이 난다. 하지만 GPU가 그래픽 작업을 할 때 PCIe의 모든 대역폭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40Gbps의 대역폭도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발상에서 시작하게 된 것이 바로 썬더볼트3 eGPU다.
실제로 벤치마크해보면 제한된 대역폭 때문에 썬더볼트3 eGPU는 장착된 그래픽카드의 성능을 100% 발휘하지는 못한다. 16차선 고속도로의 통행량을 4차선 도로에서 소화해내려고 하는 상황이니 순간적으로 처리하는 작업량이 많아질 경우 교통체증이 발생하는 상황을 연상하면 된다.
[ 썬더볼트3의 대역폭 ]
썬더볼트3 인터페이스의 eGPU를 제일 먼저 개발한 회사는 미국의 Razer 사다. 얇고 강력한 게이밍 노트북인 Razer Blade 시리즈로 유명하다. 아쉽게도 국내 유통은 안 하고 있지만…
(19.03.30 추가 : 최근에는 일부 제품이 정식 유통되고 있습니다.)
사실 eGPU 세팅이라 해서 대단한 것은 아니고 파워서플라이+GPU 장착용 PCIe슬롯+썬더볼트3 포트로 구성된 물건이다. eGPU 박스 안에 원하는 성능의 GPU를 장착하고 전원을 연결한 후, 노트북의 썬더볼트3 포트에 연결해주면 끝이다.
연결된 썬더볼트3 케이블로 노트북을 충전하는 기능이 있는 경우도 있고, eGPU 박스에 USB 포트를 여러 개 만들어둬서 USB 허브로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주의해야 되는 점은 가뜩이나 GPU의 연산만으로도 40Gbps의 대역폭이 포화될 수 있는데, 여기에 USB 포트에 연결된 기기들의 대역폭까지 더해지게 되면 eGPU의 성능이 더욱 떨어질 수도 있으니 가급적이면 사용하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한가지 더 주의할 점은, eGPU를 연결한 후 노트북의 화면으로 게임을 하면 성능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eGPU에서 처리된 영상 정보가 노트북으로 돌아가려면 동일한 썬더볼트3 케이블을 타고 가야 하기 때문에 추가로 대역폭을 잡아먹게 되는 것이다.
이는 HDMI 케이블로 외부 모니터에 연결하면 처리된 영상 정보가 HDMI 케이블을 통해 전송되기 때문에 썬더볼트3 케이블의 대역폭을 잡아먹지 않게 된다.
외부 HDMI를 사용하면 위의 그림에 표시된 빨간색 루트가 사라지기 때문에 썬더볼트3의 대역폭을 오로지 eGPU에 데이터를 전송하는데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직접 메인보드에 연결되는 PCIe와 달리 썬더볼트는 USB-C 케이블을 타고 전송되는 데이터이기 때문에 케이블이 길어질수록 데이터 소실이 생기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용하는 썬더볼트3 케이블의 길이와 품질도 eGPU에 성능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 제품군과 가격대 ]
1년 정도 전만 해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eGPU에 관한 정보를 찾기 쉽지 않았다. 구매 가능한 제품군도 매우 제한적이었는데, 최근에는 선택지가 많이 늘어난 것 같다.
대부분의 eGPU 키트는 별도의 GPU를 구매해서 장착해야 하기 때문에 총 비용이 eGPU 구매 가격 + 원하는 GPU의 가격이라 사실 엄청 비싼 장치이긴 하다.
그나마 기가바이트의 Aorus 게이밍 박스 시리즈는 GPU도 포함된 상태로 판매하기 때문에 그나마 저렴한 축에 속한다. (협찬 아니다. 협찬받아보고 싶다…)
가볍고 이쁜 울트라북으로 휴대성과 고성능까지 잡고자 하는, 어찌 보면 굉장히 하찮은 염원이 담긴 (그냥 데스크탑과 노트북을 따로 쓰라고) 썬더볼트3 eGPU 기술이 앞으로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역폭과 가격 문제의 해결이 가장 절실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정보 > 용어 정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떤 노트북 디스플레이가 좋은가? : 색상 재현력 (0) | 2021.02.11 |
---|---|
인텔 옵테인 메모리&SSD – 저장 장치의 미래일까? (0) | 2021.02.11 |
USB의 세대와 규격 구분 : USB-C와 썬더볼트3 이해하기 (0) | 2021.02.11 |
RTX 그래픽카드 용어 – 2부 : DLSS (Deep Learning SuperSampling) (2) | 2021.02.11 |
RTX 그래픽카드 용어 – 1부 : 레이 트레이싱 (Ray Tracing) (0) | 2021.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