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6일 미국 시애틀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연중행사 중 하나인 빌드 2019 키노트 행사가 진행됐습니다.
빌드 키노트는 주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일반인에게는 지루한 내용이 많은 편인데, 올해에는 나름 재미있는 내용이 많았던 것 같네요.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CEO인 사티야 나델라가 반복해서 강조했던 “오픈소스”와 “통합 플랫폼” 컨셉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나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마이크로소프트가 과도한 윈도우 10 업데이트, 엣지 브라우저의 크로미움 플랫폼 선택과 같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정책을 펼치는 이유에 대한 답변이 조금이나마 되지 않을까 싶네요.
[ 목차 ]
1. 오픈소스 정책
2. 아주어(Azure)
3. 엣지 크로미움
4. 마이크로소프트 팀
5. 기타 발표내용
6. 개인적인 생각
[ 1. 오픈소스 정책 ]
항상 CEO가 직접 진행하는 행사의 전통대로 올해 빌드 키노트 역시 사티야 나델라가 대부분의 진행을 맡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사티야 나델라의 발표들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차분하게 본인의 철학을 잘 전달해준다는 점에서 색다른 재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단순히 윈도우라는 OS를 제공하는 업체를 뛰어넘어서 세상에 도움이 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오픈소스”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과거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서 판매하는 경영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윈도우를 판매해야 하는 제품이 아니라 다양한 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는 하나의 “생태계”로 진화시키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죠.
소프트웨어에 주력한 빌 게이츠, 하드웨어에 주려한 스티브 발머, 그리고 플랫폼의 개발에 주력하는 사티야 나델라… 각 CEO의 색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것 같군요.
[ 2. 아주어 (Azure) ]
개인 소비자에게는 생소하겠지만, 아주어(Azure) 서비스는 이미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주력 캐시카우 사업입니다. 아주어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기반으로 기업의 데이터 보관, 처리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한 서비스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이 아주어를 획일화된 서비스가 아니라 각 기업의 요구에 맞게 변형해서 사용할 수 있는 자유도를 부여하고 싶다는 것이 이번 발표의 핵심이었습니다.
발표 중에 다양한 아주어의 적용 방법에 대해 다뤘지만,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스타벅스의 아주어 적용 사례에 대해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최근에는 한국에도 소비자가 점원을 통하지 않고 원하는 제품을 주문할 수 있는 무인 계산대가 많아졌죠. 아주어 서비스가 적용된 스타벅스의 무인 계산대는 아주어의 빅 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해서 매장의 지역, 날씨, 시간대, 재료 재고와 같은 정보를 기반으로 소비자에게 알맞는 메뉴를 추천해준다고 합니다.
물론 이런 맞춤형 메뉴 추천이 매출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 외에도 소비자의 패턴 분석이라는 값진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해주기 때문에 매장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매장 내에서 사용하는 커피 기계들도 모두 사물 인터넷에 연결되어서 신메뉴 제조법을 쉽게 배포하거나 기계들의 노후화 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매장에서 판매하는 원두도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바코드를 스캔하면 바로 원두의 원산지 및 생산 일자 정보를 조회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고 합니다. 물론 사물 인터넷이나 원산지 조회 시스템이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모든 과정을 간소화하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제공했다는 점은 칭찬해주고 싶네요.
이처럼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주어 플랫폼이 단순 사무용 협업 툴을 넘어서 빅 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어떤 환경에도 알맞게 변형이 가능한 오픈소스 형태로 거듭나길 원하는 것 같습니다.
[ 3. 엣지 크로미움 ]
2015년 윈도우 10의 출시와 함께 발표했던 엣지 인터넷 브라우저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야심작이었습니다. 하지만 초반에는 최적화 문제로 조금 삐걱거리더니, 이후에는 거의 개발을 포기한 듯한 모습을 보여줘서 적잖게 실망했었죠.
최근에는 이 엣지 브라우저가 바로 구글의 크로미움 아키텍처를기반으로 새로 제작될 것이라고 이미 이전에 발표된 적이 있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내부 기반은 구글의 크롬에 외형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킨을 씌운 것이라고 생각하면 되겠군요.
굳이 마이크로소프트가 경쟁사인 구글의 크로미움 아키텍처를 이용하는 것이 매우 이례적인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로써 엣지 브라우저는 기존의다양한 크롬 플러그인을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고, 모바일 환경에서 겪던 호환성 문제도 대부분 해결될 것으로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엣지 브라우저의 다양한 신규 기능에 대한 소개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그 중에 2가지가 인상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첫번째는 브라우저와 MS 오피스 프로그램과의 연계 기능입니다. 브라우저로 정보를 검색할 때 필요로 하는 자료들을 미리 스크랩해두면 나중에 워드나 엑셀에 상황에 알맞는 서식으로 문서를 만들어줄 수 있더군요.
예를 들어, 카메라를 구매하려고 할 때 다양한 쇼핑 사이트의 링크를 저장했다가 자동으로 엑셀로 변환하면 인공지능이 알아서 각 정보를 한 눈에 보기 좋은 테이블로 만들어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기존에 엣지나 크롬 브라우저를 사용할 때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호환이 맞춰진 구형 사이트가 제대로 출력되지 않는 문제가 간헐적으로 있었습니다. 그럴 때에는 수동으로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실행했어야 하는데, 이제는 엣지 내에서 모든 사이트 호환을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직 구식 홈페이지를 이용하는 관공서에서는 반길만한 기능이겠군요.
그 외에도 브라우저의 보안, 검색 기능 강화에 대한 내용도 있었지만 크게 인상적이진 않았습니다.
[ 4. 마이크로소프트 팀 ]
마이크로소프트 팀 서비스는 기업 환경에서 협업 과정을 개선하기 위해 개발된 플랫폼입니다. 이번 발표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팀 서비스의 개선된 화상회의 기능에 대해 중점적으로 소개됐습니다.
카메라가 화이트보드를 자동으로 인색해서 발표자의 몸이 보드를 가리더라도 적힌 내용이 반투명하게 보이는 기능과 현재 발표 중인 내용에 자동으로 포커싱을 맞춰주는 기능들은 비록 소소하지만 회의 성과를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네요.
홀로렌즈를 이용한 가상 회의 기능도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과거에 엉성하던 VR과는 달리 이제는 제법 직관적인 가상 인터페이스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시선 뿐만 아니라 손의 움직임도 섬세하게 인식해서 위화감 없이 가상의 사물과 상호작용하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VR 기기가 없어도 일반 스마트폰의 AR 기능으로 가상 회의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보편적인 활용이 가능해질 것 같군요.
[ 5. 기타 발표내용 ]
위에 언급한 내용 외에도 이번 발표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아주어의 음성 인식 및 실시간 번역 기능, 개선된 코타나 인공지능 비서, 그리고 공유 문서 편집 기능에 대한 소개도 있었지만 모두 세부적으로 다루기에는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네요.
특히 코타나는 단순히 주어진 문장 뿐만 아니라 이전 대화 내용을 통한 문맥 유추 기능도 강화됐다고 해서 많은 기대가 되지만, 여전히 코타나와 음성인식 기능은 한국어 지원이 되지 않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그림의 떡일 뿐이겠군요.
코타나 한글화를 약속한지가 벌써 4년이 지났는데 아무런 소식이 없어서 개인적으로 많이 아쉽습니다.
마지막으로, 마이크로소프는 현재 PC / 모바일 / 콘솔로 나눠져 있는 게임 사용자층을 향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습니다. 어떤 플랫폼을 사용하더라도 원하는 게임을 실행하고 다른 플랫폼의 사용자와 소통이 가능한 구조로 만들겠다는 소리인데, 이 부분은 게임 개발사의 공조가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로 현실화 되기에는 쉽지 않을 것 같네요.
[ 6. 개인적인 생각 ]
키노트 발표를 볼 때에는 인상적이었는데, 막상 요약해보니 엄청난 내용은 없었네요. 혁신적인 아이디어 보다는 기존의 기술을 다듬어나가는 과정을 소개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겉보기에는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사티야 나델라의 “사용자를 우선시하는 개발”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의미있는 발표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윈도우 10 업데이트 이슈, 다양한 프로그램과 인터페이스의 호환 문제가 여전히 산재해 있지만, 전 그래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추구하는 오픈소스, 통합 플랫폼의 장기적인 비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최근에 안전 지향적인 정책 때문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구글이나 애플과는 달리 마이크로소프트는 뚜렷한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개인적인 팬심도 조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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