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산소호흡기에 연명하고 있는 것 같던 AMD가 2017년에 라이젠 프로세서를 발표하면서 화려하게 CPU 시장에 복귀했었죠. 나름 얼리 아답터 사이에서는 제법 호평을 받았지만 여전히 인텔 CPU가 싱글코어 및 게이밍 성능은 우위라는 평가를 유지하고 있었죠.
하지만 인텔의 차세대 10nm 프로세서 출시가 계속 지연되는 사이 AMD가 먼저 7nm 공정의 라이젠3 프로세서를 발표해버렸습니다.
AMD의 역사를 새로 써내려가고 있는 리사 수의 이번 AMD 키노트, 한번 같이 알아보도록 할까요?
[ 목차 ]
1. 2세대 에픽 프로세서
2. 나비(Navi) 그래픽
3. 라이젠 기반 신제품
4. 라이젠3 프로세서
5. 개인적인 의견
[ 1. 2세대 에픽 프로세서 ]
기상 예측, 과학 실험 시뮬레이션,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이 컴퓨터에 부하가 많이 가는 작업은 일반 소비자용 CPU로는 처리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인텔의 제온(Xeon) 프로세서죠.
하지만 AMD가 라이젠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인텔의 제온 프로세서에 경쟁하기 위해 만든 것이 바로 이 에픽 프로세서입니다.
기존 제온 프로세서는 전문가 작업 용도라는 명목 하에 말도 안되는 가격대를 호령했지만, 에픽 프로세서의 등장으로 인해 시장의 흐름이 많이 바뀌고 있는 상태입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바이두, 텐센트와 같은 대기업들이 클라우드 컴퓨팅 서버를 에픽 프로세서 기반으로 구성할 정도로 시장 점유율이 나날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발표한 2세대 에픽 프로세서는 기존 10nm 공정에서 7nm로 개량돼서 비슷한 스펙의 인텔 제온 프로세서에 비해 2배 이상 빠른 연산 속도를 보여준다고 하네요.
실제로 발표 현장에서 10,000달러의 몸값을 자랑하는 인텔의 제온 플래티넘 8280 프로세서와의 벤치마크를 실시간으로 시연하기도 했습니다. 1세대 에픽 프로세서의 가격이 4500달러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역시 AMD의 프로세서가 제온 시리즈를 가격적으로 압도하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코드명 “로마(Rome)”으로 명명된 AMD의 2세대 에픽 프로세서는 7월부터 시판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인텔에서 긴장하고 대응하지 않으면 향후 서버 및 슈퍼컴퓨터 CPU는 에픽으로 많이 넘어갈 가능성도 있을 것 같네요.
[ 2. 나비(Navi) 그래픽 ]
AMD가 CPU 시장에서 부활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R&D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서 과감하게 라이젠 프로세서의 아키텍처를 처음부터 끝까지 새로 설계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AMD의 차세대 나비(Navi) GPU 역시 완전히 새로운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엔비디아에 비해 성능이 부족하다는 이미지를 씻어내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였습니다.
새로운 아키텍처는 기존 라데온을 승계한다는 의미에서 “RDNA”라는 코드네임을 부여받았네요. AMD는 이번 RDNA 아키텍처에서 7nm 미세공정을 통해 클럭당 효율과 전력 효율을 대폭 개선했다고 합니다.
Strange Brigade라는 게임으로 실시간 벤치마킹을 진행했는데, RDNA 아키텍처의 RX5700 그래픽이 엔비디아의 RTX 2070보다 성능이 10% 앞서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물론 나비 그래픽 시리즈의 가격이 공개되어야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겠지만, 비슷한 등급에서 엔비디아의 성능을 상회한다면 이제 AMD는 CPU 시장을 넘어서 GPU 시장까지도 장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나비 그래픽에 대한 세부적인 소식은 6월에 있을 E3 행사를 통해서 추가로 공개하겠다고 하니 조금 더 기다려봐야겠습니다.
[ 3. 라이젠 기반 신제품 ]
최근에 2세대 라이젠 모바일 CPU가 발표되면서 부쩍 AMD 기반 노트북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최근에 리뷰한 TUF 게이밍 FX505DU와 레노버 S540과 같은 모델들도 상당히 퍼포먼스가 좋게 느껴졌네요.
시장의 평가가 긍정적이어서 그런지, AMD도 라이젠 모바일 CPU가 장착된 제품군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이미 출시된 에이수스의 TUF 게이밍 라이젠 모델 외에도 에이서의 니트로5도 라이젠 3750H 모델에 대한 발표가 있었으며, 헬리오스와 니트로 시리즈도 라이젠 CPU가 장착된 데스크탑 PC 완제품도 출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도 긴밀한 협업을 진행 중이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단순히 윈도우와의 호환성 협업을 넘어서 라이젠 서피스와 같은 새로운 하드웨어도 출시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 4. 라이젠3 프로세서 ]
이번 발표의 하이라이트였죠. 모두가 기대하고 있던 7nm 공정 기반의 라이젠3 데스크탑 프로세서입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최상위 라인업만 먼저 공개한 것으로 봐서 보급형 모델은 추후 별도로 발표할 것 같네요.
7nm로 공정을 미세화한 덕분인지, 이번 라이젠3는 성능 향상 폭이 어마어마합니다. 무엇보다 클럭당 효율이 무려 15%나 늘어나서 이제는 인텔에 비해 클럭 효율이 떨어진다는 소리도 하기 힘들 것 같네요.
성능이 대폭 향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설계전력도 대폭 낮아졌습니다. 기존에 105W이던 라이젠 2700X에 비해 라이젠 3700X는 설계전력이 65W라고 하네요. 이정도 수준이면 올인원 PC, 조금 무리하면 중형 게이밍 노트북에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설계전력이라 더더욱 기대됩니다.
라이젠 3700X와 인텔 i7-9700K와 실시간 벤치마크도 진행했는데, 멀티코어 연산은 28%의 격차로 압도해버리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싱글코어 연산 역시 이제 인텔 CPU와 비교해도 비슷한 수준까지 끌어올렸다고 하네요.
그리고 라이젠 시리즈의 약점 중 하나로 지적되던 게이밍 성능 역시 대폭 개선됐다고 합니다. 차세대 PCIe 4.0 규격의 통신과 압도적인 CPU 캐시 용량을 바탕으로 램의 지연속도를 최소화시키는 원리라고 하는군요.
특히 PCIe 4.0 규격은 기존의 인텔 CPU와 비교하면 PCIe 속도 벤치마크상 무려 69%나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물론 인텔도 차세대 CPU에는 PCIe 4.0 규격을 적용하겠지만요.
마지막으로 3세대 라이젠에는 기존에 없던 최상위 3900X 모델이 공개됐는데, 일반 소비자용 CPU 중에서는 유래가 없던 12코어 구성을 자랑합니다. 일반적으로 제온이나 스레드리퍼와 같은 전문가 등급의 CPU에나 볼 수 있는 스펙이었기 때문에 매우 반가운 소식이군요.
이번에도 실시간 벤치마크 시연을 진행했는데, 인텔의 최상위 소비자용 CPU 인 i9-9920X를 모든 방면에서 가볍게 압도하는 위용을 자랑했습니다. 싱글코어, 멀티코어, 전력효율 모든 면에서 훨씬 우수한 성능을 보여주는군요.
라이젠 출시 이후에도 그나마 인텔 CPU가 우위에 있던 부분들이 싱글코어와 게임 성능, 전력효율이었는데 이번 3세대 라이젠은 이 모든 단점들을 개선한 것으로 보입니다.
인텔도 빠른 시일내로 10nm 프로세서를 내놓지 못하면 점유율을 빠르게 잠식당할 것 같군요. 인텔은 14nm 공정에 안주하면서 단순 코어 증설, 클럭 향상만 하고 있는 동안 AMD는 기존에도 호평 받았던 1세대 라이젠을 무서운 속도로 개량 중이니…
3세대 라이젠 CPU는 7월 7일 출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가격도 성능에 비해 매우 매력적으로 보이네요. 이렇게 쭉 나열해서 보면 머리에 잘 안들어오니 3세대 라이젠의 순수 스펙만 별도로 정리해드리겠습니다.
[ 5. 개인적인 의견 ]
무서울 정도로 체계적인 개발 패턴이 인상적인 발표였습니다. 아키텍처나 공정에 대한 개선 없이 클럭 놀이만 하고 있는 인텔에 비해 AMD는 스스로의 단점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인식하고 개선하고 있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에이서의 관계자가 발표 중에 “AMD의 최대 강점은 CPU와 GPU 기술력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라는 소리를 했는데, 저도 전적으로 동감하는 부분입니다.
라이젠3와 나비 그래픽이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좋게 인식되면서 보급되기 시작하면 시장 점유율은 겉잡을 수 없는 속도로 바뀌기 시작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 모든 변화가 한 명의 선구자적인 CEO 덕분이라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면서, 최고 경영자의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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