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데스크톱이나 노트북과 같은 “컴퓨터”에 사용되는 CPU는 x86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합니다. 물론 최근에는 ARM 아키텍처를 사용한 윈도우 기반 하드웨어도 조금씩 출시되고 있지만, 여전히 절대다수의 컴퓨터에는 x86 아키텍처 CPU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아키텍처 [architecture]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컴퓨터 시스템 전체의 설계 방식으로 컴퓨터 아키텍처라고도 한다.
– 네이버 어학사전 –
이 x86 아키텍처를 개발한 회사는 그 유명한 인텔(Intel)입니다. x86 아키텍처가 1978년에 최초로 개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4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죠.
당연히 x86 CPU에 생산에 대한 특허는 인텔이 보유하고 있으며, 해당 라이선스를 획득한 몇몇 회사들만 x86 CPU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현재 인텔을 제외하고 활발하게 x86 CPU를 생산하는 회사는 AMD밖에 없습니다.
이번 주 IT 스토리에서는 인텔의 역사와 주요 제품의 개발 과정에 대해서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AMD에 대해서도 포스팅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 목차 ]
1. 실리콘 밸리의 탄생
2. 초창기 인텔과 8086 프로세서
3. 펜티엄의 시대
4. 인텔의 독주와 정체기
[ 1. 실리콘 밸리의 탄생 ]
1947년, 미국의 벨 연구소에서 월터 브래튼, 윌리엄 쇼클리, 존 바딘이라는 세 명의 물리학자들이 반도체 트랜지스터를 발명합니다. 이 중 윌리엄 쇼클리(William Shockley)는 반도체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1956년에 캘리포니아의 한 골짜기에서 “쇼클리 반도체”라는 회사명으로 창업하게 됩니다.
이 쇼클리 반도체를 시작으로 향후 캘리포니아의 골짜기에 반도체 기반 기업들이 들어서게 되고, 이곳은 추후 “실리콘 밸리”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게 됩니다.
쇼클리 반도체에서 일하던 직원 중 로버트 노이스라는 사람은 훗날 집적 회로(Integrated Circuit)을 만들어내게 되고, 이 기술을 바탕으로 창업을 하게 됩니다. 그는 친구인 고든 무어(Gordon Moore)와 손을 잡고 1968년에 인텔(Intel)을 만들게 됐죠.
네, 그리고 이 고든 무어가 “무어의 법칙”을 만들어낸 사람 맞습니다.
무어의 법칙 [ Moore’s Law ]
인터넷 경제의 3원칙 가운데 하나로, 마이크로칩의 밀도가 24개월마다 2배로 늘어난다는 법칙.
– 네이버 지식백과 –
[ 2. 초창기 인텔과 8086 프로세서 ]
CPU 제조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현재와는 달리, 초창기 인텔의 목표는 자기를 기반으로 한 기억장치를 반도체 기술로 대체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인텔이 처음에 몰두하게 된 사업이 바로 DRAM, 즉 메모리 분야입니다.
자기 저장 장치에 비해 효율이 좋았던 반도체 메모리는 금방 시장을 장악하게 됐습니다. 그 후 인텔은 새 사업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서 수많은 트랜지스터를 하나의 칩에 들어가도록 설계하는 중앙 처리장치(CPU)를 개발하게 됩니다.
이런 초기 CPU들은 주로 계산기, 신호등과 같은 단순한 장치에 주로 쓰였지만, 인텔의 CPU들이 다양한 장치에 쓰이게 되자 오히려 하드웨어 제조사들이 인텔의 CPU와 호환을 맞추기 위해 디자인을 최적화하는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기계에 맞는 반도체를 생산해야 됐던 기존의 반도체 회사들과는 완전히 차별화되는 독자적인 지위를 누리게 된 거죠. 특히 인텔의 8086 프로세서는 IBM이 개인 컴퓨터(PC) 시장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려서 엄청난 속도로 퍼지기 시작합니다.
이미 널리 보급되버린 8086 프로세서는 하위 호환을 위해 향후 동일한 아키텍처로 개량을 거듭하게 됩니다. 모델명의 뒷부분인 “86”을 따서 286, 386, 486으로 세대를 구분하게 됐고, 이 아키텍처를 x86이라고 부르게 됩니다.
2018년에는 8086 프로세서의 출시 40주년 기념으로 i7-8086K라는 한정판 CPU가 출시되기도 했었습니다.
[ 3. 펜티엄의 시대 ]
486 프로세서 이후로는 CPU의 네이밍이 펜티엄으로 바뀌게 됩니다. 저도 어릴 때 펜티엄이라는 이름이 입에 붙지 않아서 집에 있는 컴퓨터를 “586 컴퓨터”라고 불렀던 기억이 나네요.
펜티엄 시리즈부터는 인텔이 정형화된 칩 소켓의 모양과 호환 메인보드의 규격을 정립하기 시작합니다. 덕분에 컴퓨터 부품의 수리 용이성과 호환이 대폭 향상됐죠.
초창기 펜티엄은 독보적인 성능과 호환성을 바탕으로 x86 프로세서를 모방하던 다른 칩셋 제조사들을 압도해버리게 됩니다. 그 후 90년대 동안은 CPU 시장에서 인텔은 거의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게 됩니다.
승승장구하던 인텔은 90년대 말~2000년대 초반부터 AMD의 애슬론을 필두로 한 거센 경쟁에 부딪히게 됩니다. 기존 펜티엄 시리즈에 비해 다중 코어, x86의 64비트 아키텍처로 무장한 애슬론의 CPU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던 2000년대 초~중반은 AMD가 기술적으로 인텔보다 우위에 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AMD의 행보와 왜 인텔이 결국 이 경쟁에서 이기게 됐는지, 그리고 왜 AMD가 x86 CPU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얘기도 나름 흥미로운 내용이기 때문에 별도의 포스트로 작성하도록 하죠.
이에 위협을 느낀 인텔도 듀얼 코어 시리즈인 “콘로” 시리즈를 출시하게 되고, 이 콘로 시리즈는 현재까지 쓰이고 있는 “Core-i” 시리즈의 초석이 됩니다.
결국 Core-i 시리즈가 인텔의 주력 CPU가 되면서 기존에 최상위 라인업이던 펜티엄 시리즈는 현재 셀러론과 코어 시리즈 사이에 자리 잡은 중급 모델로 전락하게 돼버렸습니다.
[ 4. 인텔의 독주와 정체기 ]
인텔과 AMD의 경쟁은 결국 2000년대 후반에 인텔의 승리로 막을 내리게 됩니다. 이후 AMD는 2017년에 라이젠 CPU를 출시하기 전까지는 새로운 CPU 출시 없이 쥐 죽은 듯이 지내게 되고, 자연스럽게 CPU 시장은 인텔이 독점하게 됩니다.
덕분에 소비자는 대부분 인텔의 코어 시리즈 중에서 사양에 맞게 선택하게 됩니다. 이에 인텔은 코어 시리즈를 주기적으로 개량하는 패턴으로 개발을 하게 되는데, 경쟁이 사라진 시장에서 인텔의 성능 발전 속도는 얄미울 정도로 치밀했습니다.
주력 상품인 코어 시리즈는 세대마다 소폭의 성능 향상과 공정 개선이 있었을 뿐, 별다른 혁신적인 발전이 없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작업용 CPU라는 명목하에 다중 코어 CPU를 말도 안 되는 가격에 판매하는 등,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한 상술을 많이 펼치게 됩니다.
그리고 2016년에 출시된 14nm 공정의 브로드웰 CPU 이후로는 현재까지도 10nm 공정 CPU를 원활하게 생산해내지 못해서 인텔의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죠.
특히 2017년에 공개된 AMD의 라이젠 CPU가 가격에 비해 성능이나 코어의 개수에서 압도적이어서 인텔도 적잖게 당황하고 있는 모습을 연속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황급하게 4코어 카비레이크-R 프로세서를 만들고 8세대 커피레이크부터는 기존의 Core-i 시리즈 CPU들도 코어 개수를 늘리기 시작했죠. (역시 경쟁은 소비지한테 좋은 것)
하지만 인텔이 한동안 개발에 나태했던 것인지, AMD는 순조롭게 10nm에 이어 7nm 공정도 준비하고 있는 와중에 인텔은 10nm CPU마저 생산하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잘못하면 시장의 판도가 몇 년 사이에 완전히 바뀔 수 있다는 생각도 조금씩은 들고 있습니다.
물론 인텔도 무조건 놀고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한동안 옵테인(Optane) 메모리와 SSD의 개발에 몰두하더니, 최근에는 2020년 출시를 목표로 독자적인 GPU도 개발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요즘들어 점점 주목을 받고 있는 썬더볼트3 인터페이스 역시 인텔에서 개발해서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 기술이기도 합니다. 과연 인텔이 이런 CPU 외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AMD의 거센 공격을 이겨낼 수 있을지 2019년 CPU 시장의 경쟁이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질문이나 피드백, 오류 지적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포스팅 내용이 도움이 되셨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공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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