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서의 니트로5는 가성비 게이밍 노트북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이미 i7-9750H와 GTX1660Ti 모델을 리뷰한 적이 있었죠. 의뢰 리뷰였기 때문에 제가 스펙을 정할 수 없었지만, 리뷰 제품 사양이 의외로 높다는 것이 당시에는 약간 의문이었습니다.
물론 리뷰 당시에도 그냥 하드웨어와 가격 대비 그냥 적당한 성능이 나와줬지만, 스펙이 높은 모델은 점점 가격이 비싸져서 니트로5 특유의 가성비를 강조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작년 모델 대비 디자인, 내구성, 디스플레이 측면에서 많이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리뷰한 스펙의 모델은 가격 때문에 적극 추천하기가 조금 조심스러웠죠.
그래서 니트로5의 컨셉과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스펙 대비 가격적으로도 적극 추천할만한 i5-9300H+GTX1650 모델을 직접 구매해서 다시 테스트해보게 됐네요. (특가 세일에 혹해서…)
이 기회에 왜 니트로5는 저사양 i5-9300H 모델이 더 매력적인지에 대해 한번 간단히 짚어보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 목차 ]
1. 디스플레이
2. 발열 구조
3. 성능 밸런스
4. 경쟁 제품과 비교
5. 총평
1. 디스플레이
먼저 전반적인 노트북 시세에 대해서 파악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휴대성이 강조된 저전력 U-프로세서 노트북은 보통 40~60만원 정도를 저가형, 혹은 엔트리급이라고 하죠.
하지만 보다 고성능 H-프로세서가 장착된 게이밍, 혹은 작업용 노트북은 엔트리급 모델이 70~90만원 정도부터 시작하게 됩니다.
모든 제품군이 그렇듯, 노트북도 엔트리급 기종에서는 원가절감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원가절감 과정에서 가장 먼저 희생되는 부품 중 하나가 바로 디스플레이죠.
사실상 디스플레이는 노트북을 사용하면서 항상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사용자의 만족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데스크탑은 저사양 본체+고급 디스플레이 조합이 가능하지만 저사양 노트북은 어쩔 수 없이 저품질 디스플레이를 감수해야 한다는 불합리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니트로5의 스펙시트를 볼 때 기본 60Hz 패널이 72% NTSC에 최대밝기 300nits가 지원된다는 것을 보고서는 믿기지가 않았죠. 70만원 남짓한 엔트리급 게이밍 노트북에는 당연히 45% NTSC, 250nits 수준을 기대하는 편이니까요.
심지어 주사율이 높은 디스플레이 옵션도 저가형 120Hz가 아니라 144Hz라는 사실도 놀라웠습니다. 물론 120Hz와 144Hz의 주사율 차이는 체감하기 힘들지만, 일반적으로 120Hz 패널은 주사율 외의 시야각, 색상 재현력도 하급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단순히 주사율 높으니까 괜찮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구매했던 MSI의 GL63의 120Hz 디스플레이가 생각보다 많이 실망스러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단 사진 참고)
그렇기 때문에 가격대가 110~120만원까지 올라가는 니트로5의 최고급 사양 모델에서 72% NTSC 디스플레이라고 하면 그냥 평범한 스펙이지만, 엔트리급 가격대인 70만원짜리 최저 사양의 니트로5에서는 디스플레이가 엄청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오게 됩니다. 이 가격대에 이런 수준의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게이밍 노트북은 니트로5가 유일하니까요.
일반적으로 동일한 모델이라도 스펙에 따라서 디스플레이 품질도 차등 적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저도 니트로5를 구매하면서 정말로 스펙시트 표기 실수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디스플레이 실측을 해보니 스펙시트와 거의 유사한 수치가 나오더군요.
이 정도면 제가 최근에 리뷰했던 저전력 U-프로세서를 사용하는 비슷한 가격대의 LG 울트라PC와 비교해도 월등한 수준의 디스플레이입니다. 특히 사진, 영상 편집과 같은 그래픽 작업 용도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디자인은 투박하더라도 크리에이터 노트북 개념으로도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죠.
특별히 고사양 노트북이 필요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디스플레이 품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100만원 이상의 제품을 구매해야 했던 소비자들에게는 합리적인 대안이 생겼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에이서에서도 니트로5가 크리에이터 노트북 시장에서 상위 기종을 팀킬 해버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는지, 최근에 판매하는 모델들은 일부 하급 45% NTSC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제품도 있습니다. 아마도 초기에 생산한 고급 패널 모델은 추가 생산하지 않을 가능성도 고려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이 때문에 니트로5를 구매하고자 한다면 꼭 디스플레이 스펙을 확인하거나 아예 72% NTSC 스펙이 보장되는 144Hz 패널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권장드리고 싶네요. (생각보다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요.) 60Hz 패널 모델은 스펙시트에 해당 사항이 정확하게 명시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모델명으로 구분이 가능하기 때문에 꼭 확인해봐야 합니다.
2. 발열 구조
니트로5는 초창기 모델부터 “최저가 게이밍 노트북”이라는 컨셉이 확실한 노트북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내부 구조가 비교적 저사양 하드웨어에 적합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일반적으로는 모든 히트파이프가 CPU와 GPU에 공유되고 쿨러가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구조로는 i7-9750H의 발열을 감당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이전에 리뷰했던 i7-9750H, GTX1660Ti 모델은 이런 발열 구조의 한계를 CPU의 전력 제한을 통해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물론 극심한 온도 스로틀링에 시달리는 것보다는 현실적인 전력 제한이 합리적인 선택이긴 하지만 내부 하드웨어의 성능을 100% 활용할 수 없다는 점은 아무래도 조금 아쉽게 느껴지죠.
물론 i7-9750H가 i5-9300H보다 물리 코어가 2개 더 많다는 점은 감안해야겠지만, CPU 스트레스 테스트 시 100% 터보 클럭을 유지할 수 있었던 i5 모델과는 달리 i7 모델은 최대 터보 클럭의 75% 정도 밖에 유지할 수 없었습니다.
클럭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i7-9750H가 코어 개수가 더 많기 때문에 멀티코어 테스트에서 더 높은 점수가 나왔지만, 가격 차이를 생각하면 조금 실망스러운 수준입니다. 발열과 스로틀링이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Cinebench R20 테스트에서는 특히 이 격차가 좁게 측정됐습니다.
심지어 멀티코어 성능 보다는 단일코어 성능을 더 중요시하는 게임에서는 일부 i5-9300H가 유리한 상황도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고요.
그래픽 성능은 확실히 GTX1650과 GTX1660Ti의 차이는 제법 크게 다가왔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그래픽 성능 테스트인 FireStrike (일명 파스)로 비교해보도록 하죠.
벤치마크로 실사용 상황을 100% 대변할 수는 없지만 CPU 성능은 차이가 17% 정도인 반면, 그래픽 성능은 50% 이상 차이가 납니다.
니트로5를 게이밍 용도로 사용하고자 할 경우 상위 GTX1660Ti 모델을 선택하는 것도 충분히 괜찮아 보이는 범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니트로5의 최상위 스펙 모델의 가격대면 디스플레이 품질도 괜찮은 대안이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굳이 발열 구조가 i7-9750H를 장착한 니트로5 모델을 선택할 메리트가 조금 떨어지게 됩니다. 특히 GPU 사양을 크게 타지 않는 그래픽, 영상 편집 작업 용도로는 GTX1650 사양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게임 외의 활용도에서는 i7 모델이 금액 투자 대비 체감 성능 향상이 미비해지게 됩니다. (115만원 vs 70만원)
3. 성능 밸런스
일반적인 문서 편집, 인터넷 서핑과 같은 가벼운 작업은 저전력 U-프로세서로도 부족함이 없지만, 본격적인 그래픽 편집 작업이나 게임 용도로는 고사양 H-프로세서가 필요하죠. 하지만 대부분의 H-프로세서 노트북들은 i7 위주로 출시되기 때문에 그저 적당한 성능의 i5 노트북이 필요한 사용자들은 선택권이 좁은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라이젠7 3750H의 등장으로 인해 인해 인텔 측에서도 성능이 비슷한 i5-9300H의 노트북을 많이 출시 할수밖에 없었습니다. U-프로세서로는 아쉽고 i7-9750H는 부담스러운 사용자들에게는 희소식이죠.
특히 최근에는 노트북의 성능이 대폭 향상된 것에 비해 게임의 요구 사양은 비교적 많이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엔트리급 GTX 그래픽인 GTX1650으로도 그래픽 옵션을 중~상 옵션으로 타협한다면 최신 고사양 게임도 충분히 평균 60FPS 확보가 가능한 수준까지 올라왔죠.
굳이 144FPS에 욕심을 내지 않거나 오버워치, 롤과 같은 저사양 게임만 구동할 경우 굳이 GTX1660Ti 사양으로 구성할 이유가 조금 떨어지기 때문에 GTX1650도 상당히 합리적인 선택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픽 옵션을 조금 심하게 타협해야 했던 GTX1050 게이밍 노트북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네요.
GTX1650의 등장으로 인해 기존에 살짝 아쉽던 엔트리급 게이밍 노트북의 성능이 이제는 현실적으로 만족할만한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것이 작년과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습니다. 그래픽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게임 옵션 하~중 옵션과 중~상 옵션의 차이는 매우 크죠.
물론 전반적인 엔트리급 게이밍 노트북의 성능이 좋아진 것이기 때문에 이런 요소를 비단 니트로5만의 장점이라 말하기는 애매하지만, 니트로5는 이런 사양 구성의 노트북 중에서 거의 최저가를 자랑한다는 것이 매력입니다.
4. 경쟁 제품과 비교
이미 언급했다시피, 니트로5의 최상위 스펙인 i7-9750H, GTX1660Ti 모델은 가격대가 조금 애매하게 느껴집니다. 니트로5는 무엇보다 가성비가 가장 큰 매력 포인트인데, 100만원 초반대 부터는 비슷한 사양의 경쟁 제품이 많기 때문이죠. (레노버 리전 Y540 / 에이수스 ROG G531 / HP 파빌리온 게이밍 15 등)
조금만 더 투자하면 동일한 에이서 노트북 중 훨씬 고급 기종인 프레데터 헬리오스 300도 노려볼 수 있는 가격대이기 때문에 굳이 디자인과 마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니트로5를 권장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조금만 더 투자하면” 병에 걸리면 답이 없긴 합니다.)
저가형 i5-9300H, GTX1650 경쟁 제품으로는 레노버 L340, MSI GF63, 델 G3, 에이수스 TUF 시리즈 정도가 있겠네요. 그나마 가격대로 니트로5와 비슷해 보이는 제품은 레노버 L340 정도가 유일합니다.
이 외에도 델 인스피론 7590, XPS15, 레노버 씽크패드 익스트림과 같이 GTX1650이 장착된 모델도 존재하지만, 이들은 애초에 가격대가 200만원 전후인 프리미엄 크리에이터 노트북에 해당하기 때문에 니트로5와 비교하기는 어렵죠.
결국 저렴하게 70만원대 구간에서 i5-9300H, GTX1650 노트북을 선택하려면 선택권이 넓지는 않다고 봐도 되겠군요.
하지만 위에 언급했다시피 이 가격 구간대에서 72% NTSC 수준의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모델은 니트로5가 유일합니다. 추가로 내부에 SSD 슬롯이 총 3개에 soDIMM 램 슬롯도 2개 있어서 업그레이드 편의성도 프리미엄 노트북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죠.
5. 총평
너무 니트로5 칭찬만 하는 것 같으니 단점에 대해서 언급하자면, 아무래도 저가형 제품인 만큼 내구성, 마감, 디자인, 키보드 품질과 같은 디테일이 많이 떨어진다는 것이겠죠. 애초에 70만원대 H-프로세서 노트북에서 기대하기 힘든 요소들이니 전 개인적으로 타협할 수 있는 단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아, 그리고 추가로 하판 나사에 스티커가 장착되어 있어서 임의로 제거하면 무상 AS가 무효화될 수 있는 열악한 AS 정책도 마음에 걸리긴 하는군요.
참고로 이번 간이(?) 리뷰는 딱히 에이서 측에서 의뢰한 것은 아닙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70만원대 H-프로세서 노트북 중에서는 현재 니트로5 기본 모델을 적극 추천하는데, 이에 대한 근거 자료를 마련하고 싶어서 구태여 사비 들여서 구매했을 정도니까요.
물론 이는 언제까지나 72% NTSC 디스플레이 모델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이기 때문에 꼭 디스플레이 옵션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만약 60Hz 디스플레이 중에서 고급 패널 모델이 단종된다면 144Hz 모델로 구매하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특히 크리에이터 노트북이 필요하지만 200만원 전후의 고가 모델을 구매하기 힘드신 분들에게는 훌륭한 대안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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