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 정보
HP 엔비 X360 모델이 현 시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크게 2가지라고 생각합니다.
- 제법 고급스러운 구성의 노트북에도 라이젠 르누아르 CPU가 적용됐다는 것
- 그리고 매력적인 가격에 2in1 폼팩터라는 점
해외에서도 여러모로 밸런스가 잘 잡힌 모델이라는 평가가 많았기 때문에 저도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있던 녀석이죠. 그리고 그에 걸맞게 다른 르누아르 울트라북에서 아쉬웠던 램과 디스플레이 구성이 쏙 마음에 들게 출시됐네요. 그런데 나름 HP 의 “고급형” 라인업인 엔비 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무선 랜카드가 리얼텍 8822CE라는 점은 살짝 불만스럽습니다.
물론 실사용에 크게 문제가 되는 부분은 아니지만 요즘은 일부 중저가형 모델에도 와이파이6가 지원되는 AX200 무선 랜카드를 달아주는 경우도 많이 보이기 때문이죠. (제가 너무 까다롭게 구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스트레스 테스트 & 발열
스트레스 테스트 중 초기 30초 정도는 CPU가 약 25W 정도의 전력을 소모하면서 높은 3.3~3.5GHz 정도까지 클럭이 올라갔습니다. (온도 약 88~90℃) 하지만 곧 19~21W 수준으로 떨어지더니 5분 후에는 약 14W 부근에서 안정화되는 패턴으로 지속되더라고요.
간단히 말해서, 4분 이내의 터보 부스트 클럭 상태에서는 발군의 성능을 보여주고 그 이후부터는 저전력 르누아르 노트북 중 평균 이하의 성능 유지력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이게 노트북의 발열이 누적되서 스로틀링이 걸리는 구조가 아니라 그냥 엔비 X360의 자체적인 전력제한 정책이라는 것입니다. 특별히 온도가 높아지지 않았는데도 항상 칼같이 5분대에서 13~15W 사이로 전력이 낮아지더라고요. 처음에는 성능 모드를 “HP 권장” 으로 해서 그런줄 알고 “성능” 모드로 변경해봤는데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필요한 순간에는 성능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지만 장시간 사용 중에는 2in1의 본분에 충실하게 성능을 조금 희생하더라도 소음과 발열을 억제하는 컨셉으로 설계를 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HP 엔비 X360 신형 모델의 벤치마크 결과들은 1회차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가 나오지만 같은 테스트를 5분 이상 반복할 경우 점수가 급락하는 패턴을 보여줍니다. (그게 아니면 그냥 제가 받은 제품이 뿔딱?! 일 수도 있고요.)
“성능” 모드에서는 정상적으로 25W 수준의 전력을 사용한다는 제보가 있어서 노트북 드라이버 초기화 후 다시 테스트해본 결과, “성능” 모드에서는 보다 높은 전력과 클럭 유지가 가능한 대신 온도와 소음이 높아지는 패턴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CPU와 GPU가 동시에 구동되는 상황일 경우 상대적으로 CPU의 성능을 유지하는데 주력하는 패턴이라 장시간 게임하는 용도로는 다른 르누아르 노트북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래도 저사양 게임은 충분하겠지만요.
CPU : 단순 벤치마크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와 마찬가지로 Cinebench R20 테스트를 다회차 돌릴 경우 점수가 엄청난 폭으로 하락하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테스트를 반복할수록 CPU 온도는 오히려 낮아지기 때문에 온도로 인한 스로틀링이 아닌, “HP에서 의도한” 전력제한이 적용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향후 바이오스 업데이트에 따라 전력 설정이 바뀔 수는 있습니다.)
초기에 풀린 HP 엔비 X360의 벤치마크 자료들을 보면 도저히 13인치 노트북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점수들이 몇몇 보였는데, 이건 1회차 점수만 봤을 때에 생길 수 있는 오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HP 엔비 X360을 다른 저전력 르누아르 노트북처럼 어느정도 사양을 타는 작업을 구동하는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썩 적합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물론 애초에 13인치에, 그것도 2in1 폼팩터의 노트북에서 엄청난 성능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수이긴 하죠.
Geekbench 결과에서도 볼 수 있듯이, CPU 자체의 성능 잠재력은 뛰어납니다. 그리고 전력제한이 들어가기 전의 결과도 놀라운 수준이고요. 따라서 1회차 벤치마크 데이터만 보고 HP 엔비 X360이 체급을 뛰어넘는 놀라운 성능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만 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만족스럽게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CPU : 복합 벤치마크
그리고 HP 엔비 X360이 위에 언급한 이상한 전력정책을 펼치는 데에는 따로 이유가 있습니다. 문서 편집, 인터넷 서핑, 화상 채팅과 같은 비교적 CPU 부하가 낮은 작업을 구동할 때의 안정성이 뛰어나다는 것이죠. 고사양 작업에서는 상대적으로 불리하지만, 일상적인 작업을 처리할 때에는 오히려 과도하게 전력을 높게 설정한 경쟁 모델들보다 쾌적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기대해도 되겠네요.
덕분에 PC Mark 점수는 15W 저전력 노트북 중에서 거의 역대급일 정도로 높게 나왔습니다. 13인치 2in1 노트북을 게임이나 영상 편집 용도로 구매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어찌 보면 본분에 충실한 전력 세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테스트 결과였습니다.
그래픽 : Direct X
3D Mark도 위의 다른 벤치마크와 마찬가지로 1회차 테스트에서는 발군의 점수를 자랑했습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동일한 테스트를 다회차 테스트에서 점수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는 동일한 벤치마크를 20회 반복하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서 뚜렷하게 반영되더군요.
따라서 1회차 3D Mark 결과만 보고 HP 엔비 X360 모델이 13인치 체급에 어울리지 않는 엄청난 게임 성능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하신다면 체감 성능에서 상당히 실망할 수도 있다는 점은 참고해둘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실사용 : 게이밍
평균적인 프레임 유지력이 상대적으로 사양이 떨어지는 에이서 아스파이어5 4500U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GTA 5는 내장그래픽 성능이 더 좋아서 근소하게 더 높게 나온 수준이고, GPU 병목이 덜한 저사양 게임은 오히려 하위 1% 프레임이 오히려 더 떨어지는 모습이더군요.
물론 15W 저전력 내장그래픽 노트북 모델에서 오버워치도 그래픽 옵션을 타협해서 제법 쾌적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제법 인상적이지만 절대 HP 엔비 X360 모델 혼자서 특출난 성능을 보여주는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참고로 배틀그라운드는 구동이 된다 뿐이지, 쾌적하게 즐기기는 어려웠습니다.
실사용 : 편집작업
동영상도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끝나는 2분짜리 클립은 매우 빠른 처리속도를 보여줬지만 조금 길이가 있는 5분짜리 영상은 인코딩 속도가 많이 떨어지는 모습이었습니다. 게다가 르누아르 CPU의 내장그래픽은 어도비 프리미어 프로와 호환성마저 좋지 못하기 때문에 동영상 편집 겸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상대적으로 불편함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3D그래픽 렌더링 속도도 인텔의 10세대 아이스레이크 CPU 모델들보다 떨어지는 수준이어서 성능만 놓고 보자면 메리트가 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 그 대신 7nm 공정의 전력 효율을 기반으로 발열이 훨씬 적다는 것이 큰 장점이겠지만요.
실사용 : 기타
기본적으로 장착된 SSD 성능은 제법 좋은 편입니다. 용량에 불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교체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네요. 추가 슬롯이 없다는 점은 살짝 아쉽긴 합니다.
마이크로 SD카드 슬롯도 나름 평균 이상 수준이어서 사진이냐 영상 전송 용도로는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대용량 SD 카드를 꽂아서 보조 저장장치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조금 불만족스러울 수는 있다고 생각하고요.
결정적으로 무선 랜카드가 고급 모델답지 않게 리얼텍 8822CE 모델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물론 일상 사용에는 큰 지장이 없지만 속도에 민감하거나 신호가 약한 지역에서 노트북을 자주 사용한다면 불만 요소로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요즘은 저가형 노트북에서도 와이파이6가 지원되는 인텔 AX 무선 랜카드를 달아주는 경우도 많은데 나름 고급 모델인 엔비에서 이런 원가절감은 아쉽습니다.
[ 총평 ]
출시 전에 믿기 힘든 수준의 벤치마크가 널리 퍼진 모델인데다가 조금 특이한 전력제한 구조여서 조금 두서 없이 설명을 늘어놓은 감이 없잖아 있네요. 그래서 간단히 다시 요약해드리자면 :
- 단시간 터보 부스트 전력 & 클럭은 높은 편
- 따라서 벤치마크 테스트를 1회만 진행하면 점수가 높게 나오는 편
- 하지만 CPU 부하가 5분 이상 이어지면 전력과 클럭이 급격하게 하락
- 그 대신 온도는 평균적인 울트라북과 비교해도 매우 낮게 유지되는 편
- 고사양 작업, 게임 성능은 동일 스펙 대비 불리하지만 시스템 안정성은 좋은 편
이 정도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따라서 신형 HP 엔비 X360 르누아르 모델은 “순간적인 높은 로드도 일정 부분 소화 가능한” 사무용 울트라북이라는 관점에서 접근을 해야 실망을 하는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절대 HP 엔비 X360 모델이 나쁘다는 소리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HP 특유의 보수적인 전력 정책이 2in1 노트북으로써의 사용성을 더 올려준다고 생각하니까요. 어디까지나 13인치 노트북은 체급의 한계가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구매 결정을 내리는 것을 권장 드릴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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