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 태블릿은 정말 재미있는 종류의 기기라고 생각합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기기를 태블릿의 형태로도 활용할 생각이면 360도 컨버터블 노트북보다는 윈도우 태블릿이 확실히 더 사용하기 편하죠.
하지만 윈도우 태블릿은 디스플레이와 같은 공간에 메인보드, CPU, 냉각 장치와 같은 주요 부품들이 같이 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해야 된다는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윈도우 태블릿들은 휴대성을 강조한 대신 저전력 CPU와 내장 그래픽을 사용했습니다.
스위치7 블랙 에디션은 이런 제약에도 불구하고 MX150 GPU가 장착됐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지 않을까 싶네요. 과연 태블릿이라는 제한된 폼팩터에서 이 정도 하드웨어가 어느 정도의 성능으로 해석되는지에 대해 이번 리뷰를 통해서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아요 : 사운드 / 와콤펜 / 디스플레이 / 썬더볼트3
애매해요 : 무게 / 킥스탠드 / SSD / 키보드
싫어요 : 발열 / 배터리 / 충전기 / 와이파이
주 타깃층 : 와콤펜으로 고성능 그래픽 작업을 병행할 기기가 필요할 경우
한 줄 결론 : 게임/영상편집 용도로는 비추천, 그림 그리기 용도로는 강력 추천
[ 목차 ]
1. 스펙 & 가격
2-1. 외관 & 포트 구성
2-2. 내구성 & 내부 구조
3. 키보드 & 트랙패드
4. 와콤펜
5. 디스플레이 & 사운드
6. 성능 & 발열
7. 배터리
8. 총평
1. 스펙 & 가격
스펙만 놓고 보면 태블릿이 맞나 싶을 정도 수준입니다. 물론 동일 스펙의 노트북과 비교하면 다소 비싸긴 하지만 고사양 윈도우 태블릿의 특성상 납득 가능한 가격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서피스프로 시리즈와 다르게 스위치7 블랙 에디션은 키보드와 와콤펜이 기본적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액세서리를 추가로 구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매력적이죠.
개봉기를 포스팅할 때도 언급했지만, 기본 구성품이나 박싱은 충실하게 잘 돼있습니다. 비싼 가격표만큼 사용자의 언박싱 경험까지 배려해줬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네요.
단, i5와 i7 모델의 가격 차이가 상당히 많이 나기 때문에 사양 구성에 대한 결정은 신중하게 하시는 것을 권장 드립니다. (개인적으로 i5 모델이 가격 대비 만족도가 더 높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2-1. 외관 & 포트구성
디자인은 만족스럽습니다. “블랙 에디션”이라는 이름답게 전반적으로 슬릭한 검은 색상의 디자인입니다. 후면의 알루미늄은 샌드블래스팅 처리가 돼있어서 그립감도 괜찮게 느껴집니다.
전면 베젤은 조금 넓게 느껴질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대형 태블릿에는 베젤이 없으면 오히려 조작하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불만이 있는 부분은 아닙니다. 기기가 못생겨 보일 정도로 베젤이 넓은지 여부는 본인의 취향에 맞게 판단하시는 것을 권장 드립니다.
하지만 내부의 고성능 하드웨어 때문에 기기가 상당히 무겁다는 것은 분명 단점입니다. 본체 기기만 거의 1.2kg에 달하는데, 일반적인 울트라북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죠. 여기에 키보드까지 추가로 장착하면 1.6kg가 됩니다.
물론 가방에 넣고 다니거나 거치해서 사용하는 용도로는 불편함이 없지만, 소형 안드로이드 태블릿처럼 손에 든 상태로 장시간 조작하기는 힘듭니다.
포트 구성은 태블릿 치고 나쁘지 않습니다. USB-A 포트와 USB-C 포트가 각각 1개씩 있어서 필요에 따라 사용할 포트 선택이 가능하고 기본 구성품에 HDMI 동글이 있기 때문에 외부 모니터 연결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USB-C 단자가 썬더볼트3 지원이 된다는 점은 정말 특장점이라고 해도 될 정도네요. 원할 경우 썬더볼트 허브를 사용해서 집에서는 데스크톱처럼 세팅해서 사용하거나 eGPU와 연결해서 고사양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2-2. 내구성 & 내부구조
기존에 리뷰했던 에이서의 가성비 제품들과 다르게 스위치7 블랙 에디션의 빌드는 매우 튼튼합니다. 어디를 눌러도 알루미늄이 휘는 부분 없이 단단하게 느껴졌고 테두리 보강도 잘 돼있어서 어지간한 낙하도 견뎌낼 것으로 보입니다.
킥스탠드는 손으로 꺼낼 수 없고, 태블릿의 하단에 있는 버튼을 눌러야 튀어나오는 구조입니다. 바닥에 내려놓을 때 자동으로 킥스탠드가 전개된다는 점은 좋지만, 가끔 원치 않는 상황에서 킥스탠드가 펼쳐지기도 하고 손에 들고 있는 상태로 킥스탠드를 꺼내려면 상당히 불편하게 조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서피스프로 시리즈처럼 킥스탠드가 조금만 더 납작하게 젖혀지면 그림 그릴 때 더 편할 것 같다는 아쉬움이 조금 있습니다. 킥스탠드의 기능 자체는 썩 나쁘지는 않지만 독특한 메커니즘 때문에 호불호가 많이 갈리지 않을까 싶네요.
윈도우 태블릿은 개봉하기가 힘들고 위험부담이 많이 따르기 때문에 별도로 개봉해서 내부 구조를 살펴보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아스파이어5 리뷰와 마찬가지로 엑스레이 사진으로 살펴보도록 하죠.
SSD는 교체 가능한 2246 m.2 타입이라 이론상 교체는 가능하지만 개봉하는 과정이 걸림돌이 될 것 같군요. 어지간하면 업그레이드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CPU와 GPU의 히트파이프가 수냉쿨러로 이어지고, 수냉 쿨러는 기기의 외곽으로 열을 분산시켜서 후면의 알루미늄판을 통해서 냉각시키는 구조로 보입니다. 공식 홍보자료에 나온 구조와 일치하는 모습입니다.
이 수냉쿨러의 효율에 대해서는 뒤에서 따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3. 키보드 & 트랙패드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시리즈와 다르게 스위치7 블랙 에디션은 키보드와 펜이 기본 구성품에 포함돼있습니다. 사실 노트북보다 상대적으로 더 비싼 윈도우 태블릿을 구매하는 이유가 바로 이 키보드와 펜의 사용성 때문인데, 치사하게 별매하지 않았다는 점은 매우 칭찬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키보드 배열은 특별히 나무랄 것이 없습니다. 상판은 단단한 플라스틱, 후면은 패브릭 재질인데, 전반적인 촉감은 충분히 고급스럽게 느껴집니다. 특히 트랙패드에 새겨진 Black Edition 로고는 멋스럽네요.
요즘 키보드 백라이트는 기본 옵션이겠지만, 전 아직도 이렇게 얇은 타입커버에도 백라이트 장착이 가능하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지네요.
타입커버 키보드 특성상 키 트래블은 그렇게 깊지 않지만 키를 누를 때 촉각적인 피드백이 확실해서 타자치는 맛이 제법 있습니다.
하지만 이 키보드에도 단점이 2가지 있는데, 먼저 펑션락이 없다는 것, 그리고 키보드를 태블릿 뒤로 젖혀서 비활성화시킬 때 가끔 오작동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태블릿의 키보드 버튼을 누른 상태로 빠르게 뒤로 젖히면 키보드가 비활성화된 후에도 누르고 있던 키가 계속해서 입력되는 오작동이 있습니다. 키보드를 뒤로 젖힐 때 키보드 버튼을 누르고 있지 않도록 조심만 한다면 크게 문제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펑션락이 없다는 점은 매우 치명적인 결함으로 보이네요. 바이오스에서도 펑션락을 거는 옵션을 찾을 수도 없고 해외 포럼에서도 펑션락 기능에 대해 건의 중이라는 내용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자주 사용하는 F2의 펑션 기능이 하필이면 비행기 모드라서 파일 이름 고치기 버튼 누르려다 컴퓨터의 와이파이가 꺼지는 상황이 발생해서 분노할 뻔한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꼭 바이오스 업데이트로 해결됐으면 좋겠네요.
트랙패드의 성능 자체는 좋은 편이었습니다. 트래킹 성능이나 클릭 감도도 서피스의 타입커버 트랙패드에 비해 크게 밀린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4. 와콤펜
전용 와콤펜은 기기 내부에 수납이 가능할 정도로 작습니다. 서피스 시리즈가 항상 펜 수납이 번거로워서 결국 잘 쓰지 않게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마음에 드는 부분이네요.
그리고 대부분 윈도우 태블릿의 펜 입력 방식이 엔트리그나 와콤 AES인 반면 스위치7은 전문가용 와콤 타블렛에 주로 쓰이는 와콤 EMR 입력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EMR 방식은 펜과 화면과의 지연시간이 적어서 펜의 움직임과 그려지는 그림이 다르게 느껴지는 현상이 없어서 그림 그리는 용도로 가장 적합하다고 평가받고 있죠.
필압도 4096단계까지 지원되기 때문에 사실상 그림 그리기용 윈도우 태블릿으로는 거의 최상위 스펙을 보유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디지털 펜을 거의 사용해본 적 없는 와이프에게 소감을 물어봤는데, 유리 액정 때문에 펜이 조금 미끄럽게 느껴져서 적응이 필요할 것 같다는 의견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개인 경험상 서피스의 엔트리그 펜과 비교하면 미끄러운 정도는 조금 덜한 수준입니다.
참고로 기본 구성품에 여분의 펜팁도 제공해주기 때문에 펜팁이 닳으면 바로 교체할 수 있습니다.
5. 디스플레이 & 사운드
와콤펜이 있다면 당연히 그에 걸맞는 디스플레이가 있어야 사용하는 맛이 나겠죠. 다행히도 스위치7의 디스플레이는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최대 밝기 400nits 정도에 색상 재현력도 우수하기 때문에 그림 작업을 하는데 부족함이 전혀 없습니다.
디스플레이 비율 3:2이기 때문에 A4 종이를 사용하는 느낌처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윈도우 태블릿은 3:2 비율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16:9 비율의 태블릿을 세로로 세워서 보면 감당 안 될 정도로 길쭉하게 느껴집니다.
4K 해상도나 100% AdobeRGB를 고집할 생각이 없는 이상 지적할 부분은 거의 없는 디스플레이라 봐도 되겠습니다.
우측 베젤에 내장된 지문 인식기는 인식률이 평균보다 조금 떨어지는 것으로 체감됐습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문제없이 인식되지만 평균적인 노트북 지문인식기를 사용할 때보다는 핀번호를 직접 입력해야 되는 상황이 자주 생겼습니다.
사운드는 일반적인 울트라북보다 좋습니다. 최대 볼륨도 높은 편이고 태블릿인데도 약간의 베이스가 느껴지는 수준입니다. 특별히 블루투스 스피커를 연결해서 사용할 필요성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6. 성능 & 발열
스위치7은 MX150 GPU를 바탕으로 내장 그래픽으로는 조금 버거운 3D 이미지 편집도 무난하게 해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와콤 EMR 펜과 조합하면 그림 그리기, 편집 용도로는 거의 독보적인 활용성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네요.
일상적인 문서, 인터넷 작업은 고사양 울트라북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수준입니다.
요약해드리자면, 수냉식 쿨러가 직접적으로 외부로 열을 발산시키는 것이 아니라 CPU 코어의 열을 태블릿 전체로 분산시켜주고, 분산된 열 자체는 후면의 알루미늄을 통해 자연적으로 해소되어야 하는 구조입니다.
이 때문에 코어에서 발생한 열은 매우 빠르게 제거되지만, 태블릿 전체에 열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누적되면 성능 저하가 심하게 오는 편입니다. 동일한 벤치마크를 반복해서 돌릴 경우 성능이 하락하는 폭이 일반적인 노트북보다 심하게 보였습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장시간 CPU와 GPU 로드가 높은 게임이나 영상 렌더링 같은 작업에서는 스펙에 비해 조금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옵니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거나 이미지 편집과 같은 작업 중에는 발생하는 산발적인 과부하는 잘 소화해내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죠.
한 줄로 요약하면 “성능 자체는 매우 좋지만 지속력이 떨어진다”라고 보면 되겠네요. 결국 어떤 유형의 작업을 하느냐에 따라서 장착된 하드웨어의 잠재력을 다 활용할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본인의 기기를 사용하는 용도나 패턴에 대해서 꼭 고려해보는 것을 권장 드립니다.
7. 배터리
애초에 기기의 하드웨어에 비해 배터리의 절대적인 용량이 부족합니다. (35Wh) 그나마 5W 등급의 Y프로세서라면 괜찮겠지만 15W급 U프로세서와 MX150 GPU의 조합으로는 화면 밝기 80%로 블로그 편집 작업을 했을 때 배터리 사용시간이 3시간보다 조금 적게 나왔습니다.
동세대 노트북들과 배터리 시간을 비교해보면 확실히 짧은 편입니다. 하지만 내부에 배터리를 넣을 공간이 부족한 태블릿과 노트북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불공평하기 때문에 하단의 비교 그래프는 참고 용도로만 봐주시기 바랍니다.
충전기는 항상 들고 다녀야 된다고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썬더볼트 USB-C 포트를 통해서도 충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조금 유연하게 운용할 수는 있습니다.
스위치7의 전용 충전기는 연결 단자부가 너무 얇아서 잘못 사용하다가는 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만약 기본 충전기를 휴대하고 다닐 예정이라면 조심해서 사용하길 권장 드리고 싶군요.
전용 충전기로는 1시간에 51% 정도 충전됐습니다. 충전기 규격은 65W인데 35Wh 배터리를 충전하는데 걸리는 시간 치고는 조금 긴 느낌이긴 합니다만, 완충 2시간이면 사용하기 불편한 정도는 아닙니다.
8. 총평
이번 스위치7 블랙 에디션은 테스트하는 도중 제 스스로도 기기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혼란스러웠습니다. 박스 구성품과 디자인을 볼 때는 매우 만족스러웠다가 벤치마크 단계에서는 성능과 발열에서 조금 실망하고, 와콤펜과 디스플레이를 평가할 때에는 다시 기기가 좋아 보이기 시작했으니까요.
MX150과 썬더볼트3라는 스펙 때문에 고사양 작업, 혹은 게이밍 용도로 접근하실 경우 기대와 다른 모습을 보게 될 수 있으니 가급적이면 권장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3D 작업도 어느 정도 가능한 와콤 EMR 윈도우 태블릿을 원한다면 다른 대안이 거의 없을 정도로 독보적인 활용성을 자랑합니다.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런 유형의 제품은 HP ZBook X2 정도가 있긴 하지만 가격이 장난 아닙니다.
단, i7 모델은 어차피 발열 때문에 성능을 100% 활용하기 힘드니 램이 8GB여도 상관없다면 그냥 i5 모델을 구매하시는 게 훨씬 가성비가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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