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개최됐던 CES 2020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신형 MSI 노트북들이 많았습니다. 기존 MSI 게이밍 노트북 시리즈는 발열 제어와 가성비가 뛰어났던 반면, 세분화 되어 있는 각 모델만의 디자인적인 특징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많이 아쉽다고 생각했습니다.
저가형, 중급기, 고급형으로 나눠져 있는 GL / GP / GE 게이밍 노트북 시리즈는 MSI 노트북에 관심이 많지 않은 이상 사진만 보고 구분해내기 힘든 수준이었죠. (가격 차이가 많이 나는데도 불구하고…!) 그리고 야심차게 출시한 크리에이터 시리즈는 PS42와 PS63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기존에 존재하던 게이밍 노트북 시리즈의 디자인에 색상만 조금 변경해서 출시하는 성의 없는 모습도 보여줬습니다.
이 때문에 MSI 노트북은 가장 무난한 GP 시리즈만 유독 인기가 있고 굳이 고급형 모델인 GE 시리즈나 크리에이터 시리즈를 선택할 동기가 상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대부분의 노트북 제조사는 라인업을 다양한 디자인으로 세분화해서 소비자가 취향에 맞게 고를 수가 있는 반면 MSI 노트북의 디자인은 대부분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라는 극단적인 선택이 강요됐던 것이죠.
심지어 최근에는 게이밍 노트북도 얌전한 디자인의 선호도가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붉은 하이라이트 색의 대명사인 MSI 특유의 디자인은 조금 시대에 뒤처진 것 같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GS65, PS63과 같이 디자인이 괜찮은 모델도 있었지만요.
그런데 올해 초에 있었던 CES 2020 행사에서 MSI가 선보인 신형 노트북들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많이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여서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인상적이더군요. 각 시리즈마다 확실한 디자인 구분, 크리에이터 시리즈만의 독창적인 특징 개발, 내구성과 기판 구조 개선 등 상당히 많은 변화가 눈에 띄었습니다. MSI는 나름 뚝심 있는 (혹은 고집불통인) 개발 철학이 특징이었는데 이런 모습을 많이 내려놓은 것 같네요.
이제 인텔 10세대 코멧레이크-H CPU와 함께 조만간 이 신형 노트북들이 국내에도 선보일 거 같으니, 제가 인상적으로 본 모델 2개만 추려서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GE66 – 미니 타이탄?!
MSI 노트북 중 2019년에 가장 큰 디자인적인 변화를 겪은 모델은 아마 GT76 타이탄이지 않을까 싶네요. 과거에는 검은색+빨간색 조합의 게이밍 시리즈 디자인에서 몸집만 거대해진 느낌이었던 반면, 작년에 출시된 GT76 모델은 델의 에이리언웨어 시리즈 못지 않을 정도의 깔끔한 디자인과 마감을 보여줬죠.
그리고 이번에는 그 디자인이 GE 시리즈에 적용이 됐습니다. 기존에 GP 시리즈와 큰 차이점이 없어서 외면 받기 일쑤였던 GE 시리즈의 포지션을 생각하면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확실히 누가 옆에서 구태여 말해주지 않아도 GE 시리즈가 고급형 모델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이밍 노트북에서 깔끔한 실버 색상 디자인을 좋아하는데 최근에 발열 이슈로 문제되는 에이리언웨어 시리즈를 피하고 싶은 사용자라면 상당히 구미가 당기지 않을까 싶네요.
현재 공식 홈페이지에 적힌 스펙시트는 i9 CPU 모델만 기재되어 있지만, 추후 i7 모델도 추가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GE66이 게이밍 노트북 모델이긴 하지만 99.9Wh의 대용량 배터리와 4K 디스플레이 옵션을 제공해준 것으로 봐서 충분히 크리에이터 노트북처럼 사용할 여지도 있겠네요.
2) GS66 – 적극적인 피드백 반영
전 개인적으로 GS65 모델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리뷰 후에도 개인적으로 구매해서 8개월 정도 실사용했을 정도니까요. 차분한 디자인, 성능에 비해 가벼운 무게와 대용량 배터리 덕분에 게이밍 용도보다는 크리에이터 노트북처럼 사용했었습니다. 2018~2019년 동안 경량 게이밍 노트북 중 가장 눈에 띄었던 모델이 기가바이트의 에어로15와 MSI의 GS65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리한 무게 감량 때문인지 GS65도 큰 단점이 몇가지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나치게 얇은 알루미늄 판으로 인한 내구성 부족, 사용 패턴에 따라 힌지가 파손되는 이슈, 메인보드를 완전히 분리해야 램이나 SSD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배려 없는 설계 정도가 떠오르는군요.
그런데 이번 신형 GS66은 이런 문제점을 모두 보완해서 나왔습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신형 제품 1세대만에 소비자의 피드백을 이 정도로 적극적으로 수렴하기 쉽지 않았을텐데, 이 부분은 정말 칭찬해주고 싶네요.
비록 GS65 모델보다 무게가 조금 늘어났지만 (1.8kg > 2.1kg) 확실히 알루미늄 판이 튼튼해진 것이 느껴지네요. 쉽게 벌어지거나 파손되던 힌지도 메탈 소재와 양방향 고정 방식으로 바꿔서 “MSI 힌지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심지어 정말 소소한 단점이었던 키보드 배열, 스피커 방향 문제도 완벽하게 해결했더군요. 기존 GS65 모델에서도 특별히 불만이 없었던 디자인과 배터리 용량도 많이 개선됐고요. 물론 노트북은 실제로 사용해보기 전까지 판단하기는 힘들지만, 정말 MSI가 정성들여서 리뉴얼했다는 것이 확실히 느껴지는 대목이었습니다.
종합
과거에 MSI의 게이밍 시리즈는 무조건 검은색+빨간색, 프레스티지 시리즈는 무조건 하얀색으로 비교적 획일화된 디자인이었죠. 뭔가 컨셉은 이해가 가는데 감성적인 측면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공돌이스러운 디자인 방향이었달까요…? 특별히 못생긴 디자인은 아니었지만 사람을 확 끌어당기는 매력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GE66과 GS66은 사진만 봐도 “가지고 싶다”는 마음이 저절로 들게 되더군요. 실제로 저도 올해 하반기에 메인 노트북을 교체할 예정인데, GS66이 강력한 후보 중 하나일 정도입니다.
지금까지는 약간 고객 피드백과 기존 디자인에 대해서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하던 MSI 였기 때문에 저도 개인적으로 갑작스러운 변화가 조금 당황스러울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이건 분명 MSI의 헤드급 결정권자의 인사 변경이 있지 않을까 의심했는데, 역시나 맞더군요.
현재 MSI 대만 본사의 CEO가 2019년 4월에 바뀌었던 것 같습니다. (찰스 치앙) 저도 잘 모르는 CEO지만 이렇게 고집불통이었던 회사에 신선한 바람이 불게 할 정도의 인물이면 조금 더 알아보고 싶어지네요. 언제 한번 기회되면 조사해서 별도로 포스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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