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개인적으로 키보드에 갑자기 관심이 많이 가기 시작했네요. 주로 노트북을 사용하는 패턴이라 토킹해서 사용할 때에만 별도의 키보드를 연결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그냥 적당한 무선 키보드면 만족하는 편이었습니다.
집에서 사용하는 키보드는 항상 적당한 1~2만원 짜리 무선 키보드+마우스 세트였고, 휴대를 위해 로지텍 K380 정도만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조금 투자해본 것이 로지텍 Craft 키보드 정도였지만, 결국 그것도 와이프님이 마음에 들어하셔서 뺏겨버렸죠… 물론 Craft 키보드를 구매할 가격이면 수준급 기계식 키보드를 구매할 수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키보드는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는 편이라 (피씨방 청축 극혐) 팬타그래프 타입을 선호했습니다.
하여튼 그래서 전 :
- 시끄럽지 않고
- 유/무선 모두 지원되면서
- 풀배열이고
- 얌전한 디자인
이라는 조건에 맞는 키보드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의외로 하이엔드 키보드 모델에서 저런 조건을 충족하는 녀석이 많지는 않더군요.
의외로 많은 후보들이 “풀배열”과 “유/무선” 지원에서 대거 탈락해버리는 사태가 발생해버렸습니다. 이번에는 그나마 조용한 적축 기계식 까지는 타협해볼 의향이 있었는데도 말이죠.
결국 기계식에서 풀배열+유/무선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서 무접점까지 알아보니 한성 “GK898B 오피스마스터”가 레이더망에 걸려서 더이상 검색해보기도 귀찮아서 바로 구매해버리게 됐습니다.
좋아요 : 타건음 / 키캡
애매해요 : 스태빌 / 블루투스
싫어요 : 스탠드 / LED
한줄평 : 무접점+블루투스+풀배열 조합 중에서는 거의 유일한 선택지
[ 목차 ]
1. 스펙 & 가격
2. 외관 & 디자인
3. 타건감 & 키캡
4. 기능 & 사용성
5. 총평
1. 스펙 & 가격
흔히 무접점 키보드가 기계식보다 고급이라고는 하지만 전 그냥 타건감 취향의 차이일 뿐, 특별히 무접점이 더 고급 제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한성 GK898B는 “Noppoo(노뿌)”와 “Topre(토프레)”로 양분화 되어 있는 무접점 방식 중 노뿌 방식입니다.
일반화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지만, 토프레 방식은 조금 더 타건 소음이 있고 노뿌는 조금 더 절제된 타건음이라고 구분할 수 있겠네요. 개인적으로 소음이 적은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에 저한테는 노뿌가 더 적합하지만, 심심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보다 상세한 설명을 위해 좋은 참고 영상 하나 첨부하겠습니다.
한성 GK898B는 서론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게임 용도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반응 속도+무한 동시입력 기능과 블루투스+유무선, 그리고 풀배열이라는 조건을 충족하는 유일한 모델일 정도로 기능성이 매우 충실하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게임 용도로 사용하는 기기에는 유선으로 연결해두고 폰, 태블릿, 노트북과 같은 세컨드 기기에는 블루투스로 페어링해둔 상태로 필요에 따라 손쉽게 전환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큰 매력으로 느껴졌습니다. 사실 블루투스 연결이라는 조건만 제외하면 선택지가 많이 늘어나긴 합니다만…
무접점에 이 정도 기능성인데 가격이 13만원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해서 결국 구매하게 됐습니다. 물론 출시 초창기에 99,000원 특가에 풀렸다는 사실을 알고 구매해서 조금 속이 쓰렸지만요…
2. 외관 & 디자인
박스 구성품은 매우 단순합니다. 패키징이 단순해서 개봉 전에는 조금 저렴한 제품 느낌이 나지만 나름 내부에 있을 것은 다 있더군요.
키보드 본품, USB-C 케이블, 키캡 리무버, 청소 브러시, 여분 스페이스바 스프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키보드 색상은 블랙과 화이트, 그리고 키캡은 영문과 한/영 각인 모델이 각기 존재합니다. 전 차분한 레트로 IBM 스타일 키보드와 깔끔한 영문 단독 각인을 선호하기 때문에 화이트+영문 각인 모델로 구매했습니다. (어차피 한/영 모델은 품절)
만약 넘버패드가 없는 텐키리스 키보드를 선호한다면 한성 GK888B 모델도 고려할 수 있겠고요.
디자인은 제 취향 저격일 정도이기 때문에 큰 불만은 없지만, RGB 백라이트나 화려한 키캡을 선호한다면 조금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죠. 개인적으로 키캡이 조금 더 올드한 느낌의 빛바랜 색상이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전반적인 키캡 색상이 과도하게 깔끔하고 밝은 편이어서 살짝 아쉽긴 했습니다.
GK888B와 GK898B의 공식 제품 사진을 보면 GK888B의 키캡이 조금 더 올드해 보이는 색상인데, 실제 제품도 차이가 나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무게는 1kg로 조금 무거운 편이지만 블루투스 기능 때문에 배터리가 내장되어야 한다는 점도 감안해야겠죠. 애초에 풀배열 키보드를 휴대하고 다닐 일은 없으니 특별히 무게가 문제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우징은 강화 플라스틱 재질이라서 일반 힘을 줘도 휘지도 않고 긁힘에도 제법 강할 것으로 보입니다.
키 높이 균일도나 키캡 사이의 간격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동일 가격대의 키보드와 비교하면 부족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을 정도로 세부적인 마감이 전반적으로 괜찮다고 느껴졌습니다. 유일하게 스페이스바가 다른 키보다 조금 높았는데, 의도된 사항인지는 모르겠군요.
디자인에서 객관적인 단점이라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블루투스 전원 버튼과 LED의 위치입니다. 그나마 LED는 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하더라도, ESC와 F1 사이에 있는 사마귀 같은 블루투스 전원 버튼은 매우 거슬리더군요.
GK888B 모델에서는 전원 버튼이 깔끔하게 측면에 달려있는데, GK898B만 차별하는 것 같아서 조금 불만스럽습니다.
3. 타건감 & 키캡
노뿌 무접점 키보드의 타건음은 보통 “보글거린다”고 표현을 많이 합니다. 애초에 시끄러운 타건음이 아닌데, 서걱거리는 플라스틱 소리가 키보드 내부 공간에서 맴도는 느낌이랄까요?
타건음은 백날 말로 설명해봐야 전달하기 힘드니 영상으로 들어보도록 하죠.
짤깍거리는 PC방 청축에 익숙한 사용자라면 노뿌 무접점 특유의 간질간질한 “보글보글” 타건음은 지루하게 느껴질 것이기 때문에 본인의 취향을 확실히 알아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영상 중간에 보시면 기계식 적/갈/청축과의 비교도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생각보다 대부분의 스태빌 소음도 잘 잡았고 키압도 균일하게 느껴졌지만 스페이스바는 유난히 짤깍거리는 소음이 나더군요. 스페이스바가 완벽히 수평이 아니어서 혼자서 조금 들떠있는 느낌인데, 드라이기로 스페이스바 키캡을 펴주고 스태빌 윤활을 보강하면 많이 완화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본적으로 제공된 스태빌용 추가 스프링을 장착하면 약간 완화되지만 스페이스바가 무겁게 느껴지게 됩니다. **
개인적으로 스페이스바 스태빌과 스프링 소음만 아니었으면 특별히 흠잡을 부분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 그냥 스페이스바 소음이 타이핑 도중 약간의 하이라이트 느낌이라 참고 쓰고 있지만, 예민하신 분들은 미쳐버릴(?) 수도 있는 수준이니 꼭 참고해두시기 바랍니다.
키캡은 이중사출 구조의 PBT 재질입니다. 나름 고급 키캡과 비교해도 특별히 부족할 것 없는 표면 마감과 강도였네요. 키캡을 분리해서 하단부를 보면 가끔 마감이 완벽하지 않은 부분도 발견되었지만, 굳이 키캡을 분리해서 보지 않는 이상 평소 사용 중에는 눈에 띄지 않습니다.
한성 GK898B의 최대 장점 중 하나가 바로 스템이 체리 키캡 규격과 호환이 된다는 것인데, 덕분에 마음껏 키캡 교환 놀이를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무접점 키보드는 대중적인 체리식 키캡과 미묘하게 호환이 맞지 않아서 잘못 사용하다가 키캡이 파손되는 경우도 많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매우 반가운 소식이죠.
정 그냥 레트로한 화이트+그레이 조합이 좋아서 키캡을 바꿀 생각은 없지만, 블랙 모델로 구매해서 키캡놀이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조금 듭니다.
전반적으로 GK898B의 타건음이나 키감에 대한 만족도는 노뿌의 “보글거림” 호불호, 그리고 스페이스바 스태빌 소음을 감수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4. 기능 & 사용성
사실 제가 굳이 한성 GK898B를 구매한 이유는 무접점 키보드에 대한 선호도 보다는 유선과 블루투스 연결이 모두 호환된다는 편의성 때문이었죠. 하지만 의외로 GK898B의 블루투스 기능은 기대 이하였습니다.
유선 1대+블루투스 3대까지 연결 설정이 가능한데, 이유 없이 기존에 저장해놨던 블루투스 기기로의 전환이 매끄럽게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가끔 발생하더군요. (Fn+Del/End/PgDn)
그리고 특이하게도 최초 블루투스 페어링을 할 때에는 기존에 연결된 다른 기기들의 블루투스 기능을 모두 끈 상태로 새 기기를 페어링해야 충돌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매뉴얼을 읽지 않거나 이 사실을 모를 경우 처음 블루투스 기기들을 세팅할 때 당황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어떤 블루투스 기기로 연결되어 있는지는 ESC키 하단에 있는 LED 램프로 확인이 가능한데, 빨간색이 1번 / 초록색이 2번 / 파란색이 3번 기기에 연결되어 있다는 표시입니다.
유선으로 연결되어 있을 때에는 Fn+Ins를 눌러서 블루투스 기능을 활성화를 먼저 시켜줘야 합니다. (이것도 약간 번거로운 부분…)
키보드의 USB-C 단자도 끼우기 어려운 하단부에 있어서 블루투스 모드로 사용하다가 충전할 일이 있을때 케이블을 연결하기 조금 번거로웠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그냥 키보드를 도킹 스테이션에 유선으로 연결해두고 사용하게 되더군요. (왜 블루투스 옵션을 고집했던거지?!)
하단부에 선을 정리해서 원하는 방향으로 뺄 수 있게 해주는 홈이 마련되어 있지만, 의외로 홈이 케이블을 잘 고정하지 못해서 잘 빠져나옵니다. 그래서 그냥 하단 중앙부로 케이블이 빠져나오는 방식으로 쓰도록 강제되더군요.
하단의 고무 발판의 고정력도 좋고 키보드 자체의 무게도 있어서 타이핑 도중 키보드가 움직이는 일은 없었습니다. 각도 조절을 위한 거치대도 2단으로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취향에 맞게 조절하면 되겠습니다.
하지만 각도 조절 스탠드의 플라스틱이 살짝 약해 보여서 자주 접었다 폈다 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냥 편안한 각도로 펼친 다음에 쭉 사용하는 것을 권장드리고 싶네요.
GK898B는 무접점 키보드라는 점을 활용해서 키 압력을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FN+F9으로 조절이 가능한데, 우측 상단의 LED가 1번 깜빡이면 얕은 깊이~3번 깜빡이면 깊은 깊이로 설정된 것으로 구분할 수 있더군요.
주로 빠르게 반복 입력을 해야 되는 게임 중에는 얕은 깊이가 유리하고 무게감 있는 타건감을 선호하면 깊은 깊이가 유리하죠. 기계식 키보드는 키 압력과 깊이에 따라 다양한 축으로 나눠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무접점 키보드만의 큰 장점 중 하나죠.
5. 총평
제 개인적인 구매 목적으로 따지면, 약간 주객이 전도된 느낌입니다. 타건감도 챙길 수 있는 블루투스 키보드를 원했는데, 정작 블루투스 기능을 활용하기에는 자잘한 불편함이 있어서 유선으로 쓰게 됐으니…
후면은 각도 조절 스탠드나 선 정리 홈의 마감이 조금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전반적인 타건감, 키캡 재질과 같은 기본기는 탄탄하게 갖추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스페이스바 스태빌 소음만 제외하면)
리뷰를 작성하다 보니 왠지 이 녀석을 구매해놓고 유선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억울해서 현재는 다시 블루투스 모드로 사용하고 있지만, 언제 또 연결 충돌이 발생할지는 모르겠군요. 키 압력 조절과 같은 기능은 매우 유용하지만, 정작 “블루투스”가 지원되는 무접점 키보드라는 매력을 잘 살리지 못한 것 같아서 살짝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블루투스 기능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보글보글거리는 특유의 귀여운 타건음을 잘 구현한 무난한 노뿌 무접점 키보드를 원한다면 상당히 만족스럽게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클래식한 디자인+펜타그래프 보다는 확실한 타건감을 원하지만 시끄러운 기계식은 싫고+사무용으로 활용하기 위한 풀 배열 키보드가 필요하다면 강력한 구매 후보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네요. 블루투스 기능은 그냥 보너스 정도로만 생각하신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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