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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로 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역사 – 3부 : 사티야 나델라

게사장(crabbyreview) 2021. 2. 1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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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마이크로소프트 CEO 특집의 마지막 편이군요. 빌 게이츠, 스티브 발머에 이어서 이번에는 현직 마이크로소프트의 CEO인 사티야 나델라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티브 발머가 CEO 직에서 사임하던 2014년은 마이크로소프트(이하MS)는 모바일 사업의 실패로 80억 달러의 적자가 누적되어있었고, 핵심 사업인 윈도우 OS도 향후 IOS나 안드로이드와 같은 모바일 플랫폼에 밀리게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그 와중에 차기 CEO로 지목된 사람이 바로 사티야 나델라인데, 원년 멤버로 이름이 잘 알려진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와는 달리 대중에게는 조금 낯선 인물이었죠. 하지만 사티야 나델라도 나름 1992년부터 MS에서 착실하게 커리어를 쌓은 멤버입니다.

 

초창기에는 서버 및 클라우드 서비스 개발 및 관리를 맡았고 MS의 Azure 서비스 개발의 핵심 인물이라고 합니다. 빌 게이츠가 완전히 MS의 경영에 손을 땐 2007년부터 MS의 전반적인 영업과 마케팅을 총괄하면서 스티브 발머의 신임을 받게 됩니다.

 

 

2013~2014년 당시의 MS에게는 위기 상황을 타파할 구원투수가 절실한 상황이어서 유명한 전문 경영인 CEO를 초빙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돌았는데, MS는 내부 인재풀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사티야 나델라에게 중요한 시기에 총지휘권을 넘겨주기로 결정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네요.

 

 

그럼 과연 내부 인물을 차기 CEO로 선택한 MS의 선택이 맞았는지, 그리고 2014년부터 사티야 나델라의 업적에 대해서 이번 포스트를 통해 간단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재기의 바람 ]

 

결과적으로 보면 현재 마이크로소프트는 다시 반등 중입니다. 실험작에 그치던 서피스 시리즈도 새로운 마케팅 철학으로 인해 대중에게도 인지도가 있는 제품군이 됐고, 서서히 모바일 OS의 한계를 느낀 사람들이 윈도우 OS로 회귀하면서 노트북 시장이 다시 살아나는 등, 호조가 지속되고 있네요.

 

 

요즘 해외 IT 기기 트렌드를 보면 가장 “핫”한 제품군이 바로 노트북인데, 노트북에는 대부분 윈도우 OS가 사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MS 입장에서는 굉장한 호재입니다. MS의 주가 추이만 보더라도 확실히 반등에 성공하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고요.

 

 

물론 수익성 개선의 가장 큰 이유는 엄청난 적자를 안겨주던 모바일 사업부를 2016년에 폐지시킨 것 때문이긴 합니다. 그 과정에서 수백 명의 기존 노키아 인력들이 해고됐지만, 당시 상황으로는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긴 하네요.

 

스티브 발머 시절에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엄청난 개발비를 소모하던 서피스 팀도 현재는 기존의 제품을 개량하는 수준이지, 과거에 비해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것에는 조금 소홀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본래의 소프트웨어 중심의 기업으로 회귀하려는 선택과 집중을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윈도우10은 출시 이후에도 수시로 유용한 기능들이 추가되고 있고, 큰 약점이던 모바일 기기와의 연동 기능도 많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요즘 새로 나온 RS5 업데이트의 연동 기능에 치명적인 버그가 있어서 조금 이슈가 되고 있긴 하지만요… (연동된 파일이 무작위로 삭제되는 증상이 있다고 합니다.)

 

 

사실 스티브 발머도 MS의 자체적인 하드웨어를 주된 수입원으로 생각하면서 투자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MS의 주 수입원이 윈도우 OS의 라이선싱과 소프트웨어 판매였기 때문에 윈도우를 적용시킬 수 있는 제품군을 확대시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죠.

 

이 때문에 MS는 오히려 거액의 개발비를 투자해서 만든 서피스와 같은 제품을 협력사가 카피해서 만드는 것을 장려하는 입장입니다. 하드웨어 협력사의 경쟁력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서피스 시리즈는 초고가 정책을 유지하고 있고요.

 

 

하지만 이런 표면적인 부분 외에도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서피스팀의 가장 큰 업적은, 윈도우 기기에 “섹시하다”라는 이미지를 심어준 것이지 않을까 싶네요.

 

과거에는 얇고 가벼운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IT 기기의 디자인 트렌드를 선도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고가의 최신 노트북이나 2in1 윈도우 기기들이 더 조명 받고 있습니다. 윈도우 기반 기기들이 이만큼이나 일반 소비자들에게 “트랜디”하다고 느껴진 것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네요.

 

 

모바일 시장에서는 MS의 독자적이 하드웨어를 개발하기보다는 기존의 IOS와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MS의 앱을 개발하는 형태로 영향력을 늘려가고 있는데, 나름 합리적인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과거의 MS는 리눅스, 안드로이드와 같은 경쟁 제품들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 때문에 의도적으로 MS 오피스와 같은 주력 상품을 리눅스, 안드로이드 버전으로 개발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경쟁사도 포용하라”라는 사티야 나델라의 정책 덕분에 생태계 구축에 대해서 더욱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된 거죠.

 

 

정작 사티야 나델라에 대한 포스트인데 전반적인 MS의 정책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한참 늘어놓은 것 같군요. 하지만 MS의 하드웨어 사업과 소프트웨어 사업의 이념에 대한 차이점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현재 사티야 나델라의 행보에 대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지면을 많이 할애해서 설명드리게 됐습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1) 마이크로소프트는 항상 소프트웨어 라이선싱과 판매가 주력 사업

2) 스티브 발머 시절의 하드웨어 개발은 새로운 윈도우 제품군의 개발을 위한 것

3) 사티야 나델라 시절의 하드웨어 개발은 윈도우 기기의 “이미지 개선”에 더 치중

4) 현재 윈도우 기기가 다시 트랜디한 기기로 조명을 받는 데에는 성공, 다시 소프트웨어 주력하기 위해서인지 서피스 팀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는 느낌

 

이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셔도 될 것 같습니다.

 


[ 사티야 나델라의 경영철학 ]

 

사티야 나델라는 인도인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금융가이고, 어머니는 산스크리트 문학 작가였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부모님들은 의견이 불일치하는 일이 많았다는데, 역설적으로 이런 환경이 나델라의 뚜렷한 주관과 조율 능력 형성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합니다.

 

 

이 때문인지 그의 지휘 하에 MS의 대내외 정책의 골자가 “화합”입니다. 물론 중간에 있었던 대규모 구조조정을 “화합”이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대외적으로는 위에 언급했다시피 MS는 현재 존재하는 플랫폼을 이기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기존의 생태계를 활용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부서 간의 소통과 정보 공유를 강조하고 있고, 실제로 소비자용으로 개발하는 소프트웨어와 플랫폼들도 정보 연동과 작업 과정의 간소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모습에서 이런 철학을 엿볼 수 있겠네요.

 

 

그리고 이런 클라우드 서비스, 편리한 연동 기능을 바탕으로 윈도우 10을 단순한 운영체제가 아닌 하나의 생태계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것이 사티야 나델라의 가장 큰 목표가 아닐까 싶습니다.

 

 

MS와 같이 선두주자의 입장에서 제품을 개발할 때 개발자와 소비자와의 괴리감을 줄이는 것이 정말 중요하죠. 아무리 개발자가 혁신적인 기능이라 생각해도 실생활에서 사용하기 편리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외면받기 마련인데, 이런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업에 “섬세함”이라는 성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티야 나델라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추진력과 섬세함을 겸비하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덕분에 방황하는 것 같던 MS의 사업 방향성도 뚜렷해짐과 동시에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할 줄 아는 홍보 자료들도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하죠.

 

스티브 발머 시절의 홍보 영상들은 대부분 제품의 기능을 나열하는 식의 광고였다면, 사티야 나델라 시절의 홍보 영상들은 제품의 전반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 짧은 한 마디로 그의 성격과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는 것 같네요. 바로 “회의를 할 때 어떻게 진행하느냐”를 물어보는 대목이었는데, 그의 대답은 “경청하고 말을 아끼되 중요한 순간에는 빠르게 결단을 내린다”였습니다. 단순하고 당연한 말 같지만 섬세함과 결단력은 공존하기 쉽지 않은 특징들이죠.

 

 

그의 다른 인터뷰 내용들도 들어보면 주관이 뚜렷하면서도 남의 의견을 수용할 줄 아는 리더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뭔가 인생을 통달한 구루 같은 느낌이랄까요…?

 


[ 사티야 나델라에 대한 평가 ]

 

아직 CEO로 임명된 지 오래되지는 않아서 정확한 평가는 힘들지만, 전 아직도 사티야 나델라를 유능한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CEO가 되자마자 빠른 속도로 흔들리던 MS의 중심을 다시 잡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었죠.

 

사실 전 MS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다시 트랜디한 기업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모바일 시장에서의 참패에서 회복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줄 알았는데, 과감한 모바일 사업부 정리도 의외였고요. 사티야 나델라의 성격상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전 MS와 같은 선두주자 기업들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고 하는 안전한 경영보다는 자신만의 색을 가지고 “미래의 컴퓨팅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사티야 나델라가 추구하는 방향이 모두 마음에 들지 않을 수는 있어도, 저는 이런 대기업의 줏대 있는 모습이 싫지만은 않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주변 사람들과 온갖 불협화음을 일으킴에도 불구하고 그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애플이라는 색채가 뚜렷한 기업이 존재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 싶네요. (팀 쿡에 대해서는… 노코멘트하겠습니다.)

 

 


 

드디어 3주에 걸친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스토리가 끝나게 됐군요. 마지막 사티야 나델라 편은 현직 CEO 인지라 평가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조금 있어서 힘들었네요.

 

야심찬 기획과는 달리 검색어 유입에 유리한 주제는 아니어서 그런지 리뷰 포스트에 비해 저조한 조회수가 조금 속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번 시리즈를 작성하면서 나름 새로 알게 된 것도 많고 재미있었습니다. 혹시 언제 학교 방학 숙제로 “좋아하는 CEO에 대해 써오세요” 같은 주제가 나오면 흥할지도 모르는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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