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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폰은 왜 망했을까?

게사장(crabbyreview) 2021. 2. 1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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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폰은 추가 하드웨어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던 2017년부터 이미 사망선고를 받은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에 공식적으로 소프트웨어 지원 종료 예정일까지 발표하면서 이제 사형 집행일까지 정해졌더군요.

 

이미 예정됐던 수순이었지만 막상 소식을 들으니 한때 윈도우폰에 관심을 많이 가졌던 소비자 입장에서는 꽤나 씁쓸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 IT 스토리는 윈도우폰은 어떻게 시작됐으며, 어쩌다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최대 실패작이 됐는지에 대해 한번 다뤄보고자 합니다.

 

 


[ 목차 ]

 

1. 모바일 시장의 선구자

2. 오만과 편견

3. 뒤늦은 추격, 잘못된 선택들

4. 마지막 희망은 없었다

 


[ 1. 모바일 시장의 선구자 ]

 

생각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오래전부터 모바일 시장에 관심이 많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미 1996년에 PDA 타입의 모바일 윈도우 기기를 출시했을 정도니, 빌 게이츠도 미래에는 휴대용 기기가 지배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생각은 어렴풋이 있었다고 보이네요.

 

 

이후 2000년부터 개발되기 시작한 포켓 PC 시리즈는 보다 현재의 스마트폰에 가까운 형태로 개발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폰은 모바일 OS를 확장시켜서 점점 PC가 가능한 작업의 영역까지 기능을 확장시켰다면, 이 당시의 포켓 PC는 기존 PC의 OS를 어떻게든 휴대용 기기 인터페이스로 맞추려고 했다는 점이 큰 차이점이겠죠.

 

 

포켓 PC를 통해서 어느 정도 모바일 인터페이스가 갖춰지자, 마이크로소프트는 2003년부터 정식으로 “윈도우 모바일”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세대 넘버링이 부여된 OS 업데이트를 하기 시작합니다.

 

삼성도 윈도우 모바일 5.0 시절에 싱귤러라는 모델명의 윈도우 스마트폰을 출시한 적이 있죠.

 

 

하지만 위의 사진들을 자세히 보면 모든 스마트폰들은 HP, Dell, 삼성과 같이 별도의 하드웨어 제조사가 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단지 윈도우 모바일 OS만 제공하는 형태였죠. 사실 현재의 구글과 비슷한 정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무료인 안드로이드와 다르게 윈도우 모바일은 유료 OS였지만요.

 

사실 윈도우 모바일의 전성기였던 2004년 전후로는 오픈소스 심비안 OS를 제외하면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자랑할 정도였으니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2. 오만과 편견 ]

 

윈도우 모바일의 가장 큰 패착 중 하나는 스마트폰 시장에 열심히 투자를 하면서도 그 시장을 과소평가했던 이중적인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당시 스마트폰을 철저히 “기업용” 디바이스로 규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는 애초에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스마트폰에 물리 키보드와 스타일러스 기능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었죠. “업무용” 스마트폰이라면 이메일 확인과 서명, 노트 작업을 위해서 꼭 필요한 기능이라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당시 윈도우 모바일 OS의 인터페이스 자체가 소형 화면에 최적화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스타일러스와 키보드가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스티브 잡스도 아이폰을 발표할 때 “스타일러스는 사용자의 편의를 위한 물건이 아니라 직관적이지 않은 인터페이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도구”라며 일침을 놓은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 CEO였던 스티브 발머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열광했던 아이폰의 출시 소식을 접한 후에도 어차피 스마트폰은 업무용 기기이기 때문에 500달러나 주고 저런 기기를 구매할 일반 소비자는 없을 것이라며 일축했었죠.

 

 

이 당시 상황을 조금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스티브 발머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논할 필요가 있지만, 이건 이전에 작성했던 포스트가 별도로 있기 때문에 링크로 대체하겠습니다.

 

그 이후 내용은 대부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이폰은 혁명적이라고 할 정도의 성공을 거두게 되고, 구글은 뒤늦게 오픈소스 안드로이드 OS로 물량공세로 대응을 하게 되죠.

 

스티브 발머의 예상과는 달리, 스마트폰 시장은 빠른 속도로 기업용에서 개인 소비자용으로 급변하게 되면서 이에 대응할 준비가 안 돼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급격한 속도로 점유율을 잃기 시작합니다.

 

 


[ 3. 뒤늦은 추격, 잘못된 선택들 ]

 

이미 방향을 바꾸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판단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어떻게든 기업용 스마트폰 시장이라도 사수하려고 했지만, 결국 개인 소비자와 기업 고객 모두가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으로 빠져나가게 됩니다.

 

 

더 이상 개인 소비자 시장을 무시할 수 없다고 판단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2012년에 윈도우 8이라는 야심작(이라고 읽고 망작이라고 해석한다)을 내놓게 됩니다.

 

이때 마이크로소프트는 다시 한번 큰 실수를 하게 되는데, 지나치게 모바일 시장을 의식한 나머지 윈도우 8의 PC 버전도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최적화된 모바일 위주의 인터페이스 그대로 출시했다는 것이죠.

 

 

이로 인해 윈도우 8은 PC 유저들 사이에서 비스타와 더불어서 최악의 윈도우 중 하나로 손꼽히게 됩니다.

그나마 윈도우 8이 탑재된 스마트폰들은 나름 깔끔한 인터페이스와 당시에는 참신했던 라이브 타일 기능 때문에 긍정적인 여론을 형성하게 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브랜드 파워와 자본, 그리고 2년 동안 열심히 이를 갈면서 다듬은 OS였기 때문에 이론상 윈도우 8 모바일은 성공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두 아시다시피 윈도우폰은 제대로 날개를 펴보기도 전에 추락해버리고 말았죠.

 

 

윈도우 모바일이 몰락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전 마이크로소프트의 자존심이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2012년이면 안드로이드가 이미 오픈소스 OS 물량공세로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던 상황인데,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8 모바일 OS를 유료로 배포합니다. 이미 생태계가 갖춰진 무료 안드로이드 OS가 있는 마당에 제조사들은 굳이 윈도우 라이선스를 구매하면서 스마트폰을 만들 이유가 전혀 없었죠.

 

 

심지어 당시 윈도우 8 모바일의 성공이 절실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협력 제조사들에게 과도할 정도의 품질 관리를 요구했다고 하니, 제조사들 입장에서는 윈도우폰을 집중해서 만들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는 애플과 같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노키아와 긴밀하게 협업하기 시작합니다. 그 대가로 노키아의 윈도우폰은 라이선스 비용 없이 윈도우 8 모바일 OS를 사용하게 해줬던 것이죠.

 

 

하지만 노키아에게만 OS 비용을 면제해주는 특혜는 후폭풍을 몰고 올 수밖에 없었고, 다른 제조사들은 이를 계기로 윈도우폰 제작에서 완전히 등을 돌리게 됩니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는 노키아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스스로 만들어내게 된 셈이군요.

 


[ 4. 마지막 희망은 없었다 ]

 

윈도우 8 모바일의 성망이 노키아의 손에 달리게 되자, 마이크로소프트는 2013년에 노키아를 인수하기로 결정합니다. 무려 54억 유로(한화 약 7조 원)에 달하는 역대급 인수로 인해 자금력이 풍부하던 마이크로소프트도 한동안 금전적으로 휘청하는 계기가 됐죠.

 

 

하지만 이미 윈도우 8 모바일의 생태계는 정체된 상태였고, 아무리 제품과 기술력이 좋다고 한들 스마트폰이라는 제품 특성상 생태계 구축이 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의 CEO였던 스티브 발머는 윈도우 8의 실패와 노키아의 인수합병에 대한 책임을 추궁당하면서 2014년에 사퇴하게 됩니다.

 

 

스티브 발머의 사퇴 후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점차 몰락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으나, 차기 CEO로 임명된 사티야 나델라의 역대급 경영으로 인해 현재 마이크로소프트는 다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사티야 나델라는 취임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의 엄청난 경영 부담이었던 노키아의 모바일 부서를 과감하게 정리하고 윈도우 10을 통해 윈도우를 PC와 모바일이 통합된 형태로 계량하는 것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윈도우 10은 PC 운영체제임에도 불구하고 앱스토어와 같은 Microsoft Store 기능이 많이 강조되어 있는데, 과거에 척박했던 윈도우 8 모바일 시절과 달리 이제는 제법 다양한 앱들이 도입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생태계를 바탕으로 퀄컴 스냅드래곤과 같은 ARM 프로세서를 이용한 새로운 윈도우 모바일 시장 개척에 준비를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실제로 최근에 ARM 프로세서가 장착된 윈도우 태블릿들이 조금씩 모습을 보이고 있고요.

 

 

물론 아직까지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앱스토어는 생태계나 인터페이스 개량을 많이 해야겠지만, 그래도 생태계를 먼저 키운 후에 하드웨어를 출시하겠다는 자세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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