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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13 (Article 13) – 유럽의 미디어 쇄국 정책

게사장(crabbyreview) 2021. 2. 1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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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의 IT 스토리 주제는 과거 역사에 대한 내용이 아닙니다. 바로 최근에 유럽 연합(EU)에서 통과된 아티클 13이라는 법안에 대한 것인데, 해외 커뮤니티에서는 큰 논란이 되고 있는 것에 비해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것 같아서 이번에 특별히 지면을 할애해서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이번 포스트를 통해 아티클 13이 정확히 어떤 법안인지, 그리고 왜 논란이 되고 있는지에 대해 조명을 해보면서 국내에서는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목차 ]

 

1. 아티클 13과 탄생 배경

2. 아티클 13의 파급력

3. 개인적인 견해

 


[ 1. 아티클 13과 탄생 배경 ]

 

EU에는 기존에도 “Directive on Copyright in the Digital Single Market”이라는 디지털 저작권에 관련된 합의된 규범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2018년 9월에 이 규범에 대한 항목들이 개정되면서 특정 부분인 13조(Article 13)가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아티클 13을 의역하자면,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디지털 미디어 업체들은 저작권법에 위배되는 콘텐츠가 자사의 플랫폼에 게시되지 않도록 협조할 의무가 있다.

– EU 저작권법 13조 –

 

물론 미디어 업체들의 협조 범위와 책임에 대한 세부 사항은 협의 중이지만, 내년 1분기 내로 협의 후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언뜻 보면 별다른 내용이 아닌 것 같지만, 아티클 13에 내포된 의미를 파헤쳐 보면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대형 미디어 채널들의 저작권 정책을 뒤엎을 정도의 파급력이 있는 변경점입니다.

 

 

기존의 미디어 채널에서 개인 창작자들은 저작물이 도용될 경우 본인이 직접 해당 콘텐츠를 신고하고 본인의 저작권에 대한 증빙을 해야 했습니다. 물론 유튜브와 같은 채널에서는 이 과정을 직/간접적으로 도와주는 시스템이 있었지만 의무 사항은 아니었죠.

 

 

하지만 아티클 13이 효력을 발휘하게 되면 저작권을 침해하는 콘텐츠에 대한 통제의 책임 주체가 개인이 아니라 미디어 플랫폼에게 넘어가게 됩니다. 예를 들어, 유튜브에 저작권에 침해되는 영상이 올라가 있을 경우 EU는 앞으로 유튜브에게 책임과 벌금을 물게 된다는 거죠.

 

물론 기본적인 의도는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만, 아직 “합당한 저작권”의 범위가 명확히 정의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미국에서는 “교육용”, “비영리적” 목적의 콘텐츠에는 원저작권자에게 금전적인 피해가 가지 않는 이상 저작물을 활용할 수 있게 허용합니다. 이를 “공정한 사용(Fair Use)”라고 하는데, EU에서는 이런 사용을 허락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디어 플랫폼들은 EU 기준의 저작권 침해 콘텐츠를 모두 제거하고 통제하거나 EU 전역에 서비스를 중단하는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거죠.

 

 

EU는 구글이 개발한 오픈소스 안드로이드 OS에 자사 프로그램인 크롬과 구글 서비스를 선 탑재했다는 이유로 약 50억 달러 규모의 벌금을 부과할 정도로 해외 기업에 대한 벌금 규정이 엄격합니다. 앞으로 아티클 13을 이용해서 미디어 플랫폼에 벌금을 부과할 명분이 생긴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지게 될지 뻔하겠죠.

 

 

그나마 이 법안이 저작권자의 권익 신장을 위한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일각에서는 EU의 미디어 정보 통제와 벌금을 통한 수익이 주 목적이 아니냐는 음모론도 퍼지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우려가 됩니다.


[ 2. 아티클 13의 파급력 ]

 

이해하기 쉽게 유튜브를 예로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아티클 13이 통과될 경우 유튜브는 EU 회원국에 서비스 자체를 모두 포기하거나 EU의 새로운 기준에 맞춰서 저작권 위배에 해당될 수 있는 모든 콘텐츠를 통제해야 합니다.

 

극한의 상황에 다다르면 유튜브가 유럽 서비스를 포기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겠지만, 대부분의 미디어 플랫폼들은 유럽 시장을 놓치고 싶지는 않겠죠. 그렇기 때문에 유튜브도 최대한 EU의 새로운 규정에 맞추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 시간이 300시간 이상의 영상이 업로드되는 유튜브 플랫폼에서 현재의 알고리즘으로 저작권 위배 여부를 모두 파악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수작업으로 모든 영상을 검열하는 것도 불가능하고요.

 

 

결국 수작업으로 검열이 가능한 몇몇의 대형 채널들을 제외하고는 매우 엄격한 저작권 관리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수밖에 없겠죠. 어찌 됐건 저작권에 위배되는 콘텐츠에 대해서 유튜브에게 벌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 위험을 감수하기는 힘들거라 생각합니다.

 

그럴 경우 영화나 게임의 장면이 포함된 영화, 게임 리뷰, 스트림과 같은 모든 콘텐츠가 근본적으로 규제의 도마 위에 올라가게 됩니다. 애초에 대부분의 리뷰 영상에는 원본 콘텐츠의 내용 포함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채널의 운영 자체가 불가능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만약에 유튜브가 EU의 새로운 법규에 응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라고 판단하고 유럽에 대한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결정한다면 영어 기반의 채널들은 엄청난 수의 시청자를 잃게 됩니다. 콘텐츠 제작자나 유튜브 입장에서 모두 손해인 셈이죠. 그나마 한국어 기반 채널들은 타격이 덜하겠지만 어떤 식으로 불똥이 튈지는 예측하기 힘듭니다.

 

그리고 유럽은 몇몇의 인증된 미디어 채널을 제외한 언론의 자유를 완전히 잃게 되면서 언론 통재의 시대에 들어서게 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하겠습니다.

 

 

다행히 EU 내부에서도 내년(2019년) 1월에 아티클 13에 불분명하게 명시된 “저작권법에 위배”와 “협조할 의무”의 범위에 대해서는 다시 논의할 계획이라고 하니 아직은 지켜봐야겠죠.

 


[ 3. 개인적인 견해 ]

 

EU의 미디어 통제, 벌금을 통한 수익성 강화에 대한 부분은 음모론이니 일단 배제하고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아티클 13의 기본적인 목적은 저작권자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것이겠죠. 특히 1인 미디어에 가장 도용이 많이 되는 콘텐츠인 영화, 음악 산업 군 종사자들이 아티클 13을 추진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합니다.

 

 

저도 저작권은 지켜줘야 된다는 입장이고 아직 우리나라의 저작권 의식은 한참 갈 길이 멀었다는 생각이지만, 과도한 저작권 보호도 분명히 역효과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작권은 결국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조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서 보다 인류에 발전이 되는 창작물들이 많아지는 것을 장려하기 위한 것이지, 후발주자들의 성장 가능성을 짓밟아버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작권은 분명 존중하되, 미국처럼 “공정한 사용(Fair Use)”에 대한 개념을 확실히 정립하는 것이 가장 절충된 방안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분명 타 저작물을 바탕으로 한 2차적인 콘텐츠도 원 저작자에게 이득이 되는 상황이 있죠. 예를 들어, 재미있는 영화나 게임을 소개하는 미디어 채널의 경우 타인의 저작물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제작하지만, 이 내용을 접한 이들은 원 저작물을 적극적으로 찾아보게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노출을 통한 광고효과인 거죠.

 

 

그렇기 때문에 원 저작물의 상업적인 가치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일정 수준의 “공정한 사용”에 대해서는 허용하는 것이 모두가 상생하는 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개개인의 저작권 의식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겠지만요.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되, 새로운 2차적인 콘텐츠의 자유를 억압하지 않는 밸런스의 유지가 핵심이지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아티클 13의 얘기에서 갑자기 전반적인 저작권에 대한 내용으로 조금 빠져들어갔는데, 다시 원 주제로 돌아가 보도록 하죠.

 

현재 SNS나 유튜브와 같은 미디어 채널에서 남의 콘텐츠를 무단으로 도용해서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규제하기 위해서 저작권법의 강화는 분명 필요한 조치지만, 이번에 발표된 아티클 13은 모든 책임을 전적으로 기업에게 떠넘기고 정부는 벌금만 징수하겠다는 매우 이기적이고 게으른 법안이라는 느낌을 지우기가 힘듭니다.

 

 

거시적으로 보면 저작권법은 인류 문명의 발전 속도와도 직결된 개념입니다. “도용되는 저작물이 많으니 콘텐츠 운영 기업에게 책임을 물자”라는 1차원적인 발상으로 해결을 하려고 들기에는 민감한 내용이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아직 아티클 13의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합의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 모든 내용이 저의 망상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최정 법안은 매우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형태로 다듬어질 수도 있겠죠.

 


혹시라도 아티클 13이나 저작권에 대한 의견이 있으실 경우 댓글을 통해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번 포스트는 거의 제 개인 의견에 가깝기 때문에 “정중한” 토론이나 지적은 얼마든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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