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19 소식 정리하느라 IT 스토리 포스팅을 조금 쉬었다가 다시 쓰려니 조금 막막하네요. 그래서 예전부터 기획했던 에이수스(Asus)에 대해서 한번 포스팅해볼까 합니다.
사실 이전에도 에이수스 관련 내용을 작성하려다가 정보가 너무 부족해서 포기했었던지라 평소보다는 기업의 역사와 경영에 관한 내용은 조금 부실할 것 같네요 ㅜ.ㅜ
그리고 에이수스가 메인보드로 유명한 회사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노트북 위주의 리뷰로 돌아가는 블로그이다 보니 조금 노트북에 비중을 실어서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 1. 메인보드로 시작된 회사 ]
에이수스는 1989년에 대만의 IT 기업인 에이서(Acer)에서 일하던 4명의 하드웨어 엔지니어가 모여서 설립한 회사입니다. (T.H. Tung, Ted Hsu, Wayne Tsiah and M.T. Liao)
많은 IT 스타트업 기업들이 그렇듯이, 처음에는 뭔가 엄청난 걸 만들겠다는 것보다는 보다 자유롭게 컴퓨터 제품들을 만들고 싶어서 회사를 만들게 됐다고 하는군요. 당시에 대만은 내부적으로 PC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국제적으로도 인지도가 많이 떨어지는 국가였습니다.
1980년대에는 과거에 유망했던 DRAM 제조업은 이미 포화 상태고, CPU 제조 경쟁도 결국 인텔의 x86 프로세서의 승리로 굳혀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에이수스 입장에서는 기술력을 투입할 수 있는 유의미한 컴퓨터 부품을 제조하는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에이수스는 메인보드 시장을 공략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메인보드를 개발할 때 CPU와의 호환성 테스트를 해봐야 하는데, 인텔 입장에서는 신생 기업인 에이수스한테 최신 CPU 데모들을 제공해줄 이유가 없었죠.
하지만 에이수스의 초창기 4인방은 엄청난 공돌이 정신을 발휘해서 데모 CPU 없이도 호환성과 성능에 문제가 없는 메인보드를 개발하는 저력을 보여줍니다. 당시 인텔도 IBM에서 개발한 신제품 486 CPU 메인보드와의 호환 문제를 겪고 있었기 때문에 바로 에이수스의 메인보드를 채택하게 됐고요.
하지만 성공적인 초기 제품과는 달리, 회사의 경영 방면에서는 노하우가 없었던 초창기 멤버들은 늘어나는 주문량과 직원 관리 방면에서 큰 어려움을 겪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조니 시(Jonney Shih)인데, 워낙에 회사의 간판과도 같은 존재라서 그를 에이수스의 창시자로 알고 있는 사람도 많습니다.
조니 시도 에이서에서 촉망받던 엔지니어이자 마케터였지만, 사실 마케팅은 회사 정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것이지 원래부터는 뼛속까지 공돌이였다고 합니다. 조니 시도 원래 에이수스의 창립 당시 초대 멤버로 영입 제의를 받았지만 당시 그의 멘토이자 에이서의 회장인 스텐 시를 돕기 위해 거절했다고 합니다.
조니 시는 에이서의 경영 상황이 안정 궤도에 오르게 되자, 1992년부터 본격적으로 에이수스에 합류하게 됩니다. 스탠 시도 그의 이직을 흔쾌히 허락하고 성공을 기원해줬고, 그 둘은 오늘날까지 좋은 관계로 지내고 있다고 하네요. (에이서와 에이수스는 라이벌 아니었나?!)
조니 시는 에이수스에 들어오자마자 대만 국립대학의 촉망받는 인재들에게 모조리 직접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에이서에서의 활약과 인품으로 업계의 존경을 받고 있던 조니 시의 영향 때문인지 수많은 인재들이 에이수스에 몰려오기 시작합니다.
[ 2. 에이수스의 성장 ]
초대 멤버가 모두 엔지니어 출신이다 보니 에이수스는 기술력과 품질 관리에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PC 제조사들은 에이수스의 메인보드를 명품이라며 선호하게 되면서 회사는 성장할 수 있었죠.
하지만 당시 에이수스는 OEM 주문생산 방식이었기 PC 제조사들 입장에서는 품질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단가가 저렴한 제품을 선호했습니다. “에이수스 메인보드가 품질은 좋지만 비싸다”라는 얘기가 이때부터 나오기 시작한 거고요.
다행히 소비자용 PC의 부품들이 점점 규격화되고 독립적인 생산과 조립이 가능해지면서 메인보드 시장은 90년대 후반부터 크게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에이수스도 이때부터 OEM 주문 생산이 아니라 ASUS라는 브랜드를 달고 직접 메인보드 부품을 판매하기 시작했죠.
특히 이때부터 기존의 황토색, 혹은 초록색으로 일관되던 메인보드의 PCB 색상에도 변화를 주기 시작해서 디자인적인 요소도 신경을 쓰기 시작합니다. 사실 메인보드라는 부품이 컴퓨터 내부에 있어서 평소에 볼 일은 없지만, 최근에는 투명 아크릴 컴퓨터 케이스도 많아서 이쁜 메인보드를 찾는 사람도 제법 많습니다.
그리고 에이수스는 추가로 수익성 개선을 위해 프리미엄 메인보드 외에도 보급형 메인보드, 그래픽카드, 모니터 시장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AsRock이라는 가성비 메인보드 제조사가 바로 에이수스가 2002년에 보급형 메인보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설립한 자회사라는 것입니다.
현재는 AsRock이 에이수스 직속 휘하는 아니지만, 다음 장에 언급할 AsusTek 계열사의 페가트론(Pegatron)에 속해있기 때문에 결국은 같은 가족이라는 거죠.
그래픽카드와 더불어 게이밍 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RoG(Republic of Gamers)라는 독자적인 게이밍 하드웨어 브랜드도 만들었습니다. RoG 브랜드는 AsRock 과는 다르게 현재도 에이수스 내부의 브랜드이기 때문에 현재도 에이수스 공식 홈페이지에 RoG 관련 상품과 그래픽카드도 소개가 돼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저도 현재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가 Asus Prime 270-A 메인보드에 RoG Strix GTX970 그래픽카드 조합입니다. 저렴한 세팅을 할 때에는 다른 브랜드를 보지만 오래 써야 되는 컴퓨터를 사야 될 때에는 왠지 에이수스 제품을 찾게 되더군요.
마지막으로 에이수스의 노트북 시장에 대한 진입도 언급을 안 할 수 없는데, 2000년대 중~후반에 한창 유행했던 “넷북”이라는 제품군의 기원이 바로 에이수스의 Eee PC였다고 합니다. (외쳐 EEE!) 당시에 노트북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사용해보지 않았을까 싶네요.
하지만 2010년 이후에는 모두 아시다시피 강력한 성능의 울트라북들이 등장하면서 넷북은 시장에서 점점 사라지게 되고 에이수스도 2013년에 Eee PC의 단종을 선언하게 됩니다.
그 후에는 프리미엄 카테고리의 젠북, 보급형 카테고리의 비보북, 그리고 게이밍 카테고리의 RoG로 노트북 라인업을 재정비해서 현재 국제 시장에서는 꽤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 3. 계열사의 분리, AsusTek ]
2000년도 초반에 프리미엄 제품만으로 수익성의 한계를 느꼈던 에이수스가 다양한 사업에 진출하면서 급속도로 덩치가 커지게 됐는데, 각 사업분야의 원활한 관리를 위해 2008년에 계열사 3개로 분리를 하게 됩니다.
계열사명은 AsusTek로, 현재 대만 증권 시장에서도 에이수스의 주식 거래 코드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AsusTek 계열사 구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
[ 에이수스 Asus ]
일반 소비자에게 가장 친숙한 계열사. 노트북, 메인보드, 그래픽카드와 같은 엔드 제품 판매를 담당.
[ 페가트론 Pegatron ]
90년대의 에이수스처럼 타 제조사의 OEM 제품 생산을 담당. 오랜 세월 애플의 아이폰 조립을 담당했던 업체. 현재는 아이폰의 판매 부진으로 인해 애플과 결별할 분위기
[ 유니한 Unihan ]
케이스, 몰딩과 같은 1차 부품의 제조 담당.
IT 소식을 자주 접하는 분들은 페가트론을 직접적으로 알지는 못해도 아이폰 관련 기사에서 얼핏 들어본 적은 있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네요. 페가트론의 이름 어원이 나름 재미있는데, 날개 달린 말인 페가수스와 기계 Tron의 합성어라고 합니다.
애초에 “Asus”라는 사명도 “Pegasus”에서 앞 글자만 지운 것이라고 하니 진정한 계열사식 네이밍 센스네요. 하지만 대만에서는 옛날부터 에이수스를 華碩(빛날’화’+클’석’?)라는 이름을 영어식으로 표기한 것이라고 하기 때문에 페가수스 이야기는 나중에 적당히 그럴듯하게 만들어진 얘기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예전부터 “아수스”, “에이수스” 발음 문제로 혼선이 있었는데, 대만 본사에서 공식적으로 “에이수스” 발음이라고 지침을 내렸다고 합니다. (페게이수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장난으로 “아서스 노트북”, 혹은 “SNSV 노트북”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고…
[ 4. 에이수스의 현재 모습 ]
에이수스는 국내에서도 메인보드로는 유명하지만, 노트북은 비교적 생소한 편입니다. 아무래도 국내 제조사인 LG와 삼성이 버티고 있기도 하고, 해외 브랜드로는 레노버, HP, 델과 같은 제조사 제품들을 접할 기회가 훨씬 많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에이수스도 넷북의 몰락 이후로 울트라북 시장에서 조금 주춤하다가 2017년부터는 눈에 돋보이는 제품들을 많이 출시하면서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위에 언급한 노트북 3강을 제외하면 에이수스가 전 세계 노트북 시장의 10% 정도를 점유하면서 4위로 바짝 따라잡고 있고, 동남아 지역에서는 레노버와 델을 오히려 앞서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델이 주도했던 베젤리스 노트북의 트렌드를 오히려 에이수스가 선도하고 있고, 제피러스 시리즈의 독특한 발열 구조, 젠북 프로의 스크린 패드와 같은 도전적인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직도 시장 점유율을 더 올리기 위해서인지 에이수스 노트북들은 동급 카테고리 내에서 비교적 저렴한 편입니다. 물론 그 때문에 마감이나 확장성 측면에서 조금 아쉬운 경우가 생기긴 하지만요. 그래도 전반적으로 나름 디자인도 챙기는 가성비 느낌이 들어서 제법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쓰다 보니 약간 에이수스 노트북 홍보 느낌이 조금 나는 거 같지만, 2017년부터 노트북 신제품을 나름 유심 있게 관찰해본 결과 향후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는 많이 성장할 가능성이 보인다는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기업용 시장은 다른 얘기지만…)
예전부터 IT 스토리로 다루고 싶던 주제였지만 에이수스 관련 자료는 구하기가 힘들어서 이제서야 시도해보게 됐네요. 특히 CEO인 조니 시와 경영에 관한 내용도 많이 궁금했는데 회사 초창기 시절을 제외하고는 기록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에이수스의 젠폰(ZenFone) 스마트폰도 소개하려고 했으나, 국내에서는 많이 생소한 제품군이라 지면 문제상 생략했습니다. 작년 4월에 대만에 놀러 갔을 때 지하철에 대부분의 사람이 젠폰을 사용하던 것으로 봐서 대만에서는 갤럭시급으로 인기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에이수스 얘기는 메인보드 하나만 가지고 해도 여러 포스트를 뽑아낼 수 있을 정도이기 때문에 그냥 대략적인 흐름만 이렇다는 개념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보 >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OLED 노트북 번인은 없나요? – 기가바이트 에어로15s 모델 8개월 사용 후기 (3) | 2021.02.11 |
---|---|
셴젠 – 중국의 실리콘 밸리 (0) | 2021.02.11 |
HP의 역사 – 확고한 기업 철학의 성공 사례 (0) | 2021.02.11 |
야후(Yahoo!)의 성공과 몰락 – 시대에 잡아먹힌 공룡 (0) | 2021.02.11 |
닷컴 버블 – 20세기의 마지막 투기 열풍 (0) | 2021.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