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델 XPS15와 기가바이트 뉴 에어로15를 필두로 노트북에 본격적으로 OLED 디스플레이가 사용되기 시작했죠. 사실 대부분의 사용자가 OLED 화면이 좋은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장기간 사용했을 때 특유의 번인 증상이 두려워서 쉽게 사용하기 망설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스마트폰보다 정적인 화면을 출력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노트북의 경우는 더더욱…
제가 작년 7월에 뉴 에어로15를 리뷰하기 위해서 OLED 모델을 구매했었는데, 의외로 마음에 들어서 JN테크리뷰 홈페이지 관리 담당인 Tot님이 현재까지 메인 노트북으로 쭉 사용하고 있습니다. Tot님의 본업이 인테리어 디자이너라서 디스플레이의 색감과 3D 그래픽 툴도 원활하게 구동이 되는 성능이 중요했기 때문이죠.
저는 노트북을 상당히 아껴가면서 사용하지만 Tot님은 정말 무자비하게 사용하는 편입니다. 낮에는 노트북으로 도면, 그래픽 디자인 작업을 하고 밤에는 게임을 하는 패턴이라 하루 중 사용 시간도 매우 길고요. 심지어 듀얼 모니터에 연결해서 사용할 때에는 노트북 화면은 그냥 바탕화면을 띄운 상태로 몇 시간동안 놔두기도 합니다. (OLED 화면 번인의 천적은 같은 화면 오래동안 띄워놓기…)
그렇기 때문에 Tot님이 노트북을 실사용한 8개월의 시간은 일반적인 사람이 사용할때보다 훨씬 가혹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었다고 생각해도 무방하죠. 과연 이런 사용 패턴에서도 노트북 화면에 번인이 안오고 잘 버티고 있는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번인 따위는 전혀 없습니다. 나름 다양한 밝기에서 여러 종류의 색과 사진을 띄우면서 테스트해봤는데, 번인의 흔적조차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여전히 로그인 배경화면은 실제 사진으로 착각할 정도로 선명했고, OLED 특유의 청색 표현력 퇴화 현상도 없었습니다.
노트북을 험하게 써서 외관은 조금 지저분하지만, 디스플레이만 놓고 보면 여전히 신품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물론 앞으로 1~2년 더 사용해본 후에 상태가 어떨지는 확인해봐야겠지만요. 조금이라도 번인의 징후가 보이면 2년 무상보증이 붙은 디스플레이니까 그 전에 교체받아야겠죠.
왜 번인이 안올까?
이론상 노트북이 스마트폰보다 훨씬 번인이 오기 쉬운 환경인데 왜 문제가 없는걸까요? 저도 전문가는 아니라서 100% 확신을 가지고 답변을 드릴 수 없지만,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노트북의 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먼저 OLED와 LCD 디스플레이의 차이점에 대해 이해를 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해당 부분은 여기 링크를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기본적으로 OLED의 번인은 모든 소자의 수명이 균일하지 않게 닳기 때문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특히 스마트폰은 작은 화면에 고해상도 패널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소자의 개별 크기가 작을 수 밖에 없죠. 상식적으로 큰 소자가 밝은 빛을 내는 것보다 작은 소자가 밝은 빛을 내는게 어렵습니다. 심지어 보통 밝기가 350nits 이상이면 “밝다”고 표현하는 노트북과 달리, 스마트폰은 800nits 까지도 가볍게 올라가고요.
결국 스마트폰의 OLED 소자는 체구가 작은 패널티를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트북보다 최대 밝기가 훨씬 높게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번인이 쉽게 온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그런 반면, 노트북은 아무리 해상도가 높아도 픽셀의 밀집도(PPI)가 스마트폰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보다 큰 소자를 사용할 수가 있습니다. 이로 인해 스마트폰의 오밀조밀한 소자보다 밝은 빛을 표현하기 훨씬 쉬워진다고 생각할 수 있겠죠. (이 부분은 제 뇌피셜이 약간 섞여 있으니 참고만 해주세요)
결국 노트북은 소자에 무리가 덜 가는 환경인데다가 사용자가 기대하는 최대 밝기도 스마트폰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애초에 소자의 수명이 길게 유지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참고로 뉴 에어로 OLED 최대 밝기는 450nits) 사실 스마트폰도 밝기를 낮게 설정해서 사용하면 번인이 잘 오지 않는 것과 비슷한 원리겠죠.
그렇다면 여기서 면적이 넓은 OLED TV는 생각보다 번인이 잘 온다고 반박하실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일반적인 OLED TV는 밝기가 보통 800~1200nits 사이이고, HDR 기능이 지원되는 제품의 경우 2000nits까지 올라가는 제품도 있으니 최대 밝기의 급이 완전 다르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OLED 소자의 밀집도로 인한 수명 변화는 온라인에서 얻은 지식이라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최대 밝기에 따라 소자의 수명이 달라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에 노트북 환경에서는 생각보다 OLED 패널에 큰 무리가 가지 않는다고 봐도 되겠죠.
그래서 결론은?
번인은 개인의 사용 패턴, 그리고 어느 수준부터 번인이라고 볼것이냐에 따라 편차가 크겠지만, 전 개인적으로 현 상황에서 OLED 노트북은 2년 이상 불편함 없이 사용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해봅니다. 이번 글에서 언급한 뉴 에어로 15S를 사용하는 Tot님도 항상 밝기 100% 고정해두고 사용하는데도 문제가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정 걱정이 되신다면 디스플레이 밝기를 75% 정도로만 설정해둬도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IPS 디스플레이 노트북 최대 밝기가 300nits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체감상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이기도 하고요. 단, 정확한 색 표현력이 필요한 작업을 자주 하신다면 꼭 화면 밝기를 고정해서 사용하시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OLED 디스플레이는 화면 밝기에 따라서 색 표현력이 미세하게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플리커링을 언급하지 않은 것 같아서 간단히 테스트해봤습니다. 카메라 셔터 속도를 1/3200으로 녹화해도 플리커링은 거의 관찰되지 않는 수준이어서 눈 피로도가 심하지 않은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애초에 플리커링이 OLED 소자의 수명을 연장시키기 위한 장치이기 때문에 노트북 OLED 패널의 밝기 수준에서는 심한 플리커링이 필요 없다고 판단한 것이 아닐까 싶네요.
단, 장시간 같은 화면을 오래 봐야 하는 노트북의 특성상, OLED 특유의 농도 높은 색 표현력 때문에 눈이 피로해질 수는 있습니다.
(20.05.02 추가)
추가로 댓글에 OLED 패널의 특정 색역의 회색 표현력이 균일하지 않다는 제보가 있어서 추가로 테스트해봤습니다. 대부분의 화면에서 이상을 발견할 수 없었는데 정말 절묘하게 딱 특정 회색 구간에서만 조금 화면이 불균일하게 보이는 모습이 발견돼서 사진 추가합니다.
노트북 OLED 패널에 대한 궁금한 점은 댓글이나 디스코드 오픈채팅을 통해서 문의해주시면 아는 한도 내에서는 답변해드리겠습니다. 이 포스팅이 유용하셨다면 주변에 이런 정보가 필요한 분들에게 공유해주시면 사이트 운영에 큰 도움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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