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개인적으로 윈도우 태블릿을 좋아합니다. 태블릿과 노트북을 오갈 수 있는 범용성에 매료되어서 베이트레일 시절부터 정말 다양한 하이브리드 윈도우 기기들을 많이 사용해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올해 하반기에 가장 기대되는 제품 중 하나가 바로 레노버의 요가북 C930이었습니다. 1세대 요가북 시절부터 마음속으로 응원하던 제품군이고, IFA 2018 행사에 공개된 요가북 C930에 대한 모든 영상 자료를 섭렵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요가북 C930이 출시된 날에 바로 구매했고, 그 누구보다도 이 기기에 대한 긍정적인 평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평소 리뷰 기간보다 훨씬 길게 한 달 정도 사용해본 후 매우 실망스러웠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습니다.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던 제품군이라 더더욱 가슴 아픈 리뷰,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아요 : 디자인 / 디스플레이 / 발열 / 사운드 / 소음
애매해요 : 배터리 / 포트&버튼 / 키보드
싫어요 : 가격 / 사양 / 마감(힌지) / 전자잉크 패널
주 타깃층 : 필기, 스케치가 우선순위인 사람
한 줄 결론 : 차라리 서피스 고를 사세요
[ 목차 ]
1. 스펙 & 가격
2-1. 외관 & 포트 구성
2-2. 마감 & 내구성
3-1. 전자잉크 패널 : 키보드
3-2. 전자잉크 패널 : 스케치 & PDF
4. 디스플레이 & 사운드
5. 성능 & 발열
6. 배터리
7. 총평
[ 1. 스펙 & 가격 ]
크기나 무게를 생각하면 사실 코어 m3 정도만 해도 충분히 좋은 프로세서입니다. 서피스 고에서 사용된 펜티엄 4415Y보다 상위 등급이죠. 여기서 주의해야 되는 점은 코어 i5 모델을 구매해도 결국은 5W 등급의 초저전력 i5-7Y54 프로세서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15W 등급의 i5-8250U 프로세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i5-7Y54 프로세서는 코어 m5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i5 모델을 구매하더라도 엄청난 향상을 기대하지는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스펙에서 가장 불만스러운 부분은 100만 원이 넘는 기기인데도 램이 4GB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150만 원이나 하는 i5 모델에도 램이 동일하게 4GB라는 것은 모욕적인 가격 정책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좋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가격대에 4GB 램은 납득하기 힘듭니다.
기존 1세대 요가북은 애초에 태블릿의 목적이 더 강한 아톰 CPU이기 때문에 램 4GB인 부분은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가격을 2배 넘게 올리고 코어 m 프로세서까지 사용했으면 라이트한 노트북의 용도로도 사용하라는 소리인데, 그렇다면 4GB 램은 말이 안 됩니다. 제품의 포지셔닝이 제대로 되지 않은 문제라 생각되네요.
물론 요가북 C930이 절대적인 성능을 보고 구매하는 제품이라는 점은 잘 압니다. 와콤 펜, 전자잉크 패널, 휴대성과 같은 기능들이 독보적이라는 것도 잘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당 가격대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해줘야 하는 중요 스펙을 이렇게 빼먹어도 된다는 소리가 아닙니다.
49만 원짜리 서피스 고 하위 모델에 램이 4GB라서 적다고 했던 점에 대해 사과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네요.
[ 2-1. 외관 & 포트구성 ]
전반적인 외관은 만족스럽습니다. 얇고, 가볍고, 깔끔하고 워치밴드 힌지 때문에 지나치게 심심해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저도 발표 행사나 해외 리뷰 사진들을 봤을 때도 매력적이라 느끼고 있기도 했고요.
포트는 USB-C 3.1 포트가 양쪽에 한 개씩 있는 게 전부입니다. 이어폰 단자도 없는데, 그나마 오른쪽에 있는 USB-C 포트가 오디오도 지원 되니 동글을 사용하면 오디오 연결이 가능하긴 합니다. 태블릿이라 생각하면 납득 가능하지만, 노트북이라 생각하면 조금 아쉬운 포트 구성입니다.
[ 2-2. 마감 & 내구성 ]
처음에 호감 가는 외형과는 달리, 요가북 C930을 오래 사용하다 보니 구조나 마감에서 불편한 점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제품의 디자인 하이라이트인 와치밴드의 마감이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와치밴드 힌지는 총 7개의 세그먼트로 나눠져 있는데, 그중 4개는 구조적인 지지에 거의 기여하고 있지 않는 속이 빈 구조입니다. 이 때문에 힌지의 일부분이 덜그럭거리고 힌지 내부의 구조가 적나라하게 보이기 때문에 힌지가 전혀 고급스럽게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저도 발표회 현장에서 왜 이 부분을 보지 못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네요.
최소한 서피스 계열보다 비싼 가격을 요구할 거면 제품 마감이나 디자인에서는 흠잡힐 곳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매우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리고 기기 하판에는 일반적인 노트북에 항상 달려 나오는 고무 발판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트북처럼 바닥에 펼쳐놓고 사용할 때면 항상 흠집이 날까 걱정하게 됩니다. 물론 흠집이 잘 나지 않는 마감이지만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그래서 외부 보호필름을 구매하려고 보니 “헉” 소리가 절로 나오더군요.
그리고 제품을 콤팩트하게 만들기 위해서 노트북을 열 때 손을 넣을 공간이 없다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Knock to Open 기술을 사용했는데, 간단히 말하면 기기를 손으로 두 번 두드리면 알아서 열리는 기능입니다.
하지만 두드리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자주 있었고, 이 부분은 발표 현장에서 사용할 때 옆에 있는 다른 분들도 동일한 경험을 하는 것을 봤습니다.
결국 외관은 첫인상만 좋았고, 사용하면 할수록 불만족스러운 부분들이 늘어가는 아쉬운 경험이었습니다.
[ 3. 전자잉크 패널 ]
1세대 요가북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죠. 1세대 요가북의 하단부는 드로잉 타블렛과 헤일로 키보의 기능만을 담당했는데, 이번 요가북 C930은 해당 부분을 전자잉크 패널로 대체했다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전자잉크 패널을 사용하면서 직접적인 스케치도 가능해지고 PDF 파일을 불러들여서 이북 리더기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가장 큰 홍보 포인트 중 하나였죠. 개인적으로 이 기능이 요가북 C930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지만, 막상 직접 사용해보니 너무나 불편해서 결국은 쓰지 않게 됐습니다.
가장 먼저, 전자잉크 패널의 어쩔 수 없는 특성이긴 하지만 화면 반응이 매우 느립니다. 이북 용도로만 사용하려면 모를까, 실시간으로 화면과 상호 작용을 해야 하는 스케치 용도로는 조금 답답하고, 특히 지우개 기능을 사용할 때에는 이 답답함이 더욱 가중됩니다.
다음 문제점은 전자잉크 패널과 윈도우 OS와의 연결이 유기적이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전자잉크 패널이 보조 디스플레이처럼 원하는 앱을 띄워놓고 사용하는 방식이었다면 매우 유용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하단 패널을 스케치 모드로 설정하고 사용하면, 그 내용을 윈도우 내로 복사하려면 복사 붙이기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만 합니다. 드래그 앤 드롭도 불가능하고, 그린 내용을 바로 윈도우 화면에 표시하는 것도 안됩니다.
마지막으로 기대하던 PDF 기능도 정말 대충 만든 티가 납니다. 페이지 수가 많은 PDF를 볼 때에는 목차 검색 기능이 필수인데, 요가북 C930의 전자잉크 PDF 리더기에는 이런 기능이 전혀 없습니다. 심지어 PDF 모드에서는 펜 사용이 불가능해서 필기 용도로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쯤 되면 그냥 간단한 읽기 용도로만 사용하라는 것인데, 그럴 거면 리디북스나 교보문고와 계약해서 진짜 제대로 된 이북 리더기처럼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어야죠.
그렇다면 헤일로 키보드는 쓸만할까요? 이건 하단의 영상을 보고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헤일로 키보드가 불편할 것이라는 건 충분히 예상했던 부분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이진 않습니다. 하지만 키보드 사용성에서 희생한 만큼 이 전자잉크 패널의 기능이 만족스러웠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요가북의 정체성이 많이 애매해지게 되는 것 같네요.
[ 4. 디스플레이 & 사운드 ]
다행히도 디스플레이와 사운드는 최상위 노트북 제품군들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 수준입니다. 특히 디스플레이는 제가 리뷰하면서 감탄했던 씽크패드 카본 X1의 QHD 디스플레이와 비등할 정도로 만족스러웠네요.
색상 재현력과 400nits의 최대 밝기는 200만 원 이상의 하이엔드 노트북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입니다. 색감에 둔한 사람도 일반 모니터와 요가북 C930을 옆에 나란히 두고 비교하면 육안적으로 체감이 될 정도의 수준입니다.
사운드도 양족 측면에서 나오기 때문에 기기를 어떤 방향으로 거치해도 밸런스 잡힌 사운드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최대 볼륨과 해상력도 기기 크기를 고려하면 괜찮은 편이어서 사운드 부분에서는 불만을 가질 요소가 없었습니다.
[ 5. 성능 & 발열 ]
요가북 C930과 같은 얇은 기기에 초저전력 Y 프로세서를 사용한 것은 충분히 납득 가능합니다. 하지만 위에 언급했다시피 상위 i5 모델에조차 램이 4GB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 두고두고 성능 부분에서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7세대 코어 m3 프로세서라서 성능에 대해 많이 불안했지만, 그래도 기대 이상의 성능은 나왔습니다. 가벼운 작업만 한다고 가정한다면 별도의 울트라북이 필요 없을 정도의 성능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지 않을까 싶네요.
별도의 냉각 장치가 없는 패시브 냉각 시스템을 채택하는 Y 프로세서의 특성상 발열도 많이 걱정했지만, 정말 깔끔하게 프로세서의 최대 성능을 안정적으로 잘 뽑아내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램의 부족이 아쉽게만 느껴집니다. (너무 램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하는 것 같지만 그만큼 아쉽습니다)
사실 태블릿의 용도로만 국한 지어서 보자면 조금 오버 스펙이라 느껴질 수준이기 때문에, 요가북 C930의 비싼 가격에 대해 수긍하기 위해서는 노트북의 용도로도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이 된다는 결론이 나오게 됩니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포트와 키보드의 불편함 때문에 온전히 노트북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사용성이 썩 좋지 않다는 점이 발목을 붙잡게 됩니다. 대부분의 디자인 요소는 태블릿 중시형인데, 정작 성능은 노트북 급이라는 점, 그러면서도 램은 이 가격대의 노트북이라 하기에는 말도 안 되는 4GB라는 것이 요가북 C930의 정체성을 많이 애매하게 만드는 요인인 것 같군요.
[ 6. 배터리 ]
기기의 무게, 밝은 QHD IPS 패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배터리 지속 시간은 준수한 편입니다. 화면 밝기 75%로 일상적인 블로그 포스팅, 인터넷 서핑, 동영상 시청 용도로 사용할 경우 3시간 반 동안 배터리가 45%가 소모됐습니다.
즉, 가벼운 작업만 할 경우 약 7시간 정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해도 되겠네요. 사실 화면 밝기 75%도 상당히 밝은 편이어서 과하게 밝은 장소만 아니면 50~60% 밝기로도 충분히 불편함 없이 사용이 가능합니다.
배터리 충전은 일반 5V 2A 휴대폰 충전기로도 되긴 합니다만 충전 속도가 매우 느립니다. 동봉된 정품 충전기 규격이 9V 3A인데, 이 충전기로는 10%에서 1시간 충전할 경우 65%가 충전됐고, 90%부터는 느리게 충전돼서 완충하는데 2시간 정도가 걸렸습니다.
정품 충전기 무게는 케이블을 포함해도 100그램 수준이고 USB-C 커넥터이기 때문에 휴대폰 고속 충전기 용도로도 병행이 가능합니다. 정품 충전기 성능이 좋아서 다방면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점이 마음에 드네요.
[ 7. 총펑 ]
매우 아쉬운 제품입니다. 누구보다도 요가북 C930을 기대해왔고, 열광할 준비가 돼있었기 때문에 작성하는 내내 슬펐던 리뷰였습니다.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하려고 하는 레노버의 실험 정신에는 박수를 쳐주고 싶지만, 이번 요가북 C930은 스스로의 정체성도 파악하지 못한 실험작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네요.
요가북 C930의 아이덴티티가 태블릿이면 차라리 사양과 가격을 낮추고 전자잉크 패널에 집중적으로 투자했어야 하고, 서피스와 같은 노트북 하이브리드가 목적이었으면 키보드 사용성과 램에 더 신경을 썼어야 했습니다.
물론 이런 하이브리드 기기의 밸런스를 잡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은 이해합니다만… 필기를 중요시한다면 어정쩡한 요가북 C930의 전자잉크 패널에 기대하기보다는 차라리 미련 없이 서피스 고를 사용하는 것이 더 만족도가 높지 않을까 싶군요.
요가북의 콘셉트는 매우 매력적이긴 합니다. 저도 이런 유형의 기기가 제대로 완성된 모습을 꼭 보고 싶기도 하고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런 유형의 기기를 구매하고 싶다면 차라리 저렴한 요가북 1세대를 구매하시는 것을 권장 드리고 싶습니다.
분명 매력이 있는 콘셉트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꾸준히 개량해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큽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요가북의 특성상 전자잉크 패널은 적절하지 못한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차라리 에이수스의 프로토타입 기기인 프로젝트 프리콕과 같이 듀얼 디스플레이 시스템을 채택했으면 더 나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보조 디스플레이는 최소한 사용자의 창의성에 따라 활용도가 무궁무진해질 수는 있으니까요.
과거 리뷰들을 보시면 알 수 있겠지만 전 나름 레노버 제품들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AS가 미흡한 건 사실이지만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이번 리뷰가 레노버에게 있어서 애정 어린 피드백으로 다가갔으면 하는 마음을 전하며 리뷰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질문이나 피드백, 오류 지적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포스팅 내용이 도움이 되셨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공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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