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부터 국내에도 RTX 그래픽이 장착된 고사양 노트북들이 대거 출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 만만치 않은 가격대를 자랑하고 있어서 쉽사리 구매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죠.
그런 와중에 “그나마” 저렴한 GL63 모델이 눈에 띄었고, 어떻게든 RTX 노트북을 하나쯤 보유하고 싶어서 결국 하나 구매하게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다른 RTX 노트북을 사용해본 결과, GTX에 비해 성능, 발열 측면에서 확실한 이점이 있다는 점은 이미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MSI의 하위 라인업인 GL 시리즈가 지니는 스펙 외적인 단점들이 수용 가능한 범위인지가 관건이겠죠.
좋아요 : 게이밍 성능 / 발열 / 확장성 / 포트
애매해요 : 디스플레이 / 키보드 / 소음 / 사운드
싫어요 : 내구성 / 배터리 / 트랙패드
※ 주 타깃층 ※ 최소한의 가격으로 RTX의 게이밍 성능을 느끼고 싶은 유저
※ 한 줄 결론 ※ 디스플레이 단점은 설정 조작으로 극복 가능 / 내구성 & 트랙패드는 구제 불능. 해당 단점만 수용 가능하다면 게이밍 성능은 좋아요.
[ 목차 ]
1. 스펙 & 가격
2-1. 외관 & 포트구성
2-2. 내구성 & 내부구조
3. 키보드 & 트랙패드
4. 디스플레이 & 사운드
5. 성능 & 발열
6. 배터리
7. 총평
1. 스펙 & 가격
대부분 RTX 2060 노트북의 가격이 190만원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50만원대의 가격이 꽤나 저렴하게 느껴집니다. 물론 GTX 1060 노트북의 시세를 생각하면 살인적인 수준이지만요.
스펙시트만 놓고 보면 훌륭합니다. 특히 RTX의 성능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는 120Hz의 고주사율 디스플레이와 넉넉한 저장소 확장 슬롯 때문에 결국 구매 결정을 하게 됐습니다. (앤썸 게임 무료 증정도 한몫…)
하지만 GL 시리즈는 MSI 게이밍 노트북 중 제일 등급이 낮은 모델 중 하나라서 당연히 스펙시트 외의 부가적인 사용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점은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RTX가 장착됐다는 사실을 빼면 노트북 자체의 등급은 에이서의 저가형 게이밍 노트북인 니트로5와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GL 시리즈가 지니는 한계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해당 단점들이 수용 가능한 범위 내인지 판단한 후 구매 결정을 내리는 것이 현명하겠죠.
그리고 RTX의 그래픽 성능까지 필요 없다면, GTX 모델의 GL63 모델은 100만원 이하로도 구매 가능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1 외관 & 포트구성
저가형 모델인 만큼 노트북의 디자인이나 마감이 뛰어나지는 않습니다. 큼직한 베젤, 유분이 잘 묻는 플라스틱 재질, 내부 구조가 적나라하게 보이는 하판 등, 고급스러운 느낌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나마 치명적인 마감 하자나 단차는 관찰되지 않았기 때문에 딱 제 기능에 충실하기 위한 도구를 구매한 느낌이 강합니다.
게이밍 노트북답게 손으로 들면 제법 묵직하게 느껴지지만 2.3kg면 사양에 비해 썩 나쁜 무게는 아니라고 봅니다. 크로스백에 넣으면 부담스럽지만 백팩에 넣으면 그럭저럭 무난한 무게랄까요…?
포트 구성은 매우 좋습니다. 넉넉한 USB-A 포트들과 USB-C, HDMI, 미니 DP, 랜 포트, 심지어 SD카드 슬롯도 있기 때문에 포트 방면에서는 더 요구하고 싶은 부분이 없을 정도네요. 제가 GL63을 구매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2-2 내구성 & 내부구조
GL63의 외부 내구성은 좋지 않습니다. 예상했던 부분이지만 제 예상을 살짝 뛰어넘었달까요? 디스플레이의 플라스틱 베젤은 조금만 힘을 주면 분해가 될 정도로 결합력이 약합니다. 좋게 보면 자가 디스플레이 교체할 때 편하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상판이나 키보드덱도 그렇게 튼튼한 느낌은 아니며, 손으로 힘을 주면 많이 눌러지는 편이었습니다. 그나마 키보드덱은 조금 낫지만 상판은 조금 걱정스러울 정도로 쉽게 눌러졌네요. 가방에 넣어서 휴대할 때에도 무거운 물건에 눌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하판 통풍 그릴도 큼직해서 내부 구조가 적나라하게 보일 정도입니다. 물론 발열 제어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먼지가 많이 유입될 수 있으니 주기적인 냉각팬 청소가 필요할 수 있겠군요.
디스플레이의 힌지 고정력은 제법 좋은 편이지만 한손으로 노트북을 여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애초에 저가형 노트북에서 부드러운 힌지 밸런스를 기대하기는 힘들지만요.
숨겨진 나사도 없고, 모든 나사가 일반 십자 드라이버로 풀 수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하판 개봉 작업은 매우 쉬운 편입니다. 플라스틱 하판이 깨지지 않도록 지나치게 힘을 주지만 않으면 초보자도 무난히 하판 개봉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네요. (MSI 노트북은 하판을 개봉하려면 워런티 씰을 파손해야 한다는 점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내부에는 2개의 m.2 SSD 슬롯, 1개의 2.5인치 베이, 2개의 soDIMM SSD 슬롯이 있습니다. 확장성 측면에서는 최고라고 봐도 되겠네요. 저도 3테라 이상의 저장소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GL63을 구매할 때 큰 매력 포인트로 다가왔던 요소입니다.
참고로 m.2 SSD 중 하나는 NVMe 형식만 인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SATA3 SSD를 추가할 때에는 맞는 슬롯에 장착됐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히 보면 PCB에 어떤 인터페이스가 지원되는지 적혀있습니다.
엄청난 양의 방열판과 히트파이프를 보니 발열과 성능만큼은 잡아내겠다는 MSI의 의지가 보입니다. 사실 GL 시리즈가 성능을 위해 다른 모든 스펙을 포기한 모델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겠죠.
3. 키보드 & 트랙패드
키보드 역시 좋다고 평가하기는 힘듭니다. 개인적으로 타건음이 조용한 것에 불만을 가지는 편은 아니지만 GL63의 키보드는 키를 누를 때의 촉각적인 피드백과 스프링의 탄성이 모두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키 배열은 제 기준에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개인 취향이 많이 타는 부분이고 GL63의 키보드도 적응 못할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나름 넘버패드가 있다는 것은 매력적인 포인트네요.
키캡과 팜레스트 모두 유분이 잘 묻는 재질이라 쉽게 지저분해진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백라이트도 붉은색에서 변경이 불가능해서 심미적인 부분도 썩 만족스럽지는 못합니다.
그래도 키보드의 단점들은 대부분 사소한 것들이고, 그냥 무던하게 사용하자면 큰 불만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키보드 백라이트와 같은 기능적인 측면은 다 갖추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트랙패드는 정말 용서하기 힘들 정도로 최악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트래킹 감도가 엉망이고, 키보드를 사용할 때 팜 리젝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수시로 오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노트북을 자주 사용해서 어지간한 트랙패드에는 적응하는 편인데, 이건 도저히 타협이 가능한 수준이 아니라서 그냥 항상 마우스를 연결해서 사용합니다.
4. 디스플레이 & 사운드
처음 GL63을 구동했을 때 모니터 색감이 정말 안좋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디스플레이 밝기를 높히건, 낮추건 전반적인 색감이 뿌옇게 느껴졌습니다. 심지어 상-하 시야각도 좋지 않았습니다. 스펙시트에는디스플레이가 “와이드뷰”라고 적혀 있지만 구체적인 패널 타입은 명시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디스플레이 색상 재현력도 안좋게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막상 측정해보니 sRGB 100%에 AdobeRGB 88%로 어지간한 디스플레이보다 색상 재현력과 감마값이 훨씬 우월하게 나와서 깜짝 놀랬습니다. 최대 밝기도 300nits 부근이면 전혀 문제 없는 수준이고요.
문제의 원인은 결국 회색조 값이 엉망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평소에 크게 신경쓰지 않던 스펙인데, 확실히 기존에 리뷰하던 디스플레이들에 비하면 편차도 크고 그래프 곡선도 일반적이지 않네요.
수동으로 디스플레이의 감마를 강제로 높이면 색감이 많이 개선되지만, 어두운 장면이 많은 게임을 할 때에는 사물 구분이 잘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도 텍스트가 많은 작업을 할 때에는 감마 값을 최대로 설정하고 사용하는 것을 권장드리고 싶습니다. 게임을 할 때에는 기본 설정이 더 좋고요.
120Hz 고주사율 디스플레이기 때문에 게임을 할 때에는 확실히 RTX 그래픽의 성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사실 회색조와 명암비가 엉망이라는 점만 제외하면 모든 상당히 좋은 스펙의 디스플레이 같은데, 상당히 아쉽습니다.
사운드는 저가형 노트북이 그렇듯이, 큰 기대를 하기 힘듭니다. 내부 구조에서 확인했던 큰 크기와는 다르게 스피커의 출력, 밸런스 모두 만족스러운 편은 아니었습니다. 음질에 민감하다면 헤드셋이나 블루투스 스피커를 사용하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5. 성능 & 발열
한 줄로 요약하자면, “게이밍” 성능은 매우 좋습니다. 발열 관리도 좋은 편이고, RTX 2060의 성능도 RTX 2070 Max-Q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이어서 앤썸, 배틀그라운드5와 같은 최신 고사양 게임도 매우 높음 그래픽 옵션으로 평균 60FPS 이상 확보가 가능했습니다. 오버워치나 일반적인 온라인 게임은 120FPS 달성도 충분히 가능하고요.
이 정도면 이전 세대에서 GTX 1070이 장착된 헤비급 게이밍 노트북인 헬리오스 500과 비교가 가능할 정도입니다. GL63의 허름한 외관과는 달리 내부에 장착된 하드웨어의 성능은 가격 대비 출중하게 느껴지네요.
하지만 게이밍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인지, GL63은 그래픽 성능은 매우 높은 반면 일반적인 i7-8750H CPU가 장착된 노트북보다 CPU 점수가 조금 낮게 나왔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벤치마크 포스팅에 구체적으로 서술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동급 CPU 내에서의 얘기일 뿐, 일반적인 울트라북에 사용되는 U-프로세서 정도는 가볍게 압도합니다.
RTX 노트북들이 대부분 발열 제어에 우수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GL63도 예외는 아닙니다. 오히려 넉넉한 내부 공간과 히트파이프로 인해 발열 제어 방면에서는 프리미엄 게이밍 노트북과 비교해도 절대 뒤처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네요.
전력 공급에 의한 스로틀링이 걸릴지언정, 온도로 인한 스로틀링 현상은 보기 힘들었습니다.
표면 온도 역시 제가 사용해본 게이밍 노트북 중에서 제일 좋은 수준이었습니다. 키보드덱과 하판 온도 모두 게임 도중에도 사람 체온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심할 경우 50도 이상까지 표면 온도가 올라가는 게이밍 노트북과 비교하면 매우 만족스럽네요.
팬 소음도 게이밍 노트북 중에서 조용한 축에 속합니다. 평소 팬 소음은 25dB 내외, 게임 도중에는 35~38dB, 터보 모드 가동 시에는 45~48dB 정도로 측정됐습니다. 참고로 어지간한 게임 도중에는 발열 제어가 잘 돼서 터보 모드를 사용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게임 성능이나 발열, 소음 측면에서는 비판할 부분이 거의 없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결과였네요.
6. 배터리
게이밍 노트북에서 엄청난 배터리 지속력을 기대하지는 않지만, GL63의 배터리 성능은 그 중에서도 하위권입니다. 보통 50~60Wh 배터리의 게이밍 노트북도 화면 밝기를 조금만 낮추면 3~4시간 정도는 버티는 반면, GL63은 화면 밝기 70%로 가벼운 문서 작업만 해도 2시간 넘게 버티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용량에 비해 뭔가 심각하게 효율이 좋지 않은데, 내부 구조에서 배터리를 자세히 보면 건전지를 이어 붙인 듯한 구성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작은 셀이 병렬 형식으로 연결된 구조가 전력 효율 면에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배터리 성능을 확보해주기 위해서는 주기적인 캘리브레이션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MSI의 자체적인 관리 프로그램에 배터리 캘리브레이션 기능이 있어서 간편하게 진행할 수는 있습니다.
충전 시간도 엄청 오래 걸리는 편입니다. 180W 어댑터가 무색하게, 배터리를 20%에서 80%까지 충전하는데 약 1시간 50분 걸렸습니다. 짧은 배터리 지속시간, 느린 충전 속도로 인해 기본적으로 항상 충전기에 연결된 상태로 사용하는 노트북이라 생각하는게 편할 것 같네요.
물론 충전기도 특별히 용량 대비 가볍거나 작지는 않기 때문에 항상 들고 다니기에 부담스럽습니다. 여러모로 휴대성이 많이 떨어지는 노트북이군요.
7. 총평
역시나 GL63 8SE는 RTX라는 스펙을 제외하면 상당히 단점이 많은 모델입니다. 노트북의 외관으로만 평가하면 80~90만원대의 저가형 게이밍 노트북과 동급으로 보일 정도니까요.
하지만 RTX의 성능은 누리고 싶고 예산이 넉넉하지 않다면 고려해볼 수 있는 몇 안되는 노트북이기 때문에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봐야겠죠. 게이밍 성능은 기대 이상으로 좋기 때문에 전반적인 노트북의 마감 품질에 무던한 사람이라면 큰 불만 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특히 GL63의 단점들 중 상당 부분은 개인의 노력과 외부 기기(디스플레이, 마우스)의 연결을 통해 극복이 가능하다는 점으로 위안을 삼아야 할것 같습니다.
그래도 게이밍 성능은 GTX 세대에서 300만원 가까이 하던 GTX 1070 시리즈의 헤비급 게이밍 노트북과 견줄 정도이기 때문에 무조건 가성비가 나쁘다고 하기에는 애매합니다. 어찌 보면 오로지 게임만을 위한 노트북이라 생각하면 편할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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