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CES 2021 관련 정보를 종합하느라 정신이 없네요. 일단 많은 관심이 집중된 AMD와 인텔의 발표 내용에 대해서 한번 정리를 해볼까 합니다. 특히 이번 CES 2021는 인텔과 AMD 모두 노트북에 관련된 내용이 많이 강조됐기 때문에 저희 JN테크리뷰 구독자분들도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것 같네요.
[ 목차 ]
1. AMD 키노트
2. 인텔 키노트
3. 개인적인 평가
1. AMD 키노트
“르누아르 세대가 워낙 혁신적이어서 이번 5000번대 세잔은 소폭의 성능 향상만 있을 것으로 예상. 그 대신 고급 노트북에도 라이젠 CPU가 적용되기 시작할 것이다.”
[ 신제품 티저 ]
이번 AMD 키노트에서는 신형 라이젠 노트북에 대한 구체적인 모델명 언급은 전혀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CES 2021에 참석한 다른 노트북 제조사들의 언팩 행사에 대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겠죠?
빠르게 지나간 티저 영상에서 확인 가능했던 제품은 에이수스 TUF / 에이서 니트로 / HP 오멘 / MSI 알파 / HP 스펙터 /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랩탑 / 레노버 씽크센터 / 델 에일리언웨어 정도였습니다.
4000번대 라이젠 르누아르 CPU는 성능에 대해 호평을 받았지만 대부분 저가형 라인업에서만 만나볼 수 있어서 전체적인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죠. 그런데 5000번대 라이젠 CPU는 고급 노트북 기종은 물론 델의 에일리언웨어, 레노버의 씽크 스테이션과 같은 고급 데스크탑 PC 기종에도 적용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각 제조사들의 신제품에 대해서는 CES 2021 행사에서 추가 내용이 공개된 이후 따로 정리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신형 라이젠 5000번대 세잔 CPU ]
이번 5000번대 라이젠 모바일(노트북용) CPU의 코드명은 “세잔” 입니다. 기존 노트북 CPU는 크게 15W급 저전력 U프로세서와 45W급 고성능 H프로세서로 분류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 등급이 많이 세분화 될 것 같더군요. 그래서 간단히 한번 정리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이전 르누아르 세대와 달리 세잔 CPU는 SMT 기술이 적용되어 있어서 실제 코어보다 연산 스레드가 많은 구조입니다. (르누아르는 Pro 모델만 SMT 적용) 하지만 세잔과 르누아르의 내부 아키텍처는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사실상 이 SMT 적용 여부 외에는 큰 성능 차이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저전력 15W 노트북을 구매하신다면 르누아르 제품으로 구매하셔도 크게 성능적으로 아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45W급 H프로세서는 큰 변화가 없어 보입니다. 다만 이제는 고급 게이밍 노트북에서도 라이젠 CPU를 적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CPU의 변화보다는 “고급 게이밍 노트북에서도 라이젠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의미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35W급 HS프로세서는 기존에 에이수스의 G14, G15와 같은 특정 경량 노트북에서만 실험적으로 사용됐는데, 이번 세잔 세대에서는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할 것 같습니다. 기존보다 HS 라인업이 많이 확장됐다는 것이 인상적이네요.
그리고 45W 이상의 HX프로세서는 완전히 새로운 라인업입니다. 비교적 전력, 쿨링 설계를 넉넉하게 할 수 있는 3kg 이상 등급의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이나 워크스테이션에서 사용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런데 의외로 라이젠7 등급하고 라이젠9 등급하고 코어 구성이나 캐시 메모리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아서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굳이 비싼 라이젠9 모델을 선택할 메리트가 있을지가 의문입니다. 참고로 세잔 CPU가 적용된 신형 노트북은 2월부터 국제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 RDNA2 그래픽이 적용된 신제품 ]
RDNA2 아키텍처가 적용된 라데온 RX6000번대 그래픽카드는 이미 작년 하반기 AMD 키노트에서 공개된 적이 있었죠. 아직은 엔비디아의 RTX 시리즈보다 성능이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요즘 워낙 RTX 3000번대 그래픽카드를 구하기가 힘들어서 대안으로 많이 선택하고 있기도 합니다.
AMD는 이런 RTX 공급 부족의 공백을 노려서 데스크탑 PC OEM 제조사와 적극적으로 협업을 하고자 하는 것 같더군요. 2021년에는 RX6000번대 GPU가 기본적으로 장착된 완제품 데스크탑 PC의 종류가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작년처럼 MSI의 알파, 델의 G5 모델도 RX6000번대 그래픽이 적용된 노트북이 출시되지 않을까 싶네요.
[ 64코어 에픽 프로세서 ]
AMD의 EPYC 프로세서는 기업 서버나 높은 연산력을 요구하는 연구용 PC에 주로 사용되는 제품입니다. 기존에 인텔이 Xeon 시리즈로 장악하고 있던 시장이었죠. 그런데 최근 AMD의 EPYC 프로세서가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주면서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과 같은 거대 클라우드 서버는 모두 인텔에서 AMD로 교체가 됐습니다.
EPYC 밀란 프로세서는 기존에 최대 32코어 64스레드 구조였는데, 이번에는 64코어 128스레드 모델까지 공개가 됐습니다. 인텔의 최상위 Xeon 골드, 플래티넘 시리즈는 28코어가 최종 스펙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차이죠.
2. 인텔 키노트
“발표 내용은 많았지만 핵심적인 정보는 대부분 누락된 키노트”
[ 비즈니스 vPro 프로세서 ]
인텔과 AMD 모두 비즈니스 전용 노트북에는 보안이 강화된 Pro 버전의 CPU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인텔은 10세대 아이스레이크에서는 vPro 버전이 없어서 비즈니스 노트북들은 대부분 기존의 구형 14nm 기반 CPU를 사용해야만 했었죠. (HP 드래곤플라이)
그나마 이번 11세대 타이거레이크 CPU는 vPro 버전이 나온다고 하니 비즈니스 노트북에서도 인텔 10nm CPU를 만나볼 수 있게 됐습니다. 사실 이건 칭찬하기 보다는 인텔의 대응이 많이 늦었다고 비판할 부분이긴 합니다. 2020년에 쓸만한 인텔 vPro CPU가 없어서 레노버의 씽크패드 시리즈 중 상당수가 라이젠을 선택하는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씽크패드 T14 시리즈)
그리고 이번에 인텔의 vPro 비교 시연은 “졸렬하다”고 표현해도 될 정도였던 것 같아요. 악성 코드를 클릭했을 때 AMD 노트북은 이를 감지하지 못하고, vPro 인텔 노트북은 자동으로 차단하는 장면을 보여줬는데, 이건 당연히 AMD의 라이젠 “Pro” 노트북과 비교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았을까 싶네요.
[ 교육용 셀러론 & 펜티엄 CPU ]
코로나 사태 때문에 교육 현장에서 휴대용 노트북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죠. 인텔도 이에 발맞춰서 기존의 저사양 셀러론, 펜티엄 프로세서를 10nm 공정으로 개선하면서 “교육용” 프로세서라는 새로운 제품군으로 편성을 했습니다. 사실 셀러론, 펜티엄 프로세서는 정말 단순 영상 통화, 문서 편집 이상은 기대하기 힘든 성능이기 때문에 그냥 하위 제품군을 “교육용” 이라는 단어로 치장했다는 느낌이 조금 듭니다.
물론 교육 현장에서는 성능보다는 모든 학생에게 지급해줄 수 있도록 저렴한 제품의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사양 프로세서를 통해 최소한의 기능성만 갖춘 노트북을 보급하겠다는 인텔의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텔의 이런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AMD의 하위 라이젠3 시리즈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를 해야 하고, 교육용 PC의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정도의 생산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인텔이 셀러론과 펜티엄 제품군을 진정한 “교육용” 프로세서로 다듬어 나갈지, 아니면 그냥 마케팅 전략에 그칠지는 두고 봐야겠죠.
참고로 이번 신형 펜티엄 CPU의 비교 벤치마크도 “졸렬한” 방식을 선택했더군요. 저가형 안드로이드 태블릿 용도의 미디어텍 8183 프로세서보다 신형 펜티엄 실버의 성능이 1.48배 좋다고 주장하긴 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미디어텍 8183보다 1.48배 좋다는 것이 과연 자랑 할만한 성능인지 의문입니다.
[ 35~45W급 H프로세서 ]
AMD는 라이젠 르누아르 세대부터 고성능 노트북 프로세서를 35W와 45W 제품군으로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인텔도 올해 11세대 타이거레이크 H프로세서는 35W급 H35 시리즈와 45W급 H 시리즈로 구분이 될 것으로 보이네요. 그런데 H35 시리즈는 라이젠의 HS 시리즈와는 달리 기존 H프로세서보다 코어 숫자가 적은 것으로 보입니다. (6코어 > 4코어) 게임에서는 싱글코어 성능이 더 중요하니 의도적인 선택일 수는 있습니다.
사실 인텔은 키노트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정확히 얘기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사전에 공개된 프리뷰 발표 자료를 찾아봐야 세부 모델명과 라인업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인텔이 제공한 벤치마크 자료에는 정확한 수치는 없었지만, 타이거레이크 H프로세서 노트북으로 데스티니2 타이틀을 4K 해상도에서 “높음” 그래픽 설정으로 부드럽게 돌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물론 게임은 GPU 성능에 더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CPU의 성능을 짐작하기 어려운 결과라는 점 참고해주시고요.
현재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시점 기준으로 제한적인 프리뷰 자료와 유출 정보, 루머를 제외하면 11세대 타이거레이크 H 시리즈의 정확한 스펙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해당 내용은 공개되면 새 글로 업데이트해드릴게요.
3. 개인적인 평가
AMD의 발표 내용은 딱 기대했던 범주 내입니다. 5000번대 “세잔” CPU는 어차피 큰 폭의 성능 향상이 없을 것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었죠. 사실 AMD는 이번에 프로세서의 성능 향상 보다는 보다 다양한 제품에 라이젠 프로세서가 적용될 수 있도록 협력 관계를 넓히는 것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작년 르누아르 세대에서는 CPU 성능은 좋은데 고급 노트북에는 라이젠 CPU가 적용되지 않았다는 것이 아쉬웠다는 점을 감안하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노트북용 CPU도 15W, 35W, 45W, 45W+ 등 다양한 전력 등급이 생겨서 각 사용자마다 본인이 원하는 성능, 발열, 휴대성의 밸런스가 잡힌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되고요.
그런 반면 인텔은 아직도 본인의 장점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인텔은 현 상황에서 획기적인 공정, 생산 시스템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라이젠에게 멀티코어 연산력으로는 밀릴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러니 괜히 “인텔 CPU가 성능이 좋아요” 와 같이 벤치마크로 증명할 수 없는 주장보다는 “인텔 CPU는 다양한 코덱 지원, 내장 PCIe 컨트롤러, OpenGL 호환성으로 인해 그래픽이나 영상 편집 작업에서 압도적인 효율을 보여줍니다” 같은 각도로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네요.
실제로 저도 인텔 CPU가 다양한 기능들이 내장되어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작업 처리의 반응 속도나 PCIe 레인을 통한 GPU와의 통신 효율이 AMD보다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최종 연산력은 라이젠보다 뒤쳐져도 게임이나 GPU 하드웨어 가속이 필요한 작업에서는 인텔 CPU가 더 체감 성능이 좋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 반면 인텔 CPU의 단점은 전력 효율과 발열, 그리고 그로 인한 멀티코어 연산력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인텔도 이제는 압도적인 업계 1위인 “척”은 그만하고 본인의 장점과 단점을 확실하게 파악해서 부족한 부분은 개발해 나가고, 장점은 소비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홍보하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오히려 이번 CES 2021 키노트와 같이 소비자 입장에서 납득이 되지 않는 벤치마크나 결과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 시연은 역효과만 생길까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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