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노트북을 구매하기 위해 검색하다 보면 항상 눈에 띄는 제품들이 있습니다. 바로 20~30만원의 가격대에서 윈도우 정품 포함에 셀러론 CPU와 eMMC 저장소 구성인 녀석들이죠.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아무리 가벼운 문서 편집 및 인터넷 서핑 작업만 한다고 하더라도 제한적인 성능 때문에 답답함이 많이 느껴져서 적극적으로 추천드리기가 어려웠습니다.
주연테크의 캐리북T 모델도 동일한 컨셉의 셀러론+eMMC 조합의 저가 노트북이었는데, 최근에 이 녀석이 프로세서를 펜티업 N5000 으로 업그레이드한 캐리북T 프로 모델이 출시됐더군요?
그래서 저도 과연 이런 저가형 eMMC 기반의 노트북 성능이 실사용 하기에 무리가 없는 수준까지 좋아졌는지 알아볼 겸 구매해서 리뷰를 해보게 됐습니다.
리뷰 시점의 가격 : 약 35만원
[ 좋아요 ]
- 디스플레이
- USB-C PD충전 / DP출력
- 저발열 / 무소음
[ 싫어요 ]
- SSD 업그레이드 필수
- 램 업그레이드 불가
- 고주파음 (기본 충전기 사용 시)
[ 용도 ]
정말 간단하게 이메일 확인, 문서 편집 정도 수준의 저렴한 서브 노트북이 필요한 경우
[ 한줄평 ]
셀러론 제품보다는 훨씬 스트레스 없이 사용 가능 / 하지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시길
직접 구매한 제품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목차 ]
1. 스펙 & 가격
2-1. 외관 & 포트구성
2-2. 내구성 & 내부구조
3. 키보드 & 트랙패드
4. 디스플레이 & 사운드
5. 성능 & 발열
6. 배터리
7. 총평
1. 스펙 & 가격
누가 뭐라해도 캐리북T 프로의 매력 포인트는 가격입니다. 기존에 기기 이전이 가능한 윈도우10 FPP 라이센스를 보유하고 있거나 어둠의 경로를 통해서 정품 인증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윈도우10 Pro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고요. 참고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10 보급을 위해서 eMMC 기반의 저가형 기기를 판매하는 제조사에게 무료로 윈도우 라이센스를 제공해주지만… 이건 소비자가 신경 쓸 일은 아니겠죠.
하지만 이 때문에 캐리북T 프로도 느려터진 eMMC 저장소를 장착하고 있기 때문에 노트북을 정상적인 성능으로 사용하려면 SSD 추가 장착이 필수입니다. 그러니 이런 유형의 노트북을 구매할 계획이라면 처음부터 SSD 업그레이드 비용은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사실 가격적으로만 보자면 여기에서 10~15만원 정도만 더 쓰면 훨씬 성능이 좋은 라이젠5 노트북도 가시권에 들어오기 시작하지만 전자기기를 구매할 때 제일 어리석은 생각이 “조금만 더 쓰면…” 이긴 하죠. 그리고 해당 제품들은 결정적으로 디스플레이 품질이 좋지 못하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윈도우10 정품 OS와 좋은 디스플레이를 원하는 사용자들의 수요를 나름 충족시켜주는 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무작정 가격을 앞세워서 마케팅하던 셀러론 노트북들과는 달리 나름 최소한의 셀링 포인트는 구축해둔 느낌이 드네요.
2-1 외관 & 포트구성
캐리북T 프로의 외관에 대해서는 평가가 많이 엇갈릴 것 같습니다. 의외로 알루미늄 패널의 질감이나 마감도 괜찮고 결합부에 특별한 유격을 찾아볼 수 없어서 첫 눈에는 생각보다 이쁘고 고급스러워 보일 수 있습니다. 전반적인 외관은 약간 노골적으로 맥북 시리즈를 따라한 감이 있긴 하지만요.
그런데 막상 노트북을 손으로 만져보면 알루미늄 패널의 테두리 마감이 날카로워서 그립감이 떨어지고 힌지와 내부 팜레스트는 저렴한 티가 나는 플라스틱 재질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남이 볼 때에는 고급스럽다는 착각을 일으키지만, 직접 사용하는 본인은 재질에서의 원가절감이 체감되는 구조랄까요?
13인치 노트북임에도 불구하고 외부의 알루미늄 패널이 제법 두꺼워서 무게가 조금 나갑니다. 물론 1.25kg 정도면 휴대하는데 전혀 지장은 없으니 걱정할 수준은 아니지만요.
한동안 15인치 노트북만 사용하다가 오랜만에 작은 13인치 기기를 사용하니 가방 없이 노트북을 파우치에 넣고 여기저기 이동하면서 사용하는 재미가 쏠쏠하긴 했습니다. (보통 화면이 작다고 13인치 노트북을 싫어하는 분들도 많은데, 애초에 15인치 제품과 사용 패턴이 많이 다른 제품입니다!)
포트 구성은 상당히 좋은 편이지만, HDMI 단자가 요즘에는 잘 사용되지 않는 Mini 규격이라는 것이 조금 특이하네요. 2개의 USB-A와 PD 충전, DP 출력이 지원되는 USB-C 포트의 조합은 보통 고급 제품이 아니고서는 보기 힘들죠. 특히 이런 저가형 기기에 PD 충전이 지원된다는 것은 살짝 감동적이더라고요.
그런데 기본 충전기를 연결하면 케이블이 USB-A 단자를 막는다는 점은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어차피 전 PD 충전기를 사용해서 불편함은 없었지만요.)
참고로 마이크로SD 슬롯의 속도는 매우 느린 편이어서 노트북의 용량 확장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혹시라도 부족한 64GB 저장소를 마이크로SD 카드로 극복하려고 하신다면 말리고 싶네요.
2-2 내구성 & 내부구조
두툼한 알루미늄 패널 덕분에 노트북의 전반적인 강성은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물론 알루미늄 재질의 특성상 자잘한 긁힘에는 취약할 수 있으니 파우치 사용을 권장드리고 싶네요. 하지만 의외로 키보드덱 힌지 부위는 힘을 주면 과할 정도로 많이 눌러지는 등 뭔가 좋은 듯 하다가도 안좋은 모습이 조금씩 발견되긴 합니다.
그리고 노트북이 닫혀 있을 때에는 디스플레이가 자석으로 단단히 고정되어 있어서 여는 과정이 쉽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급하게 노트북을 열어서 사용해야 할 때 은근 짜증을 유발하는 요소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디스플레이의 패널 자체도 아무런 보강 구조물 없이 노트북의 측면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서 측면에 지속적인 충격이 가해지거나 노트북을 무의식적으로 세게 닫는 습관이 있다면 장기적인 내구성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캐리북T 프로는 하판 개봉 과정도 조금 번거로운 편이고 내부에 접근해도 특별히 할 수 있는 것도 없으니 굳이 개봉하는 것을 권장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SSD 슬롯은 외부에 있는 별도의 덮개만 제거하면 손쉽게 접근이 가능하니 하판 전체를 분리할 이유도 없고요.
그냥 내부 구조가 궁금한 분들을 위해 사진만 첨부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당연히 SSD는 용량도 크고 별도의 디램도 달려있는 고급 제품이 좋겠지만, 비싼 SSD를 달아주자니 캐리북T 프로의 가성비가 의미 없어지는 느낌이어서 적당히 저렴한 녀석으로 달아줬습니다. 뒤에 성능 편에서도 다루겠지만, 저가 SSD라고 하더라도 eMMC 저장소와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그리고 램은 4GB 온보드 구조라는 점도 살짝 아쉬웠습니다. 아무리 가벼운 작업만 하는 노트북이라 하더라도 2020년 기준으로 4GB는 조금 빡빡한 느낌이죠. 이 가격대에 기본 8GB 탑재는 바라지도 않지만 램 업그레이드 슬롯이라도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3. 키보드 & 트랙패드
키보드는 눈으로만 보면 배열이나 폰트는 깔끔하고 이뻐보입니다. (솔직히 대놓고 맥북을 따라하려 노력한 느낌) 물론 전원 버튼의 해괴망측한 형광색 테두리만 제외하면요… 그런데 막상 손으로 키보드를 만지면 키캡의 플라스틱이 생각보다 저렴한 느낌이 나고 손의 기름기도 잘 묻어서 조그만 사용해도 금방 지저분해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의외로 키감 자체는 나쁘지 않더라고요. 고급스럽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제법 구분감이 있고 타자를 칠때 잘각잘각 하는 소리도 제법 경쾌하게 느껴졌습니다. 리뷰에 앞서 작성한 벤치마크 포스팅을 캐리북T 프로를 이용해서 작성했는데 타자 치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네요.
조용한 타건음은 아니니까 조용한 장소에서 사용해야 한다면 조금 주의할 필요는 있을 것 같네요.
그런 반면 트랙패드는 제 기준으로는 사용하기 불편했습니다. 13인치 노트북이라서 크기가 작은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표면 재질이 너무 저렴한 플라스틱이라서 매끄럽지가 못했고, 중간에 지문인식 센서는 애매한 위치에 있어서 실사용할 때 방해가 되는 수준이었습니다. 심지어 지문인식 센서도 인식률이 썩 좋지 못해서 차라리 없는게 나았을 것 같기도…
그리고 트랙패드의 중앙 부분을 클릭하면 좌클릭과 우클릭이 동시에 눌러지는 등, 완성도에 많은 문제가 있었다고 느껴졌네요. 어지간하면 마우스를 연결해서 사용하게 될 것 같습니다.
4. 디스플레이 & 사운드
굳이 성능이 썩 좋지도 않은 캐리북T 프로를 구매할만한 이유가 뭐냐고 물어본다면, 전 무조건 디스플레이라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저도 30만원대 노트북에 NTSC 72% 색역에 최대 밝기 300nits에 근접하는 상급 디스플레이 패널을 보게 될 줄은 몰랐네요. 게다가 터치 기능도 있으니 디스플레이 스펙만 놓고 보자면 70~80만원대 노트북과 경쟁해도 손색이 없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굳이 단점이라고 한다면 글레어 패널이라서 반사가 조금 있다는 점과 초기 감마값이 조금 낮게 세팅되어 있다는 정도겠네요.
그리고 소소하지만 터치가 지원이 된다는 점도 제법 마음에 듭니다. 사실 일반적인 노트북 폼팩터에서 터치 입력이 중요한 요소는 아지만, 가끔 클릭하기 귀찮을 때 화면을 톡톡 건드려서 조작하는 상황이 생각보다 자주 생기더라고요. 여러모로 디스플레이 품질이나 터치 입력 지원은 캐리북T 프로의 가격대를 감안하면 독보적인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저가형 노트북들도 단순 윈도우 정품 탑재나 저렴한 가격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이렇게 확실한 구매 포인트 하나 정도는 만들어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네요.
사운드 품질은 애초에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았지만, 그 기대보다도 더 안좋은 수준이었습니다. 최대 볼륨도 부족하고 고음은 특정 구간에서 약간 찢어지는 듯한 느낌마저도 들더군요. 그나마 정상적으로 출력되는 음역대도 깡통에 갇힌 듯한 답답한 표현력을 보여줍니다.
조금이라도 사운드 품질에 신경을 쓴다면 별도의 음향 장치를 연결해서 사용하지 않을까 싶네요.
5. 성능 & 발열
애초에 펜티엄 N5000의 성능이 썩 좋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아마도 사용자들이 정말로 궁금해하는 것은 “문서편집+인터넷 서핑 용도로 충분한 성능인지” 여부가 아닐까 싶네요. 기존 저가형 노트북에 주로 사용됐던 셀러론 계열의 CPU들은 가벼운 인터넷 서핑도 쾌적하다고 표현하기는 힘들었으니까요. (싸게 샀으니까 참고 쓴다는 느낌…?)
하지만 N5000 CPU는 생각보다는 가벼운 작업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크게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자료화면을 띄워논 상태로 리뷰 글을 작성하거나 간단한 사진 리사이징 정도는 답답하게 느껴지지는 않더라고요. 물론 고사양 노트북과 비교하면 빠릿한 맛은 없지만 확실히 이전에 사용했던 셀러론 기반 제품들보다는 쓸만하다고 봅니다.
참고로 게임은… 그냥 포기하세요. 고전 게임이건 뭐건 그냥 포기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eMMC 저장소 상태에서는 순간적으로 저장소로 인한 병목 현상이 가끔 나타났기 때문에 보다 쾌적한 사용을 위해서는 SSD 업그레이드를 권장드립니다. 하지만 SSD를 장착한 상태에서는 또 가끔 CPU 병목이 발생하기 때문에 굳이 고급 SSD를 장착할 필요 또한 없으니 너무 힘주지는 마시고요…
그나마 이런 저사양 구성의 장점을 찾는다면, 전반적인 기기의 발열이 적어서 무소음 쿨링 구조가 가능하고 사용자가 사용 중에 체감하는 기기의 표면 온도가 낮게 유지된다는 점입니다.
제 기기는 eMMC 저장소에 윈도우가 깔린 상태에서 정품 충전기를 이용해서 충전할 경우 사용 중에 고주파음이 발생했었는데, USB-C PD 충전기를 사용하거나 SSD에 윈도우를 재설치해서 사용하니 해당 증상이 사라졌습니다.
물론 고주파음은 기기 뽑기운이 강하게 작용하는 부분이라 모든 캐리북T 프로가 이럴 것이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고, 그냥 제 경우는 그랬다 정도로만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6. 배터리
일반적인 15W CPU가 장착된 노트북이라면 38Wh의 배터리 용량이 매우 작게 느껴졌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애초에 펜티엄 N5000 CPU는 일반적인 울트라북에 비해 소모 전력이 절반 이하이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오래 버텨주더군요.
제가 블로그 포스팅 텍스트 작성과 첨부 이미지 편집 작업 용도로 사용할 경우 배터리가 약 5시간 반 조금 놈게 지속됐습니다. 전 충전기 걱정 없이 밖에서 노트북을 자주 사용한다면 배터리 지속시간이 최소 6시간 이상 가는 것을 선호하지만, 캐리북T 프로는 PD 충전이 지원되니 충분히 수용 가능한 범위라고 생각합니다.
전용 충전기도 거의 장난감 같은 크기와 무게라서 자주 들고 다녀야 한다고 하더라도 그다지 불편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니면 PD 충전이 지원되는 보조배터리를 사용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겠죠.
충전 속도는 용량 대비 느린 편이지만 일상적인 사용 패턴에 불편함을 주는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품 충전기 기준으로 배터리를 10%에서 90%까지 채우는데 1시간 20분 정도가 소요됐습니다.
다만 제 경험상 이런 저가형 노트북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비교적 수명이 빨리 닳는 편이니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물론 캐리북T 프로도 그럴 것이라고 장담드릴 수는 없지만요.
7. 총평
사실 전 eMMC 저장소 기반의 저가형 노트북을 리뷰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과거의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좋은 평가를 하기 힘든 제품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번 캐리북T 프로는 “스트레스 받아가면서 사용해야 하는” 답답한 셀러론급 성능은 면했다는 점과 상당히 좋은 디스플레이를 장착하고 나왔다는 2가지 구매 포인트를 평가하기 위해 리뷰를 해보게 됐습니다.
물론 저는 노트북으로 고사양 작업과 멀티태스킹을 자주 하기 때문에 이 노트북을 실사용할 계획은 전혀 없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그래도 제조사 입장에서 최소한의 성의는 보여줬다는 생각은 들었네요.
정말로 급하게 간단한 작업만을 위한 노트북이 필요한데 큰 금액을 투자하고 싶지는 않으면서 침침한 디스플레이에 시달리고 싶지 않은 사용자에게는 제법 매력 포인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SSD 업그레이드가 권장이 된다는 점과 성능에 대해 너무 큰 기대를 하면 안된다는 점을 잘 인지하고 구매해야 후회하지 않겠죠. 만약 디스플레이, PD 충전과 같은 부분을 중요시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빠른 노트북을 원한다면 8세대 울트라북을 중고로 구매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으니 본인의 용도에 따라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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