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기기를 사용하면서 무시하지 못하는 요소 중 하나가 "디자인"이겠죠. 오죽하면 맥 OS를 사용할 이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디자인 때문에 맥북을 구매하는 사용자도 있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윈도우 노트북 시장에도 디자인으로 만렙을 찍은 모델이 있습니다. 바로 델의 XPS 시리즈인데, 사실 예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격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싸서 평이 많이 엇갈리기도 하죠.
[ 요약 ]
[ 좋아요 ] 디자인 마감 소음 |
[ 싫어요 ] 가격 최대 성능 |
[ 한줄평 ]
디자인과 마감은 윈도우 노트북 중에서 끝판왕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고급지다. 어차피 13인치 울트라북에서 엄청난 성능을 바라는 사람은 없을 테니 결국 문제는 가격...
리뷰 제품은 (주)오진상사 로부터 대여받았습니다. 소정의 원고료 협찬이 있었고, 내용에 대한 간섭이나 가이드라인은 없는 컨텐츠입니다.
[ 목차 ]
* 각 소제목을 클릭하시면 해당 부분으로 창이 이동합니다 *
1. 스펙 & 가격
"스펙만 놓고 보자면 특별할 것 없는 13인치 저전력+내장그래픽 노트북. XPS는 성능보다는 맥북 수준의 감성을 위해서 사는 물건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 스펙 평가 ]
XPS13은 2가지 모델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2020년형 디자인을 그대로 계승한 XPS13 9305, 그리고 더 얇고 베젤이 작아지면서 16:10 화면비가 적용된 신형 디자인의 XPS13 9310인데, 마침 이번에 두 제품을 한꺼번에 리뷰하게 됐네요. 그래서 이번 리뷰는 두 모델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해보려고 해요.
9310 모델이 11세대 타이거레이크 중 개선판 i7-1195G7을 달고 있다거나 32GB 램 옵션도 선택이 가능하다는 차이점이 존재하긴 하는데, 개인적으로 13인치 저전력 노트북에서는 체감이 될만한 차이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XPS13을 구매할 때 성능을 따지기보다는 "조금 더 저렴하게 구형 설계에 16:9 화면비인 9305를 선택할 것이냐, 비싸더라도 더 얇은 신형 설계에 16:10 화면비인 9310을 선택할 것이냐"에 초점을 두고 구매 결정을 내리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어차피 성능이 크게 중요한 제품군이 아니라는 점에서 저는 XPS13은 i5 사양에 16GB 램 구성으로 구매하는 것을 추천드리는 편이에요. 어차피 13인치 노트북에서는 i7의 성능을 온전히 활용하기 위한 전력을 유지하기 힘들고, i5 모델이나 i7 모델이나 디자인과 마감은 차이가 없으니까요.
[ 가격 평가 ]
당연히 XPS 평가에서 가격이 빠지기는 어렵겠죠. 8GB 램 사양을 제외하고 보면 현재 오픈마켓 가격 기준으로 9305 모델은 150만원, 9310 모델은 180만원 정도로 가격이 책정되어 있습니다. (XPS 시리즈는 할인을 크게 하는 경우가 거의 없음) 사실 13인치 내장그래픽 노트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 비싼 것은 사실입니다.
스펙이나 성능만 놓고 보자면 HP 파빌리온 에어로13, 레노버 요가 슬림7 카본 같은 제품들과 크게 차이 날 요소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막연히 "비싸니까 성능도 좋겠지"라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물건은 아니라는 점은 확실하게 못 박아두고 싶어요.
비싸더라도 이쁘니까, 남들이 부러워하는 XPS라는 브랜드니까 구매하는 "명품" 느낌이랄까요? (명품 제품에 대한 기준이나 가치관은 개인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2. 외관 & 연결성
"과거 맥북 시리즈처럼 디자인을 위해서 모든 것을 포기했다. USB-A 포트마저도..."
[ 디자인 ]
사실 XPS13을 구매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디자인입니다. 달리 뭐라 드릴 말씀은 없고, 그냥 너무 예뻐요. 솔직히 저는 구형 설계가 적용된 9305 모델은 조금 우습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만져보니 맥북 에어보다도 디자인과 마감이 더 좋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은색 알루미늄 프레임과 검은색 내부 카본 섬유 팜레스트는 시각적인 대비를 강조하면서 촉각적으로는 탄탄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전달해서 다른 노트북에서는 느낄 수 없는 XPS 특유의 고급스러운 감성이 잘 느껴집니다. 델의 인스피론15 7510 모델도 은색 알루미늄 노트북이라서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바로 옆에 두고 보면 비교하기 민망할 수준이랄까...
그리고 XPS 시리즈는 "베젤리스 디자인"으로도 유명하죠. 특히 9310 모델은 하단 베젤마저 극단적으로 깎아내면서 디스플레이가 거의 둥둥 떠있는 느낌을 줄 정도입니다. 신형 9310 모델은 베젤이 줄어들면서 디스플레이가 16:10 비율로 9305 모델보다 0.1인치 더 커졌는데도 불구하고 더 얇고 가볍습니다. 적당히 XPS의 마감과 감성을 느끼고 싶으시다면 9305 모델도 나쁘지는 않지만 끝판왕 수준의 "섹시함"을 느끼고 싶다면 역시 9310 모델이 낫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개인적으로 힌지는 검은색 카본 섬유 마감이 더 마음에 드는데 신형 9310 모델은 힌지가 은색 알루미늄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조금 아쉽긴 합니다.
[ 휴대성 ]
많은 분들이 XPS 시리즈는 가볍고 휴대성이 좋다고 생각하시는데, 요즘 기준으로 보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최신 13인치 노트북들은 무게가 1kg 이하인 것을 찾기가 그렇게 어렵지 않은데, XPS13은 약 1.2kg 정도니까 크기 대비 오히려 살짝 무겁다고 표현해도 될 정도인 것 같아요. 사실 탄탄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위해서는 노트북 재질을 조금 두껍게 만드는 수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고급스러운 노트북의 대명사인 맥북 에어도 1.25kg 정도니까요 뭐...
어찌 됐건 XPS13의 무게도 절대 휴대하기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고, 크기도 A4 용지보다도 작아서 여성용 크로스백이나 에코백에도 쉽게 수납이 가능하니까 휴대성 자체가 나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 연결성 ]
노트북을 극단적으로 얇게 만들다 보니 2020년 이후의 XPS13 모델에는 USB-A나 HDMI 포트가 아예 없습니다. 예전 맥북 프로 시리즈처럼 통신 단자는 USB-C밖에 없고, 여기에 추가로 3.5mm 오디오와 마이크로 SD 슬롯 정도만 있는 최소한의 구성이 전부예요. 마이크로 SD 슬롯은 90MB/s까지 지원되기 때문에 4K 영상 전송 용도로 사용하기에 문제없는 스펙이었습니다. 물론 요즘 노트북에서 마이크로 SD카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분들이 얼마나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그나마 구형 9305 모델은 도난 방지용 노블 웻지 락과 배터리 잔량 표기 LED가 있는데, 신형 9310 모델에서는 이마저도 제거했습니다. 포트만 놓고 보자면 9305 모델이 근소하게 앞선다고 볼 수는 있겠네요. 개인적으로 저는 XPS 시리즈의 배터리 잔량 표기 LED를 무척이나 좋아했는데, 신형 모델에는 이게 빠져서 조금 아쉽습니다.
그리고 XPS 수준의 프리미엄 노트북에 USB-C만 달아줄 거면 기본 구성품에 멀티 허브를 넣어줄 법도 한데, 9305 모델은 포트 관련 추가 구성품이 전혀 없고, 9310 모델에도 간단한 USB-C to A 동글 하나밖에 없다는 점은 살짝 기분이 상하더라고요.
3. 내구성 & 내부구조
"얇지만 탱크같이 단단하다"
[ 마감 & 재질 ]
명품을 사용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겠지만, 저는 제품을 "품질에 타협하지 않는 최상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는 우월감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품의 만듦새만 평가하자면 저는 XPS 시리즈를 노트북계의 명품이라고 부르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먼저 결합부 얘기부터 해보죠. 보통 노트북은 탈착이 가능한 구조물이 많기 때문에 마감이 아무리 깔끔해도 결합부를 손으로 만지면 그래도 재료의 연속성이 끊기는 지점이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XPS13은 카본 섬유와 알루미늄이 이어지는 결합부를 손으로 구별해내기 어려울 정도로 두 재료가 완벽하게 재단되어 있어요. 약간 리뷰에서 주접을 떨고 있는 느낌이긴 한데, 이건 정말로 직접 만져봐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리고 얇은 노트북임에도 불구하고 구석구석 어디를 만져도 "튼튼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 낙하 충격이나 액체류에 대한 내구성 측면에서는 씽크패드 같은 비즈니스 노트북이 낫겠지만, 손에 전달되는 신뢰감만큼은 XPS가 우월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이런 감성을 위해서라면 저는 XPS가 크기나 사양 대비 약간 무거운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것도 차별 요소인지, 단순히 제가 받은 제품의 QC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9305 모델은 하판과 팜레스트 결합부에 아주 미세하게 단차가 손으로 느껴지는 부위가 존재하긴 했습니다. 9310 모델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한 모습이었고요.
[ 내부 설계 & 확장성 ]
난이도 | 나사 개수 | 나사 길이 | 나사 규격 | 봉인 씰 | 분해 시작점 |
중상 | 8개 | 모두 동일 | Torx-T5 별모양 | 없음 | 힌지 사이 |
XPS13은 9305, 9310 모델 모두 하판 분해 요령이 비슷합니다. 결합부에 단차가 없다는 점 때문에 팜레스트 구석부터 틈을 벌리기 힘드니까 힌지 사이의 결합부에서 시작하는 것을 권장드려요.
내부 구조는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듀얼 히트파이프, 듀얼 쿨링팬이라는 점은 동일하지만 신형 9310 모델이 쿨링팬 날개가 더 촘촘하고 양쪽으로 균등하게 열이 배분되는 구조라서 구형 9305 모델보다 더 좋은 설계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리고 크게 중요한 요소는 아니지만 9310 모델이 내부 배선이나 부착용 테이프 배치가 더 깔끔하고 쿨링팬 날개도 조금 더 촘촘하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내부 공간이 부족한 13인치 모델이라서 확장성 측면에서는 아쉬운 모습이에요. SSD는 m.2 2280 길이로 1슬롯만 존재하고, 무선 랜카드나 램은 모두 탈착이 불가능하다는 점 참고하셔서 구매할 때 사양 결정을 잘하시기 바랍니다. (특히 램)
4. 키보드 & 트랙패드
"고급스럽긴 하지만 씽크패드와는 다른, 맥북에 조금 더 가까운 타건감"
[ 타건감 ]
일단 XPS 시리즈의 키보드 타건감은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탄탄한 키캡 재질과 하판 강성 때문인지 타자를 칠 때 느껴지는 안정감은 최상급이라고 느껴졌어요. 하지만 노트북의 두께가 얇은 탓인지 키 스트로크 깊이도 조금 얕다는 점은 호불호가 조금 갈릴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스트로크 깊이는 2021년형 삼성 갤럭시북 프로와 2020년형 맥북 에어 사이 정도의 느낌이랄까요...? 이것도 제가 노트북 중에서 키 스트로크가 깊은 편인 씽크패드 시리즈에 익숙해져서 투덜거리는 것이지, 대부분의 사용자는 충분히 고급스러운 키감이라고 느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신형 9310 모델이 9305 모델보다 키를 누를 때의 도각 거리는 구분감이 더 뚜렷했습니다. 조금이라도 조용한 타건을 원하신다면 9305 모델이 나을 수도 있겠지만, 9310 모델이 조금 더 고급스럽게 느껴지긴 해요.
[ 키 배열 & 백라이트 ]
기본적인 키 배열은 13인치 모델 중에서는 나름 정석적인 모습입니다. 9305와 9310 모델 사이에 소소한 차이점이 존재하긴 하는데, 간단히 요약하자면 :
1) 키캡 크기
2) 방향키 배열
3) 전원 버튼 위치
정도가 눈에 띄는 차이점인 것 같네요. 9310 모델은 키캡이 커지면서 키 사이의 간격이 14~15인치 노트북과 비슷해지면서 쉽게 익숙해질 수 있더라고요. 13인치 노트북이라는 제한된 크기에서 키캡 크기를 최대한 키우기 위해서 키보드덱의 좌우 공간을 극한까지 사용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9305 모델도 배열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닌데 13인치 노트북 특유의 오밀조밀한 간격은 조금 의식하고 사용해야 한달까요?
방향키 배열은 취향을 조금 타긴 하는데, 저는 Pg Up/Dn 버튼이 방향키와 딱 붙어있는 것보다는 차라리 일자 압축 배열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전원 버튼은 9305 모델처럼 다른 키들과 분리된 공간에 배치하는 것이 낫지만, 9310 모델은 공간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Delete 키 옆에 배치한 것 같고요. 다행히 전원 버튼은 다른 키들과 촉감도 다르고 작동 압력도 더 무거워서 타자를 치다가 실수로 눌러서 절전 모드에 진입하는 일은 없을 것 같긴 합니다.
[ 트랙패드 & 지문인식 ]
트랙패드도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표면 재질이 부드러운 것과 정확도나 트래킹 감도는 모두 만족스러웠지만, 클릭 느낌은 많이 달랐어요. 9305 모델은 클릭 소음이 큰 대신 누를 때마다 손에 전달되는 확실한 클릭감에 묘한 청량감(?)이 있더라고요.
그에 반해 9310 모델은 고급 비즈니스 노트북처럼 정숙하고 점잖은 클릭감입니다. 취향에 따라 선호도가 다를 수는 있겠지만, 조용한 환경에서도 노트북을 사용해야 한다면 9310 모델이 사용하기 더 편할 것 같네요.
지문인식 센서는 두 모델 모두 전원 버튼에 내장되어 있고, 인식률과 속도는 모두 문제없었습니다.
5. 디스플레이 & 사운드
"디스플레이 자체는 좋다. 그런데 미묘하게 옵션에 따른 차별 요소가 존재"
[ 힌지 ]
구형 설계 기반의 9305 모델은 노트북을 한 손으로 열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만큼 힌지 고정력과 안정성이 좋긴 했는데, 사용자에 따라 조금 아쉽게 느껴질 수 있는 요소이기도했죠. 그런데 신형 9310 모델은 힌지 밸런스가 개선되면서 한 손으로도 쉽게 열 수 있게 됐습니다. 이 때문에 힌지가 조금 더 부드러워지긴 했지만 여전히 느슨하게 느껴지는 수준은 아니라서 노트북을 무릎 위에 놓고 사용해도 디스플레이가 흔들리거나 각도가 바뀌거나 하는 일은 없었어요.
그런데 디스플레이 개방 각도가 130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은 조금 아쉬웠어요. 노트북을 책상이나 무릎에 올려두고 사용할 때에는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거치대에 올려두고 사용할 계획이라면 원하는 시야각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참고해두셔야 할 것 같아요.
보통 XPS 시리즈는 해상도를 FHD, 4K 사이에서 선택이 가능한데, FHD 모델은 베젤 테두리가 플라스틱이고, 4K 모델은 강화유리로 코팅되어 있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가성비 측면에서는 당연히 FHD 옵션이 좋겠지만, 베젤 마감도 조금 다르다는 점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강화 유리가 더 고급스러움)
[ 디스플레이 패널 ]
신형 9310 모델부터는 4K 해상도 IPS 패널 옵션이 3.5K 해상도의 OLED로 변경됐더라고요. 해상도가 기존보다 살짝 낮아져서 아쉬워하시는 분도 계실 것 같은데, 전 오히려 그게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13인치 화면에서 4K는 너무 과한 해상도라... 어찌 됐건 4K IPS나 3.5K OLED 패널 모두 색역이나 최대 밝기 모두 좋은 편이라서 만족스럽게 사용하실 수는 있을 거예요.
다만 OLED와 IPS 패널은 각기 장단점이 뚜렷해서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습니다. OLED 패널로 넘어오면서 색역과 암부 표현력은 월등하게 좋아졌지만, 아무래도 OLED 기술의 특성상 밝은 화면을 장시간 볼 경우 눈의 피로도가 IPS보다 심한 편이고, 노트북을 오래 사용하면 번인이 생길 수 있다는 잠재적인 불안감이 있긴 하죠.
저는 OLED 노트북을 1년 반 정도 사용하면서 번인 현상을 겪지는 못했지만, 이건 노트북 사용 패턴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는 점은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노트북으로 영화, 게임과 같은 미디어 컨텐츠를 즐기기에는 OLED 패널이 더 적합하고, 텍스트나 인터넷 서핑 같은 일상적인 작업은 IPS가 더 유리하다고 생각해요.
추가로 소소한 차이점을 몇 가지 더 나열해드리자면 :
1) 4K IPS는 반사가 있는 글로시 패널 / 3.5K OLED도 글로시 패널이긴 하지만 반사가 적은 안티 글레어 코팅 마감
2) 9305 모델은 16:9 화면비 / 9310 모델은 16:10 화면비
3) 4K IPS는 응답속도가 약간 느린 편 / 3.5K OLED는 응답속도가 빠름
정도로 참고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제가 사용한 3.5K OLED, 4K IPS 디스플레이는 모두 터치 입력 지원이 됐습니다. FHD 모델은 터치 미지원이고요. 어차피 디스플레이가 180도 개방되는 모델도 아니라서 터치 입력이 필수인 것은 아니지만, 있어서 나쁠 것은 없죠.
[ 웹캠 & 마이크 ]
웹캠은 상단 베젤 공간이 협소해서 고해상도 카메라를 달아주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입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720p 해상도의 소형 센서가 탑재되어 있는데, 딱 화상회의 용도로는 큰 무리가 없는 평범한 품질이에요. 욕심 같아서는 1080p 웹캠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러려면 베젤이 넓어지거나 노치가 생겨야 할 테니 저는 이런 조합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내장 마이크는 음성 전달력이 제법 좋은 편이라서 시끄러운 환경만 아니라면 별도의 외장 마이크 연결 없이 화상 회의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좋았습니다. 굳이 아쉬운 점이라면, 프리미엄 노트북임에도 불구하고 안면인식 카메라가 없다는 점 정도랄까요?
[ 스피커 ]
9305 모델은 스피커 그릴이 측면에, 9310 모델은 하판에 뚫려 있습니다. 지향성만 생각하면 9305 모델이 음질이 더 좋을 것 같은데, 9310 모델이 최대 볼륨, 고음 안정성, 해상력 측면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더라고요. 아마 내부 스피커 모듈 자체가 더 좋은 것을 탑재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9305 모델은 고급형 윈도우 노트북 중에서 평균, 혹은 약간 평균 이상 정도의 음질이었고, 9310 모델은 13인치 모델 중에서는 상당히 좋은 편이었어요.
6. 성능 & 발열
"발열은 매우 적은 편. 하지만 CPU 전력 제한은 많이 걸려있다."
[ 전력 & 발열 프로파일 ]
많은 분들이 XPS는 CPU 온도가 100도를 찍는 초고열 용광로라고 생각하시는데, 실제로 테스트해보면 내부 온도는 매우 착한 편입니다. 오히려 온도와 소음이 조금 더 올라가더라도 CPU 전력을 높일 수 있는 설정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력과 온도에 대한 기준이 매우 보수적이었어요.
그런데 많은 XPS 벤치마크 후기에서 CPU 코어 온도가 100도로 찍혀 있는 현상에 대해서 간단히 짚고 넘어가 볼게요. XPS13은 CPU에 높은 부하가 걸리면 2~3초 정도만 일시적으로 35W의 전력에서 구동이 되도록 설정이 되어 있습니다. 순간적인 앱 로딩 속도나 절전 모드에서 회복하는 속도를 최대한 빠릿하게 위해서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고성능 노트북 수준으로 전력을 올릴 뿐,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CPU 전력이 15W 상태에 코어 온도도 70도 이하로 안정적으로 구동이 된다고 볼 수 있겠죠.
그런데 보통 HWInfo로 온도 체크를 할 때 순간적으로 35W 상태에서 측정된 "최대 코어 온도" 기준으로만 결과를 해석하면 XPS의 전력, 발열 구조에 대해서 오해를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15W 정도면 쿨링팬과 히트파이프 1개씩만 배치해도 충분할 텐데, 굳이 듀얼 히트파이프+쿨링팬 구조로 소음을 최소화시켰다고 해석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 CPU 성능 ]
결국 XPS13은 CPU 전력이 15W로 세팅이 된 저전력 노트북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15W 정도면 11세대 타이거레이크 CPU의 싱글코어 성능을 뽑아내기에는 충분하지만, 모든 코어에 부하가 가해지는 멀티코어 성능은 아무래도 제약이 걸릴 수밖에 없겠죠.
그러니까 XPS13이 비싸다고 당연히 성능도 좋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딱 LG 그램 시리즈와 같은 경량 울트라북 수준의 성능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할 것 같네요. 일반적인 문서, 인터넷 서핑, 간단한 사진 보정 작업 정도는 큰 무리가 없지만 동영상 편집이나 게임, 3D 작업은 조금 버거운 정도...?
그리고 9310 모델은 CPU가 기존에 흔히 사용되던 i7-1165G7 보다 약간 개량된 i7-1195G7 모델이긴 한데, 테스트 결과가 약간 더 좋기는 하지만 노트북을 실사용하면서 유의미한 성능 차이를 체감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냥 인텔이 12세대 엘더레이크 CPU 출시가 지연되면서 시간을 벌기 위한 구색 맞추기 용도의 CPU 모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 그래픽 성능 ]
타이거레이크 Xe 내장그래픽과 4266MHz의 LPDDR4x 램 조합 덕분에 3D Mark 벤치마크 점수는 내장그래픽 노트북 중에서 매우 높게 측정됐습니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설명드리겠지만, 아쉽게도 실제 게임 구동 성능은 이 점수만큼 좋지는 못하더라고요. 아무래도 CPU에 15W 내외로 전력 제한이 걸려있는 한계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게다가 조만간 라이젠 5세대 렘브란트 CPU가 나오면 저전력 노트북의 내장그래픽 성능 기준에 대격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XPS13에서 게임 성능을 기대하면서 구매 결정을 내리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 게임 성능 ]
9305 모델이나 9310 모델이나 CPU와 쿨링 설계 차이가 약간 있긴 하지만, 실제 게임 성능 테스트 결과는 비슷한 수준입니다. 굳이 빡빡하게 따지자면 9305 모델이 평균 프레임이 살짝 더 높게 측정되긴 했는데, 9305 모델은 윈도우11 상태였고 9310 모델은 윈도우10 상태였다는 차이점 때문이지 않을까 싶네요. 제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설정한 것은 아니고, 노트북을 받을 때부터 그렇게 세팅되어 있었습니다.
하여튼 리그 오브 레전드 같은 가벼운 게임은 충분히 즐길 수 있지만, 조금이라도 게임 사양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해상도를 720p 수준으로 타협해야 원활한 프레임 확보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애초에 게임 성능을 염두에 두고 계시다면 다른 노트북을 알아보시는 것을 추천드릴게요.
[ 발열 & 소음 ]
애초에 노트북을 최대 성능 모드로 구동해도 CPU 코어 온도가 70도 넘게 올라가는 일도 없을 정도로 내부 온도가 낮게 유지되기 때문에 표면 온도가 높게 올라가는 일도 없습니다. 30분 넘게 CPU와 내장그래픽을 100% 부하로 구동하고 난 후에도 키보드 9305, 9310 모델 모두 표면 온도가 33~36도 이상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열을 해소하는 쿨링팬도 2개나 있어서인지 RPM이 빠르게 올라가지 않아서 소음도 최대 40dB 내외로 조용했고요. 저소음 모드에 해당하는 "방해금지" 설정을 활성화하면 거의 무소음 수준으로 조용해져서 도서관 같은 장소에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 저장소 성능 ]
이건 정말 예상 못했네요. 9305 모델이 그나마 XPS 시리즈 중 원가절감이 들어갔다는 점은 잘 알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NVMe SSD 중에서 저가형 모델인 WD SN530을 달아준 것은 조금 선을 넘은 듯한 느낌이에요. 소비자 입장에서도 나름 프리미엄 노트북인데 보급형 모델에 주로 사용하는 SSD가 달려있다는 사실이 기분이 나쁠 것이고, 델 입장에서도 이건 XPS 브랜드의 자존심을 깎아먹는 자충수라고 생각해요.
물론 냉정하게 따지고 보면 대부분의 사용자는 2000MB/s 내외의 전송 속도면 차고 넘치는 수준이지만... 이건 프리미엄 제품으로써 기본적인 예의(?) 문제라고나 할까요...? 다행히 9310 모델은 SK 하이닉스 PC711 모델로, 속도 테스트에서도 준수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7. 배터리
"고해상도 모델인 것을 감안하면 배터리 지속력은 괜찮은 편"
[ 배터리 지속력 ]
최대 CPU 전력이 15W로 설정된 노트북에 배터리 용량이 52Wh 정도면 상당히 큰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사용한 XPS13 두 모델 모두 고해상도 패널 옵션이라서 디스플레이에서 소모하는 배터리가 많은 것 같더라고요. 일반적으로 FHD 노트북에 이런 전력 설정과 배터리 용량이면 7~8시간 실사용도 가능한데, 9305 모델은 약 6시간, 9310 모델은 약 6시간 반 정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두 모델 모두 화면 밝기 300nits 내외로 맞추고 "최적화" 성능 모드에서 블로그 편집 작업을 기준으로 측정했는데, 아무래도 OLED 패널이 IPS보다 전력 효율이 더 좋아서 9310 모델이 조금 배터리 시간이 좋게 나온 것이 아닐까 싶네요.
[ 충전기 ]
두 모델 모두 USB-C PD 충전이 지원되고, 노트북의 왼쪽과 오른쪽에 있는 포트 중 아무 데나 연결해도 모두 충전이 가능합니다. 의외로 윈도우 노트북 중에서 양쪽 포트에서 모두 충전이 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의외로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특이하게도 9305 모델은 충전기가 65W, 9310 모델은 45W 규격이더라고요. 어차피 XPS13은 전력 소모가 큰 노트북이 아니라서 45W 충전기로 충분히 감당이 가능하기 때문에 저는 휴대성을 더 챙긴 45W 소형 충전기가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65W 충전기가 충전 속도 자체는 조금 더 빠르기 때문에 이건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 같긴 하네요.
PD 충전은 35W~100W까지 다양한 규격으로 모두 문제없이 충전 호환이 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8. 기타
"구독자분들의 질문을 모아서 답변해봤습니다."
[ XPS 시리즈의 변화 ]
"이 노트북들을 다루시면서 이전에 쓰셨던 xps와의 짧은 비교를 통해 xps가 그동안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왔는지 다뤄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Memento Mori 님"
XPS 시리즈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은 베젤리스 디자인이 적용되기 시작한 2015년형 모델부터입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윈도우 노트북은 디자인이 별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고, 예쁜 노트북을 원하면 맥북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었죠. 그런데 XPS가 베젤을 극단적으로 줄인 디자인을 선보이면서 윈도우 노트북 시장도 점점 기기의 외형도 신경을 쓰기 시작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시의 XPS 시리즈는 발열 이슈, 디스플레이 하단에 배치된 웹캠의 위치 등 불편한 요소들이 많았는데, "전자기기도 디자인이 좋으면 조금 불편한 요소들이 있어도 비싸게 구매하는 사용자가 생각보다 많다"는 점을 시장이 직접적으로 느끼게 됐다고나 할까요?
[ 2022년형 XPS13 플러스 ]
"ces2022에 나왔던 dell의 xps+ 등 새로운 dell 노트북과의 연결을 다뤄주셔도 재밌을 것 같아요. -Memento Mori 님"
최근 CES2022 행사에서 델의 신형 XPS13 "플러스" 모델이 공개됐습니다. 보통 XPS 시리즈가 기능성보다는 디자인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긴 한데, XPS13 플러스는 너무 기능성을 극단적으로 희생한 것 같더라고요. 트랙패드가 햅틱 방식으로 바뀌면서 아예 테두리가 사라졌고, ESC와 F열 키들이 모두 터치 조작 방식으로 변경됐습니다.
눈으로 얼핏 보면 엄청 깔끔한 디자인 같긴 한데, 실제로 사용하면 상당히 불편할 것 같아서 조금 걱정되네요. 다행인 점은 XPS13 플러스는 정식 후속 모델은 아니고 시장의 반응을 살펴보긴 위한 실험작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 XPS 시리즈의 종특 ]
"XPS 종특인 터치패드 흔들림이랑 코일 우는소리도 확인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shin ys님 "
제가 사용한 XPS13 두 모델은 터치패드나 고주파음(코일 와인) 증상은 없었습니다. 과거 XPS 시리즈는 충전 중에 상판에서 전류가 손에 느껴지는 증상도 있었는데, USB-C 타입 충전으로 바뀌면서 해당 증상도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어요.
9. 총평
이번 XPS13인치 모델 2종을 만져보면서 구독자분들에게 전달드리고 싶은 내용을 요약하자면 :
1) 노트북은 비싸다고 무조건 성능이 좋은 것은 아니다. XPS 시리즈가 비싼 이유는 디자인과 마감 때문이다.
2) 다른 노트북들과 비교해서 XPS 시리즈의 디자인과 마감에 확연한 차이가 있는지 물어본다면 "그렇다"라고 생각한다.
3) 하지만 이 디자인과 마감을 위해서 비싼 금액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는 개인의 판단에 맡긴다.
정도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저도 리뷰를 준비하면서 XPS13이 저에게 "필요한 물건"은 아니지만 계속 사용하다 보면 "가지고 싶은 물건"이라고 느껴지긴 하더라고요. 그렇기 때문에 휴대용 윈도우 노트북 중에서 애플 맥북 수준의 고급스러운 감성을 느껴보고 싶으시다면 XPS 시리즈를 한 번쯤은 사용해보시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명품 시계나 가방, 의류도 딱히 기능성 때문에 비싼 돈을 지불하고 구매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10. 구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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