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에이수스에서 45W급 11세대 타이거레이크 H 프로세서가 탑재된 ROG 게이밍 노트북을 공개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더라고요. 그래서 간단히 신제품 소개하기 위해서 글을 쓰려다 보니... 최근 인텔의 족보가 꼬여도 너무 꼬여있는 거예요.
최근 인텔 신형 CPU의 개발 소식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는 마니아분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을 것 같아서 미리 인텔 CPU의 족보 정리 한번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 같은 세대, 다른 모델명? ]
과거에 인텔 CPU 모델명은 매우 이해하기 편했습니다. 각 세대마다 고유의 코드명이 존재했고, 그 세대 내에서 전력 등급을 구분하기만 하면 됐으니까요. 간단히 예를 들자면 :
- 세대명 - 6세대 스카이레이크 / 7세대 카비레이크 등
- 태블릿 & 팬리스 노트북 - 5W급 코어 m 시리즈
- 일반 휴대용 노트북 - 15W급 U 시리즈
- 올인원 PC - 35W급 T 시리즈
- 고성능 노트북 - 45W급 H 시리즈
- 데스크탑 PC - 65W 이상 정규 코어 시리즈 (오버클럭 모델은 뒤에 K 붙음)
그런데 인텔의 CPU 족보는 10세대부터 심각하게 꼬이기 시작합니다. 그 이유는 신형 10nm 공정 기반의 아이스레이크 프로세서와 구형 14nm 공정 기반의 코멧레이크 프로세서로 구분이 됐기 때문이죠. 보통 새로운 공정의 CPU가 출시되면 구형 공정 모델은 단종시키는 것이 일반적인데, 왜 인텔은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일까요?
↓ 10~11세대 인텔 CPU 세부 모델명 정리표
위의 표를 자세히 보시면 인텔은 10nm 공정 제품 중에서 45W급 고성능 프로세서를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그나마 35W급 H35 프로세서도 CES 2021 행사에서 급하게 발표한 후 극소수 모델에만 적용됐을 뿐, 대중적인 CPU라고 보기는 어렵죠.
사실상 인텔이 10nm 공정으로 고성능 프로세서를 만들 수 없는 모종의 이유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14nm 코멧레이크 시리즈를 억지로 유지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실제로 제가 여러 기종을 테스트해본 결과 타이거레이크 CPU는 잠재적인 성능이 좋은데, 그 성능을 뽑아내기 위해서 높은 전력과 발열을 감당해야 한다는 단점이 공통적으로 있더라고요.
타이거레이크 노트북들은 28W 이상의 전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발열 설계에서는 라이젠을 상회하는 성능을 보여주지만, 일반적인 울트라북에서 기대되는 18W 수준의 전력에서는 확실히 제대로 힘을 내지 못하는 편입니다. 좋게 보자면 타이거레이크 CPU의 잠재력이 높은 것이고, 나쁘게 보자면 전력 효율이 엉망이라는 것이죠.
이미 4코어짜리 저전력 타이거레이크 시리즈가 이 모양인데, 6~8코어 구조의 고성능 H 프로세서는 엄청난 전력과 쿨링 설계를 요구할 것이라고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CPU에 지속적으로 90W를 유지할 수 있는 노트북이면 이론상 6~8코어 타이거레이크 CPU도 성능이 좋긴 할 거예요. 다만 대부분의 노트북 설계에서는 그게 불가능할 것이고요.
그래서 인텔이 2021년 상반기까지 구형 10세대 코멧레이크 H 프로세서를 사용한 것은 의도된 선택이 아닌, 어쩔 수 없는 차선책이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 타이거레이크 H 프로세서 ]
어찌 됐건 이제 슬슬 타이거레이크 H 프로세서가 탑재된 노트북이 곧 출시될 것이라는 소식과 함께 몇몇 벤치마크 자료들이 유출되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타이거레이크 H 시리즈의 구성과 모델명부터 보고 가시죠.
일단 다행인 점은 이제 고성능 H 프로세서 시리즈에서 4코어 구조는 완전히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i5 모델도 기본적으로 6코어 12스레드로 시작한다는 점이 반갑네요. 그리고 i7도 더이상 6코어 구조는 없고 8코어 16스레드부터 시작합니다. 사실 일부 모델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고성능 노트북에는 i7-1180H 모델이 쓰일 것으로 예상이 되기 때문에 해당 모델만 기억하셔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전력 타이거레이크 시리즈와 달리 H 프로세서는 Xe 내장그래픽이 아니라 성능이 낮은 UHD 내장그래픽인데, 대부분 H 시리즈는 별도의 엔비디아 RTX급 그래픽과 페어링되기 때문에 문제되는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타이거레이크 H 프로세서는 분명 TDP가 45W로 설정되어 있는데, 스펙시트에는 왜 35W 기준에서의 클럭을 표기한 것인지 모르겠네요. 게다가 35W 상태에서는 기대 클럭이 2.0~2.2GHz라서 베이스 클럭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 역시나 이번에도 전력 효율 문제가 걱정됩니다.
참고로 스펙시트에 표기된 4.7~4.9GHz의 최대 부스트 클럭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CPU에 액체질소를 부어도 발열 때문에 최대 터보 클럭까지 올라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해요.
온라인에서 타이거레이크 H 프로세서의 긱벤치(Geekbench) 벤치마크 점수가 포착이 됐습니다. 여담이지만, CPU 탑재 기기가 "SAMSUNG Electronics"라고 기재된 것으로 미루어보아 삼성이 조만간 오디세이 게이밍 노트북 후속작을 출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일단 Geekbench 성능 테스트는 상대적으로 발열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지는 평가 항목이라서 실제로 CPU에 높은 부하가 걸린 상황의 성능을 대변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다른 기종과 직관적으로 CPU 성능을 점수로 비교하기 좋은 지표이긴 하죠.
먼저 제가 최근에 테스트한 고성능 노트북 기종과 위에 유출된 자료를 하나의 표로 합쳐서 비교해보겠습니다 :
확실히 싱글코어나 멀티코어 모두 인텔 10세대 코멧레이크는 물론, 최신 라이젠 4세대 세잔 시리즈도 상회하는 수준이네요. 일단 타이거레이크 H 시리즈의 성능 잠재력이 뛰어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CPU에 실제 부하가 100% 걸리는 상황에서의 CPU 전력값이 일반적인 고성능 노트북 설계에서 현실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인지는 직접 평가해봐야 할 것 같네요. 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타이거레이크 CPU가 75W 이하의 전력에서 위의 긱벤치 자료와 같은 성능을 안정적으로 뽑아내 준다면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대부분의 게이밍 노트북은 장시간 구동할 경우 CPU 전력이 보통 65~75W 사이에서 유지가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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