씽크패드 시리즈는 정말 종류가 다양합니다. 그러다 보니 저한테도 생소한 씽크패드 종류들이 있는데, 오늘 리뷰하는 씽크패드 T15g 모델이 그중 하나입니다. 원래 예정에 없던 리뷰였는데, 씽크패드에 무려 RTX3080을 탑재한 컨셉이 재미있을 것 같더라고요.
[ 요약 ]
| [ 좋아요 ] 워크스테이션 중에서는 가성비...?! 키보드 SSD & RAM 확장성 |
[ 싫어요 ] CPU 쿨링 설계 넓은 베젤 (16:9 화면비) 휴대성 |
[ 한줄평 ]
370만원이 비싸다고요? VRAM 16GB짜리 쿼드로 RTX5000 노트북은 보통 500만원부터 시작입니다...
리뷰 제품은 (주)하루제스트로부터 대여받았습니다. 별도의 협찬 및 지원이 없는 독립적인 리뷰임을 밝힙니다.
[ 목차 ]
* 각 소제목을 클릭하시면 해당 부분으로 창이 이동합니다 *
1. 스펙 & 가격
"하이엔드 워크스테이션 가격을 생각하면 나름 가성비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만큼 타협해야 되는 요소도 있지만"
[ 스펙 평가 ]
씽크패드 T15g 모델을 처음 보면 370만원이라는 엄청난 가격에 기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스펙 구성을 찬찬히 따져보면 조금씩 말이 되기 시작합니다.
기본적으로 RTX3080이 현재 노트북 시장에서는 거의 최상급 그래픽이기도 하고, 씽크패드 T15g에 탑재된 RTX3080은 VRAM(그래픽 메모리)이 무려 16GB라서 확실한 차별화 요소가 있다고 볼 수 있겠죠. (일반 노트북용 RTX3080은 VRAM이 8GB)
보통 고가의 워크스테이션 노트북에는 "쿼드로" 그래픽이 장착되는 경우가 많은데, 일반적인 소비자용 GPU보다 가격이 훨씬 비싼 물건입니다. 일반 GPU와 쿼드로 GPU와는 여러 차이점이 있지만, 가장 큰 차별 요소 중 하나가 바로 VRAM 용량이에요. 그런데 씽크패드 T15g는 쿼드로 중 거의 최상위 제품군인 RTX5000 모델과 VRAM 용량이 16GB로 동일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 가격 평가 ]
물론 VRAM이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쿼드로 RTX5000 그래픽이 RTX3080보다 메모리 대역폭, 다양한 그래픽 API 호환성 방면에서 우월하기 때문에 워크스테이션 용도로 적합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쿼드로 RTX5000 워크스테이션 노트북의 가격대를 보시면 오히려 VRAM을 늘린 RTX3080이 나름 "가성비" 선택지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예요. VRAM 용량이 16GB인 상급 워크스테이션 노트북들은 최소 500만원부터, 비싸면 800~1000만원까지 하는 경우도 있으니...
참고로 RTX3080 그래픽이 달렸다고 고사양 게이밍 노트북 느낌으로 접근하시면 낮은 TGP와 게임에 적합하지 않은 내부설계 때문에 크게 실망하실 거예요. 완전히 타깃 소비자층이 특화된 제품이니까 게임이 주목적이라면 제대로 된 게이밍 노트북을 추천드립니다. RTX3080 게이밍 노트북도 보통 280~400만원 내에 구매 가능하니까요.
** VRAM은 사실적인 고해상도 텍스처 그래픽 작업, 혹은 딥러닝과 같은 병렬 연산에서 많이 사용됩니다 **
2. 외관 & 연결성
"씽크패드 T15의 벌크업 버전"
[ 디자인 ]
기본적인 디자인은 "검은색 바디에 빨간색 포인트 색상"의 전형적인 씽크패드 T시리즈와 동일합니다. 측면에 통풍구가 추가되고 두께가 일반적인 T15 모델보다 많이 두꺼워졌다는 점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기기의 느낌 자체는 비슷합니다. 씽크패드 디자인은 사용자에 따라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편이라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 평가보다는 구매자의 판단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저는 씽크패드 디자인을 좋아하는 편)
단점 몇가지를 말씀드리자면, 노트북 표면에 지문이 잘 묻고, 베젤이 두껍다는 점과 상판에 Lenovo 각인 정도인 것 같네요. 지문 묻는 거는 검은색 노트북의 공통된 단점이고 베젤은 밀스펙 인증을 받기 위해 의도된 결정이라고 하니 이해하고 넘어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상위 씽크패드 라인업에서는 제발 Lenovo 각인 정도는 빼줬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Lenovo 브랜드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상판에 로고를 2개 넣어버리면 디자인적으로 깔끔하지 못하다는 느낌이 나더라고요. 비교 용도로 Lenovo 각인이 없는 씽크패드 사진을 첨부해드릴게요.
[ 휴대성 ]
특별히 경량화에 집중한 모델은 아니기 때문에 휴대성은 매우 떨어집니다. 약 2.8kg 정도인데, 이 정도면 15.6인치가 아니라 어지간한 17.3인치 게이밍 노트북과 비슷한 무게라고 볼 수 있겠죠. 마치 MSI의 타이탄, 혹은 에이서의 헬리오스 700 수준의 헤비급 게이밍 노트북 같은 느낌이랄까요?
나름 대용량 배터리 구성이긴 하지만 고사양 작업을 위한 모델이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쯤 되면 "차라리 고사양 워크스테이션 데스크탑 PC를 맞추는 게 낫겠다"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건데, 저도 부분적으로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가끔은 이동이 가능한 고사양 워크스테이션이 필요한 특수 직업군도 존재하긴 하더라고요.
[ 연결성 ]
포트구성은 좋은 편입니다. 기본적으로 USB-A 2개, USB-C 3개, 3.5mm 오디오, HDMI, 유선 랜, SD카드 리더기 구성인데, 옵션에 따라서 LTE 나노심 슬롯, 스마트카드 리더를 추가할 수 있습니다. (리뷰 모델에는 추가 옵션 없음) USB-C 중 2개는 최대 40Gbps 대역폭의 썬더볼트4 규격이고, 1개는 10Gbps 대역폭인 USB 3.2 Gen2라는 점 참고해주시고요.
그런데 분명 스펙시트에는 모든 USB-C 포트로 PD충전과 디스플레이 출력이 된다고 표기되어 있는데, 제가 보유하고 있는 30W, 45W, 65W, 100W PD 충전기가 모두 인식이 되지 않았습니다. 디스플레이 출력은 문제 없었고요. PD 충전이 지원되는 고사양 노트북 중 일부는 충전 규격을 까다롭게 가리는 경우가 있는데 씽크패드 T15g도 이런 경우이지 않을까 추측해보고 있습니다.
HDMI도 RTX3070 모델은 2.0버전, RTX3080 모델은 2.1 버전이라고는 하는데, 아쉽게도 저에게 4K 144Hz나 8K 모니터가 없어서 직접 확인할 수는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USB-C를 후면에 3개 모두 배치하는 것보다는 측면으로 하나 빼줬으면 조금 더 사용하기 편하지 않았을까 하는 소소한 아쉬움이 남긴 하네요.
무선 랜카드는 와이파이6e 규격까지 지원되는 최상위 인텔 AX210 모델입니다.
3. 내구성 & 내부구조
"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 재질. 이런 크기의 노트북을 카본이나 알루미늄으로 만드는 것은 힘들겠지..."
[ 마감 & 재질 ]
씽크패드 T시리즈는 대체로 마감이 좋은 편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프리미엄 노트북에서 기대하는 마감과는 다른 느낌이에요. 씽크패드 T시리즈는 깔끔한 유니바디 디자인보다는 각 부품을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외부에 이음새나 결합부가 많이 존재합니다. 이 사실을 잘 모르고 보면 여러 부품을 덕지덕지 붙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깔끔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대중적인 감성과는 거리감이 있을지는 몰라도 디스플레이와 키보드가 손쉽게 분리가 가능한 설계에서 유격 없는 깔끔한 마감, 침수지연 설계, 밀스펙 810H 인증까지 받았으니 완성도가 높다고 보는 것이 맞겠죠.
프레임 재질은 GFRP(유리섬유 보강 강화 플라스틱)으로, 얼핏 만져보면 카본 섬유와 마그네슘의 사이의 느낌이 납니다. 강성과 탄성을 모두 확보하기 좋은 재질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촉감도 그렇게 느껴지더라고요. 물론 카본 섬유가 더 고급 재질인 것은 맞지만, 이렇게 큰 노트북을 카본 섬유로 뒤덮으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테니 납득할 수 있는 결정이라고 봅니다. 알루미늄은 지나치게 무거워서 이런 큰 노트북에서는 사용하기 어렵고요.
[ 내부 설계 & 확장성 ]
| 난이도 | 나사 개수 | 나사 길이 | 나사 규격 | 봉인 씰 | 분해 시작점 |
| 상 | 13개 | 분실방지 처리 | 십자 PH01 | 없음 | 힌지 사이 |
씽크패드 T시리즈는 생각보다 하판 개봉이 쉽지 않습니다. 특히 키보드덱과 하판을 붙잡고 있는 걸쇠가 워낙 단단하게 체결되어 있어서 무리하게 힘으로 열려고 하면 걸쇠 1~2개는 꼭 부러지게 되니까 주의해야 합니다. 정확하게 걸쇠의 위치를 확인해서 얇은 헤라로 걸쇠 부분만 툭툭 건드려주면서 천천히 분리해야 하판 파손 없이 분해할 수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내부에는 각각 2개의 SSD와 램 슬롯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메인보드의 반대편에 추가로 2개의 램 슬롯과 1개의 SSD가 있는데 해당 부위에 접근하려면 키보드를 분리하거나 메인보드를 노트북 프레임에서 완전히 들어내야 해서 접근성이 조금 떨어지는 편이긴 해요. 그래도 총 4개의 램 슬롯과 3개의 SSD 슬롯 구성이니 확장성은 상당히 좋다고 볼 수 있겠죠.
그리고 특이하게도 씽크패드 T15g는 GPU가 메인보드에 칩 형태로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독립된 PCB가 메인보드의 PCIe 슬롯에 연결 된 구성입니다. 아무래도 GPU의 전원부와 VRAM을 넉넉하게 배치하기 위해 별도의 PCB를 사용한 것이 아닐까 싶네요. 그렇기 때문에 이론상 호환되는 부품만 있다면 추후 GPU도 교체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쿨링 설계는 조금 실망스러웠어요. 나름 열 배출구가 4방향으로 된 배열이긴 한데 CPU에 히트파이프 1개만 배정되어 있다는 점이 상당히 불안해 보이더라고요. 게다가 쿨링팬도 특별히 직경이 크거나 날개가 촘촘한 것도 아니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워크스테이션 용도면 CPU 쿨링에 더 신경 써주는 것이 맞았을 것 같은데... 조금 아쉬운 요소네요.
4. 키보드 & 트랙패드
"씽크패드의 키보드 품질에 대해서는 반박 받지 않겠습니다."
[ 타건감 ]
씽크패드 시리즈는 우수한 키보드 품질로 유명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출시한 씽크패드 X1 시리즈는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 오히려 키보드 타건감을 기존보다 얕게 만들어서 많은 비판을 받았었죠. 다행히 T15g 모델은 기존 키보드를 그대로 사용해서 과거의 우수한 타건감도 그대로 계승하고 있습니다.
노트북 키보드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깊은 키 스트로크, 뚜렷한 구분감과 만족스러운 반발력 모두 갖춘 최상급 타건감입니다. 오죽하면 씽크패드 키보드 타건감을 재현한 무선 키보드까지 따로 만들 정도니까 "탈 노트북" 수준이라고 평가해도 무리가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타건 소음이 조용한 편은 아니고 구름 타법을 즐기는 분들에게는 노트북 치고는 키압이 조금 무겁게 느껴질 수 있어서 약간 취향을 탈 수는 있습니다.
[ 키 배열 & 백라이트 ]
풀 사이즈 4열 넘버패드, 'ㅗ'배열 방향키, 4개씩 따로 구분된 F열 키와 같이 일반적인 데스크탑 키보드와 유사한 점이 많아서 누구든지 쉽게 적응할 수 있는 배열입니다. 특히 넘버패드 위에 따로 있는 등호와 괄호 키 때문에 프로그래밍하시는 분들이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요소로는 방향키에 가깝게 배치 된 Pg Up/Dn 버튼, 그리고 왼쪽 Fn과 Ctrl 키의 배치 순서 정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Fn과 Ctrl은 90년대부터 노트북을 사용하신 분들은 "근본 배열"이라고는 하지만, 2021년 기준으로는 대부분 Ctrl이 먼저 오는 것을 선호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내장 소프트웨어를 통해서 Fn과 Ctrl 기능은 쉽게 바꿀 수 있으니 취향에 맞게 사용하시면 되겠습니다.
키보드 백라이트는 2단계로 조절이 가능합니다. 빛 균일도나 밝기 모두 불만스러운 점 없었어요.
[ 트랙패드 & 지문인식 ]
모든 씽크패드 노트북이 그렇듯이, T15g도 트랙포인트(빨콩)을 위한 전용 클릭 버튼 때문에 트랙패드 면적이 좁은 편입니다. 감도나 정확도 모두 나쁘지는 않아서 일상적인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문제없는 평범한 품질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트랙포인트는 사용하는 분들만 사용하고 아닌 분들에게는 그저 디자인적인 요소밖에 되지 않을건데, 저는 가끔 사용하긴 합니다. 문서작업 중에 굳이 손가락을 트랙패드까지 내리기 귀찮을 때 간단한 조작은 트랙포인트로도 충분히 가능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트랙포인트를 꼭 사용하라고 강요할 생각은 없지만, 처음에 조금 적응기만 거치면 제법 쏠쏠하게 써먹을 수 있다고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씽크패드에서 빨콩은 거의 상징적인 디자인 요소라서 사용하지 않더라도 없으면 허전할 것 같기도 하고요.
지문인식 센서는 방향키 아래에 따로 탑재되어 있습니다. 인식속도나 정확도 모두 만족스러웠어요.
5. 디스플레이 & 사운드
"디스플레이 자체는 좋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16:10 비율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 힌지 ]
힌지는 하판에 돌출된 2개의 고정부에 연결이 된 방식입니다. 이 연결부는 디스플레이를 조작할 때 움직이 없는 고정 형태이고 외부 재질도 탄탄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내구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여요. 마찰력 밸런스도 잘 잡혀 있어서 어떤 각도에서든 편하게 조작이 가능하고 고정력도 좋다고 느껴졌습니다.
[ 색역 & 밝기 ]
씽크패드 시리즈는 대부분 다양한 디스플레이 옵션 선택이 가능합니다. 제가 사용한 모델은 FHD 해상도에 최대 500nits까지 올라가는 저반사 패널이었어요. (세부 옵션 : FHD 300nits / FHD 500nits / 4K 비터치 / 4K 터치) 색역이나 대비는 평균적인 모습이지만 최대 밝기가 높아서 밝은 환경에서도 시인성이 좋게 느껴졌습니다.
워크스테이션 용도라서 주사율이 60Hz인 점은 단점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하단 베젤에 남는 공간이 많은데 16:10 디스플레이를 탑재해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조금 남더라고요. 내구성 때문에 베젤을 보강했다고는 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베젤 하단부에 충격이 갈 일은 잘 없을 텐데 말이죠.
[ 웹캠 & 마이크 ]
웹캠은 일반적인 720p 해상도에 별도의 카메라 차단 셔터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해외에서 판매되는 T15g 모델 중 일부는 안면인식 카메라 옵션도 있다고 하는데, 국내 모델에서는 아직 해당 옵션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마이크 품질도 화상회의 용도로 사용하기에 무리 없는 딱 평범한 수준입니다.
[ 스피커 ]
두꺼운 노트북에 상단 지향성 스피커라서 개인적으로 음질 부분을 조금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스피커를 배치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작은 유닛이 2개밖에 없고, 스피커 그릴도 대부분은 막혀있는 구조더라고요.
그래서인지 딱 일상 사용에 불편함은 없지만 특별함은 없는 음질 수준에 그쳤습니다. 이렇게 노트북을 크고 무겁게 만들거면 스피커 정도는 조금 더 신경 써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6. 성능 & 발열
"게임 용도가 아니니까 TGP가 낮은 것은 이해해도 CPU 쿨링이 부족해 보인다."
[ 전력 & 발열 프로파일 ]
게이밍 노트북의 관점에서 보면 무려 RTX3080이라는 스펙에 TGP(그래픽 전력)가 110W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게 느껴질거에요. 쿨링 설계가 좋은 게이밍 노트북은 RTX3060 수준에서도 TGP 130W까지도 올라가니까요. 하지만 워크스테이션의 특성상 순간적인 성능보다는 장기적으로 꾸준히 균일한 성능을 뽑아내는 것을 중시하고 TGP보다는 쿠다코어 개수, VRAM과 같은 하드웨어적인 요소가 더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그래서 TGP가 낮은 부분에 대해서는 딱히 단점이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CPU 쿨링 설계가 기대 이하라는 점은 워크스테이션 노트북의 특성상 매우 큰 단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나마 2kg 초반대의 경량형 모델이면 이해하겠는데, 씽크패드 T15g는 2.8kg나 나가는 헤비급 워크스테이션이잖아요? 온도를 위해서 의도적으로 전력과 클럭을 낮게 잡은 것도 아니고, 54W 상태에서도 코어 온도가 92도까지 올라가서 이건 추후 바이오스 패치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그냥 설계적인 한계라고 봐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정도 체급의 워크스테이션이면 CPU에 65W 이상은 여유있게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휴대성 떨어지는 체급인 만큼 무게가 100~200g 더 늘어나더라도 CPU 쿨링을 조금 더 보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CPU 성능 ]
그렇다고 해서 씽크패드 T15g의 CPU 성능이 몹쓸 수준인 것은 아닙니다. 인텔의 11세대 타이거레이크 CPU 시리즈가 아무리 평이 안 좋다고 해도 45W급 H프로세서는 잘 만들긴 했거든요. 그래서 어지간한 고사양 작업은 충분히 감당 가능하다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라이젠보다 멀티코어 성능이 약간 떨어지는 편이지만 그래도 싱글코어 성능은 확실히 인텔이 우위이기도 하고요.
다만 워크스테이션의 특성상 CPU 성능은 무조건 높을수록 좋기 때문에 i7-11800H의 성능을 100%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은 계속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 그래픽 성능 ]
벤치마크 점수만 놓고 보면 다소 실망스러운 편입니다. TGP가 130W로 설정된 RTX3070(어로스 15P) 모델과 점수가 엎치락뒤치락 하는 수준이더라고요. 보통 워크스테이션 노트북에 사용되는 쿼드로 그래픽은 VRAM이 높다는 것 외에도 낮은 전력 값에서 높은 OpenGL, OpenCL 점수가 나온다는 것이 장점인데 씽크패드 T15g는 단순히 VRAM만 보강된 RTX 그래픽 구성이라서 반쪽짜리 쿼드로 같은 느낌이 들긴 해요.
고사양 워크스테이션 작업에서 VRAM으로 인한 병목이 오지 않도록 구성은 하되, 성능적인 부분은 쿼드로 RTX5000 모델보다 조금 떨어지는 구성이라고나 할까요? 물론 RTX3080과 쿼드로 RTX5000 노트북은 가격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나름 합리적인 등가교환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워크스테이션 용도 한정)
[ 워크스테이션 성능 ]
워크스테이션 PC의 성능을 평가하는 SPEC Workstation 벤치마크 기준으로 보면 확실히 쿼드로 RTX5000 그래픽이 탑재 된 에이서 컨셉D7 프로 모델이 생명공학, 에너지 산업 GPU 점수 방면에서 월등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래도 RTX3080 특유의 깡 쿠다코어 성능 덕분에 단순 연산은 씽크패드 T15g가 우위였고요.
CPU는 i7 등급이라서 그런지 쿨링 설계가 잘된 라이젠9, 혹은 i9 등급의 노트북과 비교하면 CPU 점수가 조금 낮게 나왔습니다. CPU만 놓고 보자면 워크스테이션 등급이 아니라 일반 게이밍 노트북 등급이라고 봐도 되겠죠. 그렇기 때문에 씽크패드 T15g는 :
1) CPU 성능보다는 GPU 성능이 중요하고
2) 높은 VRAM이 요구되고
3) 단순 병렬 연산 작업
용도로 사용할 때 가장 좋은 효율을 보여준다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채굴?!)
[ 게임 성능 ]
아무리 TGP가 낮게 설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RTX3080 그래픽인 만큼 게임 성능도 제법 잘 나오는 편입니다. 물론 TGP가 높은 RTX3080 게이밍 노트북은 원활한 QHD 해상도 게이밍도 노려볼 수 있지만, TGP 110W로는 조금 불안할 것 같아요.
FHD 해상도 기준으로는 현존하는 모든 고사양 게임은 쾌적하게 구동 가능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만 CPU 쿨링 설계가 장기적인 부하를 견디기 적합하지 않아서 게임 구동 중에 코어 온도가 수시로 100도까지 올라가면서 순간적인 스로틀링 렉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CPU 점유율이 높은 게임에서는 하위 1% 프레임이 다소 낮게 나온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 바이오스 설정을 통해서 논옵티머스 모드가 지원이 되는 모델입니다.
게임 테스트는 옵티머스 모드 기준으로 진행됐다는 점 참고해주세요. **
[ 발열 & 소음 ]
이렇게 크고 두꺼운 노트북에서 전력이 낮게 잡혀있으면 당연히 소음이라도 적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건데... 최대 팬 소음이 52.8dB 정도로 생각보다는 큰 편입니다.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시끄러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지간한 게이밍 노트북 수준이라고 보셔도 될 정도예요. CPU 쿨링 설계만 조금 보강했어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 같은데 조금 아쉽습니다.
그래도 두꺼운 노트북이라서 그런지 키보드 표면으로는 발열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어요.
[ 저장소 성능 ]
기본 탑재된 SSD는 PCIe 4.0 세대 규격이더라고요. 덕분에 속도는 과분할 정도로 빠릅니다. 참고로 내부에 m.2 SSD 슬롯은 총 3개인데, 그 중 1개만 PCIe 4.0 세대이고 나머지는 PCIe 3.0 세대인 것 같더라고요. 솔직히 아무리 고사양 워크스테이션 용도라고 하더라도 아직까지는 PCIe 3.0 세대 SSD 속도도 충분하다는 생각이긴 합니다.
SD카드 슬롯도 90MB/s 내외라서 동영상 편집 시 4K 파일 전송 용도로 사용하기에도 문제 없었습니다.
7. 배터리
"기대했던 것보다는 배터리가 오래 버텨주긴 했다. 그런데 PD충전 호환이 잘 안되네?"
[ 배터리 지속력 ]
애초에 무거운 고사양 노트북이라서 배터리가 오래 버틸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성능을 "배터리 효율" 모드로 설정하고 가벼운 인터넷 서핑, 블로그 편집 작업만 할 경우 나름 5시간 정도 사용할 수는 있더라고요. 당연히 고사양 작업이나 게임을 구동하면 배터리가 1시간 정도면 방전되지만요.
가끔 급할 때에는 잠깐 배터리 상태로 사용은 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항상 충전기를 연결해서 사용하는 기기라고 생각하시면 편할 것 같습니다.
[ 충전기 ]
기본 충전기는 230W 규격입니다. RTX3080 노트북이면 기본적으로 300W 이상의 충전기가 필요할 것 같은데, 씽크패드 T15g는 CPU와 GPU의 기본 설정 전력이 낮다 보니 230W로도 충분한 것 같네요. 모든 고사양 노트북이 그렇듯이, 충전기도 제법 크고 무겁기 때문에 휴대성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가벼운 PD 충전기로 어떻게든 보완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직접 테스트해보니 제가 보유한 30W, 45W, 65W, 100W PD 충전기가 모두 인식이 안되더라고요. 썬더볼트4 포트와 일반 USB-C 포트에도 모두 연결해봤는데 결과가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무래도 레노버 노트북들이 PD 충전 규격을 조금 까다롭게 따지는데, 씽크패드 T15g는 5A 규격 외의 충전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많은 종류의 충전기가 호환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 호환되지 않은 PD충전기 목록 **
주연테크 캐리밥 30W / 주연테크 GaN 45W
베이서스 GaN 65W
삼성 GaN 65W
클레버 타키온 100W
8. 총평
대부분의 일반 사용자들은 씽크패드 T15g 모델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일반 소비자들을 위한 제품이 아니기도 하고요.
하이엔드 워크스테이션 수준의 노트북이 필요한데, 쿼드로 RTX5000급 모델의 가격이 부담스러운 분들에게는 생각보다 씽크패드 T15g 모델이 가성비 좋은 선택지로 느껴지지 않을까 싶었어요. 어찌 됐건 고사양 워크스테이션에서 요구되는 넉넉한 램, SSD 확장성과 높은 VRAM 스펙을 모두 충족하긴 하니까요. 이런 구성의 워크스테이션 노트북들이 최소 500만원 이상, 비싸면 1000만원 전후까지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씽크북 T15g의 370만원이라는 가격표가 조금 다르게 느껴지긴 합니다.
다만 이런 하이엔드 모바일 워크스테이션이 필요한지에 대한 판단은 개인이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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