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씽크패드 X1 익스트림 시리즈를 매우 좋아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실사용했던 노트북 중에서 씽크패드 X1 익스트림 1세대 모델이 가장 만족도가 높았다고 자주 언급했을 정도니까요.
이후에 출시됐던 씽크패드 X1 익스트림 2세대, 3세대 모델들은 CPU와 GPU 세대교체 정도를 제외하면 내부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었는데, 이번에 새로 공개된 4세대 모델에서는 디스플레이, 스피커, 키보드, 쿨링 설계 등 다양한 방면에서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국내 레노버 홈페이지에서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커스텀 사양(CTO)으로 8월에 주문했었는데... 3개월이나 지나서야 제품을 받게 됐네요. 기대도 컸고, 기다림도 길었던 제 최애 노트북인 씽크패드 X1 익스트림 4세대 리뷰, 한번 같이 보시죠.
[ 요약 ]
[ 좋아요 ] 휴대성 / 확장성 디스플레이 / 스피커 마감 논 옵티머스 지원 |
[ 싫어요 ] 타건감 너프 비싼 가격 웹캠 화질 까다로운 PD충전 규격 |
[ 한줄평 ]
여전히 고급스러운 마감에 준수한 휴대성과 성능의 환상적인 밸런스를 보여준다. 하지만 요즘은 보다 저렴한 대안이 많아져서 예전과 같은 압도적인 존재감은 퇴색된 느낌
리뷰 제품은 직접 구매했습니다. 외부 간섭 없는 독립적인 리뷰임을 밝힙니다.
[ 목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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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펙 & 가격
"스펙만 생각하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다. 노트북의 성능 외적인 완성도를 위해 얼마나 투자할 의향이 있는지에 따라 구매 만족도가 달라질 것"
[ 스펙 평가 ]
260만원이나 하는 노트북이 램 8GB에 SSD 256GB라고 하니까 조금 당황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리뷰를 작성하는 시점(11월 8일) 기준, 씽크패드 X1 익스트림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커스텀 사양으로만 주문할 수가 있고, 저는 그냥 램과 SSD는 추가로 장착해서 사용할 생각으로 가장 기본 옵션으로 구매했다는 점 참고해주시면 되겠습니다.
GPU는 RTX3050Ti부터 RTX3080까지 선택이 가능하지만, CPU 사양에 따라서 선택할 수 있는 GPU 스펙이 달라집니다. 예컨대, RTX3080 모델을 원한다면 CPU도 강제로 i9을 선택해야 하는 방식이죠. 그리고 RTX3050Ti 사양은 쿨링 구조가 히트파이프+듀얼 쿨링팬인 반면, RTX3060~3080 사양은 베이퍼 체임버가 추가되는 대신 무게가 150g 정도 증가한다는 점도 염두에 두고 선택을 해야 합니다. (판매 페이지에는 해당 사실이 명확히 명시되지 않음)
하지만 저는 RTX3050Ti 정도의 성능으로도 제가 원하는 게임이나 동영상 편집도 충분히 구동할 수 있고, 아무리 베이퍼체임버가 추가돼도 씽크패드 X1 익스트림이 고사양 GPU의 전력을 제대로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만약 RTX3060 이상의 사양으로 구성하고자 한다면, 게임 성능 향상에 기대하기보다는 편집 작업에 필요한 VRAM이 더 높은 GPU를 구매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시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원래 씽크패드 X1 익스트림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CTO로 구매할 경우 LTE 모듈이나 우븐 카본 상판 디자인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 국내 주문 페이지에서는 선택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세부 옵션 선택은 추후 오픈마켓 물량이 풀리기 시작하면 달라질 수 있으니 현재 이렇다 정도로만 참고해주세요.
[ 가격 평가 ]
과거에는 델의 XPS15와 씽크패드 X1 익스트림 정도를 제외하면 휴대성 좋은 고사양 노트북 선택지가 제한적이었지만, 요즘은 비교적 저렴한 RTX3050급 크리에이터 노트북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가격 대 성능"만 따지자면 씽크패드 X1 익스트림보다는 에이수스 비보북 프로, 델 인스피론 15, 레노버 아이디어패드 슬림5 프로 같은 제품을 고려해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노트북을 구매할 때 디자인, 재질, 마감, 디스플레이 같은 세부적인 요소를 타협하기 싫다면 비싼 가격에 프리미엄급 제품으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씽크패드 X1 익스트림은 델의 XPS 시리즈처럼 "감성"적인 측면에서 접근하지 않는 이상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격이 비싼 편입니다. 이 "감성"을 위한 추가 비용이 가치 있는지는 구매자 개인이 판단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공식 홈페이지에서 CTO로 구매를 하고자 한다면, "JNTECH" 쿠폰을 사용하시면 추가 할인을 받을 수 있으니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추후 11번가나 지마켓 같은 오픈마켓에 씽크패드 X1 익스트림이 풀리게 되면 가격이 더 저렴해질 수 있으니 꼭 공식 홈페이지의 CTO 가격과 비교한 후 구매 결정을 내려주시고요.
2. 외관 & 연결성
"씽크패드 디자인은 호불호가 강한 편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극호"
[ 디자인 ]
사실 노트북 마니아가 아닌 이상 씽크패드 시리즈는 이전 세대와 신형의 디자인 차이점을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그만큼 씽크패드 시리즈는 35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정갈한 검은색 외형에 빨간색 포인트 색상이라는 정체성에 변화가 없었어요. 누군가에게는 이런 점이 "클래식"한 매력이 될 수도 있을 수도, 식상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죠. 저는 개인적으로 "핏이 딱 맞는 정장을 입은 느낌" 때문에 씽크패드 특유의 디자인을 좋아합니다.
맥북 시리즈는 뭔가 정밀 기기로 알루미늄을 성형한 느낌이라면 씽크패드 X1 시리즈는 뭐랄까... 완벽하게 재단된 맞춤 양복을 보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참고로 이번 신형 4세대 모델이 3세대와 비교해서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정리해보자면 :
1) 디스플레이가 16:9에서 16:10으로 바뀌면서 크기가 조금 더 커졌다. (무게도 100g 정도 증가)
2) 스피커 그릴이 키보드 옆으로 올라옴 (기존에는 하단 지향성)
3) 상판에 Lenovo 로고 각인이 추가
정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다 괜찮은데, 씽크패드 최상위 X1 라인업에 Lenovo 추노각인은 조금 아니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 휴대성 ]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GTX1650Ti, 혹은 RTX3050Ti급 노트북이 1.8kg 정도라고 하면 말도 안 될 정도로 가벼웠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쟁 제조사들은 물론, 레노버도 스스로 팀킬 각이 나오는 고성능 경량 모델들(씽크북 16P, 아이디어패드 슬림5 프로 등)이 많이 출시되면서 씽크패드 X1 익스트림의 휴대성이 과거와 같이 독보적이라는 느낌이 들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45W급 H프로세서, RTX급 그래픽, 90Wh 대용량 배터리에 16인치 디스플레이 노트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휴대성은 상당히 좋다고 평가할 수는 있겠죠.
[ 연결성 ]
보통 고성능 노트북 중 경량 모델들은 포트 구성이 부실한 경우가 많은데, 씽크패드 X1 익스트림은 측면 배기구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포트 개수가 넉넉한 편입니다. 넉넉한 USB 포트들은 물론, HDMI, SD카드 슬롯, 켄싱턴 락까지 있으니 동글 없이도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죠.
그런데 여기에서 살짝 딴지를 걸자면, 나름 씽크패드 X1 시리즈 중 최상위 모델인데 USB-A 3.2 Gen2x2나 HDMI 2.1 같은 최신 규격을 넣어줬어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듭니다. 뭐 그래도 USB-C가 40Gbps까지 지원되는 썬더볼트 규격이니 확장 허브를 사용하면 해결 가능한 문제이긴 하지만요.
그리고 USB-C 썬더볼트는 PD 충전이 지원되긴 하는데, 100W 규격이 아니면 충전 지원이 안 되더라고요. 제가 45W, 65W PD 충전기를 모두 사용해봤는데 충전이 되지 않아서 공식 홈페이지에 문의했더니 상담원도 PD 충전이 지원되지 않는 것으로 안내를 해줘서 저도 충격을 받았었는데 5A 규격의 100W 충전기를 추가로 구매해서 연결해보니 다행히 인식이 됐습니다. (제가 사용한 충전기 / 케이블 구매 링크)
3. 내구성 & 내부구조
"고급스럽고 튼튼하다. 심지어 하판 분해도 매우 쉬운 편"
[ 결합부 & 마감 ]
보통 프리미엄 제품군은 성능도 성능이지만, 깔끔한 마감과 완성도 때문에 구매하는 경우가 많죠. 씽크패드 X1 익스트림도 정말 군더더기 없는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기기 어디를 만져봐도 단차나 뒤틀림 따위는 발견할 수가 없었고, 손에 느껴지는 감촉도 탄탄함과 부드러움의 조화를 잘 갖추고 있어서 "고급스러운" 느낌이 잘 전달됩니다.
사실 이게 사진으로만 보면 저가형 씽크패드 E시리즈나 프리미엄 씽크패드 X1 시리즈나 차이점이 뭔지 잘 느껴지지 않는데, 직접 한번 만져봐야 이해가 되는 요소라고 생각해요. 저도 과거에는 씽크패드 X1 시리즈가 쓸데없이 비싸기만 한 허세 아이템이라고 생각했지만 직접 사용해보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됐으니까요.
[ 재질 & 강성 ]
씽크패드 X1 익스트림은 마그네슘에 카본 섬유를 덧입힌 구성입니다. 카본 섬유는 무게 대비 강성과 유연성이 뛰어나고 열전도나 소음 투과율이 낮아서 노트북에서는 상당히 고급으로 쳐주는 재질이에요. 단점이라고 한다면 카본 섬유의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겠죠. 그 비싸다는 델의 XPS 시리즈도 팜레스트에만 카본 섬유를 사용하고 상판과 하판은 알루미늄을 사용할 정도니... 이렇게 외부를 모두 카본 섬유로 뒤덮은 노트북은 정말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실제로 제가 씽크패드 카본 시리즈를 오래 사용했을 때에도 유난히 찍힘이나 긁힘에 강하다고 느꼈어요. 일상적인 생활에서의 손상에 민감하신 분들에게는 특히 큰 매력 포인트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굳이 아쉬운 점이라고 한다면, 카본 재질의 특성상 지문이 잘 묻는다는 점인데, 이것 역시 패턴이 새겨진 우븐 파이버 상판 옵션을 선택하면 많이 방지할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아직 국내에서 구매할 때에는 우븐 파이버 상판 옵션을 선택할 수가 없지만요. (일반 카본 vs 우븐 카본 상판 비교)
[ 내부 설계 & 확장성 ]
난이도 | 나사 개수 | 나사 규격 | 봉인 씰 | 분해 시작점 |
매우 쉬움 | 7 | 십자 PH-01 | 없음 | 힌지 사이 |
씽크패드 X1 시리즈는 초보자도 손쉽게 조작이 가능할 정도로 하판 분해가 쉽습니다. 나사는 모두 분실 방지 처리가 되어 있어서 나사를 잃어버릴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나사만 모두 풀어주면 손으로도 간단하게 하판 분리가 가능한 구조예요. 분해가 쉬우면서도 결합부 단차가 없이 균일하게 마감이 되어있다는 점도 개인적으로 신기했어요.
내부는 2개의 히트파이프와 쿨링팬이 보입니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쿨링 설계도 충분했다고 평가했겠지만, 요즘은 인텔 11세대 타이거레이크 CPU와 RTX3000번대 그래픽의 발열이 상당한 편이라서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긴 하죠. RTX3060 사양으로 구매할 경우 여기에 추가로 베이퍼 체임버가 달려서 나온다고 하니까 쿨링 성능이 조금 더 낫긴 합니다.
경량 고성능 노트북 치고는 드물게 2개의 soDIMM 램 슬롯과 m.2 SSD 슬롯이 있어서 확장성도 좋습니다. 왼쪽에 추가로 m.2 슬롯 같은 것이 보이는데, LTE 모델을 선택할 경우 무선 WWAN 카드가 설치되는 곳이에요.
↑ 호환 램 / SSD 구매 링크
4. 키보드 & 트랙패드
"과거 씽크패드 시리즈의 자랑이던 키보드 타건감이 심하게 너프 먹었다"
[ 타건감 ]
원래 씽크패드 시리즈의 상징 중 하나가 바로 우월한 키보드 타건감이었죠. 어지간한 데스크탑용 펜타그래프 키보드보다 타건감이 좋아서 씽크패드 노트북의 타건감과 유사한 블루투스 키보드 제품마저 등장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2021년형 씽크패드 X1 시리즈는 키보드의 스트로크 깊이가 얕아지고 키캡 재질도 기존보다 얇아져서 타건감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물론 일반적인 상급 노트북 기종과 비교하면 여전히 나쁜 수준은 아니지만, 프리미엄 제품군 중에서도 타건감만큼은 압도적으로 좋던 시절의 느낌은 절대 아니에요.
아마도 디스플레이가 커지면서 늘어난 무게를 최대한 줄여보기 위해서 키보드에서 힘을 조금 뺀 것이 아닐까 싶은데... 개인적으로 노트북의 무게가 70~80g 정도 늘어나더라도 키보드만큼은 그대로 유지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게이밍 노트북이 아니라서 당연할 수도 있지만, 무한 동시 입력은 지원되지 않는 키보드입니다.
[ 키 배열 & 백라이트 ]
키 배열은 정석적인 텐키리스 씽크패드 배열입니다. 저는 넘버패드가 없는 배열도 좋아하지만, 이 부분에서 조금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을 것 같긴 하네요. 일반적인 키보드와 달리 왼쪽 Ctrl과 Fn 위치가 서로 바뀐 형태인데, Lenovo Commercial Vantage 앱을 통해서 두 키의 기능을 서로 바꿔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노트북에서는 상단 F열 사이에 공간 구분이 되어있지 않은데, 씽크패드 시리즈는 F1~F4 / F5~F8 / F9~F12가 키 4개 단위로 나뉘어 있어서 촉감만으로 원하는 키의 위치를 찾기가 쉽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백라이트도 키캡을 지나치게 투과하지 않으면서 키캡 주변을 은은하게 밝혀주는 형태라 어두운 장소에서 사용해도 눈에 부담이 되지 않더라고요.
방향키 바로 위에 Pg Up/Dn 버튼이 있어서 실수로 누르지 않을까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 하단 방향키에 돌기가 있어서 촉감만으로도 쉽게 구분이 되기 때문에 의외로 그런 일은 잘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 트랙패드 & 지문인식 ]
트랙패드는 위에 부착된 별도의 클릭 버튼 때문에 면적이 약간 작은 편이지만, 조작감 자체는 매우 좋습니다. 표면 재질도 부드럽고 정확도나 클릭 품질, 균일도 모두 만족스러웠어요. 트랙패드 사용에 익숙하다면 마우스 없이도 대부분 작업을 하는 데 불편함이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소위 "빨콩"이라고 부르는 트랙포인트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데, 저도 과거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씽크패드 X1 시리즈를 오래 사용하다 보니 간단한 커서 움직임 정도는 키보드에서 손을 떼지 않고 조작할 수 있어서 가끔은 쓰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트랙포인트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특별히 타자에 방해가 되거나 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냥 디자인 포인트라고 생각하셔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름 씽크패드의 상징 중 하나니까요.
지문인식 센서는 전원 버튼에 내장되어 있고, 인식률이나 동작 속도 모두 문제없었습니다.
5. 디스플레이 & 사운드
"굳이 4K로 갈 것도 없이 기본 QHD 디스플레이도 훌륭하다. 스피커도 상단 지향성으로 바뀌면서 품질이 많이 개선됐다"
[ 힌지 ]
프리미엄 노트북답게 디스플레이 힌지의 마찰 밸런스, 고정력, 개방 각도 모두 흠잡을 요소가 없습니다. 한 손으로 디스플레이를 열 수 있었고, 격하게 타자를 칠 때에도 디스플레이가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잘 고정되어 있습니다. 보통 디스플레이 고정이 잘 되는 힌지는 뻑뻑하고, 잘 열리는 구조면 고정력이 약한 경우가 많은데 이 밸런스가 딱 잘 잡혀 있는 것 같아요.
디스플레이 개방도 180도까지 가능해서 어떤 상황에서도 원하는 각도로 거치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색역 & 밝기 ]
스펙시트에 최대 밝기가 400nits라고 기재되어 있긴 한데, 제가 측정할 때에는 350nits 정도까지밖에 올라가지 않더라고요. 약간 아쉬운 기분이 들긴 하지만, 실제로 사용해보면 350nits 밝기에 저반사 패널이면 어지간한 환경에서 사용하기에 불편함이 없는 수준이긴 합니다.
색역은 흔히 볼 수 있는 sRGB 100%급인데, QHD 해상도에 16:10 비율이고 색 대비도 1200:1로, 일반적인 sRGB 100% 디스플레이보다 더 높기 때문에 좋은 디스플레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대부분 노트북 디스플레이는 색 대비 800:1 수준) CTO로 구매할 경우 Adobe RGB 100%, 최대 밝기 600nits 4K 디스플레이나 터치 옵션 선택이 가능하긴 한데, 대부분 사용자라면 글쎄요... 기본 QHD 옵션으로도 차고 넘친다고 생각해요.
다만 개인적으로 주사율은 90Hz 정도 넣어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긴 합니다. 게임 용도의 노트북이 아니지만, 요즘은 인터페이스를 부드럽게 즐기는 용도로 고급 사무용 노트북에도 90~120Hz 디스플레이도 종종 달아주긴 하니까요. 씽크패드 X1 익스트림 정도의 가격대면 충분히 요구할 수 있는 항목이지 않나요? (맥북 프로도 해주는데)
[ 웹캠 & 마이크 ]
씽크패드 X1 익스트림의 웹캠은 분명 1080p FHD 해상도인데, 막상 직접 사용해보면 화질이 크게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맥북 에어의 720p 웹캠보다도 훨씬 못한 화질이라서 간단한 화상회의 외의 목적으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여요.
솔직히 노트북의 웹캠에서 엄청난 품질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 웹캠 해상도가 좋아졌다고 해서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있어서인지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내장 마이크는 품질이 제법 좋아서 화상회의 중 음성 전달력은 좋다는 것이에요.
참고로 씽크패드 X1 익스트림의 기본형 모델은 웹캠에 안면인식 카메라가 없는데, 저는 CTO로 구매할 때 IR 안면인식 카메라를 추가했습니다. (옵션 비용 약 16,000원 정도) 안면인식 로그인 기능은 인식률이나 반응 속도 모두 만족스러웠어요.
[ 스피커 ]
원래 씽크패드 X1 익스트림 시리즈는 스피커가 하판 양쪽에 달려있었습니다. 스피커 품질은 그냥 딱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평범한 수준이었죠. 그런데 이번 4세대 모델부터는 스피커가 키보드 양옆으로 옮겨져서 상단 지향성으로 설계가 조금 바뀌었습니다.
단순히 스피커가 사용자를 향하고 있는 탓인지, 아니면 스피커 드라이버 자체도 좋아진 탓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덕분에 스피커 품질은 과거보다 확실히 많이 좋아졌다는 것이 체감될 정도였어요. 제가 최근에 사용했던 윈도우 노트북 중에서는 거의 최상급에 속하는 수준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6. 성능 & 발열
"체급 대비 성능 유지력은 준수한 편. 내부 온도가 상당히 높게 유지되지만, 카본 재질 덕분에 표면으로 많이 전달되지는 않는다"
따로 명시하지 않은 이상 모든 테스트는 충전기가 연결된 상태에서 "극한 성능 모드"로 진행했습니다.
[ 전력 & 발열 프로파일 ]
씽크패드 X1 익스트림은 나름 고사양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노트북의 두께와 포트 배치 때문에 측면 배기를 활용하지 않고 하판 흡기를 하고 힌지 사이로 열이 배출되는 전통적인 설계입니다. 나름 두꺼운 히트싱크와 고급 쿨링팬을 사용하긴 했지만, 이 설계에서 오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긴 하죠.
그래서 노트북이 유지 가능한 전력이 일반적인 두꺼운 게이밍, 혹은 크리에이터 노트북보다 살짝 낮은 편입니다. 보통 게이밍 노트북들은 CPU 65W / GPU 65~80W까지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CPU의 클럭이 높아지면 내부 코어 온도가 95도 이상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발열에 예민하신 분들에게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을 거예요.
RTX3060 이상의 사양으로 구매하면 베이퍼 체임버가 추가되면서 쿨링 성능이 조금 더 개선되겠지만, 무게도 150g 정도 늘어나니까 일장일단이 있는 선택이라고 볼 수 있겠죠. 노트북의 두께와 무게를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결과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리 비싼 노트북이어도 경량화에는 분명히 성능, 발열 방면에서 대가가 뒤따른다는 점은 꼭 인지하고 계셔야 할 것 같습니다.
[ CPU 성능 ]
다행히도 씽크패드 X1 익스트림의 발열 설계로도 인텔의 11세대 타이거레이크 CPU의 성능을 준수하게 뽑아낼 수 있을 정도의 전력은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에요. Cinebench R23 기준으로 보면 어지간한 R7-5800H 노트북과 멀티코어 점수는 비슷하고 싱글코어 성능은 살짝 앞서는 수준입니다.
인텔의 11세대 타이거레이크 CPU가 저전력 모델에서는 라이젠보다 밀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45W 이상 등급의 H프로세서 시리즈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네요. 개인적으로 이 정도면 제가 씽크패드 X1 익스트림에서 기대했던 성능을 상회한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 그래픽 성능 ]
게임 성능을 간접적으로 대변하는 3D Mark TimeSpy(타임스파이) 점수는 일반적인 RTX3050Ti 노트북 중에서 평균적인 수준으로 보입니다. 보다 쿨링 성능이 좋아서 그래픽 전력(TGP)이 높게 잡힌 모델에서는 조금 더 높은 성능을 기대해볼 수 있겠지만, RTX3050Ti 그래픽 자체가 연산 코어나 VRAM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에 큰 차이가 나지는 않을 거예요.
고사양 게임을 즐길 계획이 있으시다면 확실히 RTX3060과는 차이가 많이 나서 조금 아쉽게 느껴질 수는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요즘 RTX3050Ti로도 성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굳이 RTX3060 사양을 선택하지 않긴 했지만요.
그래픽이나 영상 편집 작업에서 주로 활용되는 OpenCL이나 CUDA 가속 성능은 인텔 CPU가 탑재된 모델이 조금 더 점수가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씽크패드 X1 익스트림의 하드웨어 가속 성능 점수도 3D Mark와 마찬가지로 RTX3050Ti 중에서는 표준이지만 RTX3060과 비교하면 아쉬운 수준이라고 보시면 되겠네요.
영상 편집 작업 기준으로 말씀드리자면, RTX3050Ti 사양으로 저희 채널에 업로드하는 유튜브 영상 4K 원본 파일 작업도 큰 무리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이펙트를 추가하거나 4K 원본 해상도로 타임라인 스크러빙 작업을 자주 한다면 확실히 RTX3060이 조금 더 쾌적하다고는 체감이 될 수준이긴 하니까 본인의 작업량에 따라서 사양을 결정하는 것을 추천드릴게요.
[ 게임 성능 ]
게임 | 옵션 | 평균 FPS | 최대 FPS | 하위1% FPS |
오버워치 | QHD / 매우높음 | 74 | 85 | 53 |
FHD / 매우높음 | 124 | 148 | 82 | |
DJ Max | QHD | 149 | 154 | 94 |
로스트아크 - 카던 | QHD / 상 | 53 | 61 | 32 |
디아블로2 레저렉션 | QHD / 매우높음 | 36 | 40 | 27 |
FHD / 높음 | 58 | 65 | 30 | |
GTA5 | QHD / 매우높음 | 75 | 96 | 47 |
배틀그라운드 - 훈련장 | FHD / 울트라 | 97 | 120 | 64 |
AC 오디세이 | FHD / 보통 | 60 | 72 | 39 |
게임을 구동할 때에는 엔비디아 다이나믹 부스트 기능 덕분에 CPU의 부하가 낮을 때 GPU에 전력을 몰아주게 됩니다. 그래서 가끔 GPU의 전력을 대체로 30~53W까지 활용하면서 게임 프레임은 스펙 대비 나쁘지 않게 뽑아주는 것 같아요.
요구 사양이 높은 AAA급 게임은 해상도와 그래픽 옵션을 조금 낮춰야 하지만, GTA5나 오버워치 같은 중저사양 타이틀은 60프레임 방어를 목표로 한다면 충분히 QHD 해상도로도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이 요즘 궁금해하시는 디아블로2 레저렉션은 FHD + 높음 그래픽 옵션 조합으로 무난하게 플레이할 수 있었어요.
[ 발열 & 소음 ]
CPU를 극한으로 몰아붙이면 내부 코어 온도가 95도 이상으로 올라가긴 하지만, 열전도가 잘 안 되는 카본 섬유의 특성 때문인지 키보드 표면으로 올라오는 열은 생각보다 높지 않았습니다. WASD 키 주변은 최대 38~40도 / 키보드 중앙 상단이 최대 43도 정도니까 게임 플레이 중에도 미지근~뜨뜻하다 정도로 느껴진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일반적인 문서, 인터넷 서핑 작업 중에는 거의 발열이 없고요.
팬 소음도 극한 성능 모드에서 CPU와 GPU를 100% 상태로 구동하면 51.1dB로, 대부분의 게이밍 노트북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가긴 해요. 그래도 지능형 냉각 모드로 구동하면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 수준이니까 취향에 따라 설정을 해서 사용하면 되긴 합니다. 배터리 효율 성능 모드로 설정하고 가벼운 작업만 한다면 팬은 거의 돌지 않으니 조용한 환경에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저장소 성능 ]
제가 주문한 모델은 거의 기본 옵션 수준이라서 PCIe3 세대의 256GB SSD가 달려있었습니다. SSD 테스트에서 연속 읽기/쓰기 속도가 2000~3000MB/s 정도면 나쁘지 않은 편이긴 한데, m.2 슬롯 자체는 PCIe4 세대도 지원이 되니까 더 빠른 속도를 원하신다면 구매할 때 옵션으로 선택을 하시거나 추가로 SSD를 구매해서 설치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저는 아직 PCIe3 NVMe 속도로도 차고 넘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욕심내지는 않았어요.
SD카드 슬롯도 90MB/s 속도가 지원되기 때문에 4K 동영상을 옮기는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7. 배터리
"고사양 작업을 하지 않는다면 저전력 울트라북 수준으로 배터리가 오래 버텨준다"
[ 배터리 지속력 ]
45W급 H프로세서 중에서는 아무래도 라이젠이 인텔 타이거레이크 CPU보다 배터리 효율이 좋은 편인데, 씽크패드 X1 익스트림은 90Wh라는 무식한 배터리 용량을 앞세워서 제법 오래 버텨주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테스트 환경은 화면 밝기 약 300nits에 배터리 효율 성능 모드를 기준으로 했는데, 가벼운 텍스트 작업 위주로만 사용한다면 거의 7시간까지 버텨주더라고요.
이 정도면 어지간한 경량 저전력 노트북과 비슷한 수준이라서 외출할 때 고사양 작업을 할 계획이 없다면 충전기 없이도 휴대하고 다닐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 충전기 ]
과거 GTX1050~1650 시절의 씽크패드 X1 익스트림은 125W 충전기를 사용했는데, 이번에는 175W로 규격이 조금 높아졌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충전기 크기나 무게도 조금 늘긴 했지만 육중한 게이밍 노트북 충전기들과 비교하면 휴대성이 나쁘지는 않은 편입니다.
USB-C PD 충전도 지원이 되긴 하는데, 앞서 설명해 드렸다시피 휴대성이 좋은 45~65W급 충전기로는 충전이 되지 않습니다. 꼭 5A / 100W 규격을 사용해야 하는데, 100W급 PD 충전기는 대체로 가격도 비싸고 상대적으로 크기도 더 크기 때문에 약간 아쉽긴 해요.
[ 배터리 상태에서의 성능 차이 ]
CPU 성능은 충전기 연결 상태와 배터리 상태에서 차이가 크게 나지 않습니다. Cinebench R23 점수 기준으로 보면 거의 표준오차 범위 내라고 볼 수 있을 정도죠.
그런데 그래픽 성능은 약 30% 정도로 차이가 제법 많이 나기 때문에 고사양 작업이나 게임을 구동할 때에는 꼭 충전기를 연결해서 사용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8. 소프트웨어 & 기타
"바이오스 메뉴와 노트북 관리 프로그램은 상당히 직관적이어서 사용하기 편하다. 더욱 세부적인 전력, 팬 속도 조절이 가능했으면 완벽했을 듯"
[ 바이오스 메뉴 ]
비즈니스 노트북들은 대체로 바이오스에서 설정할 수 있는 기능들이 많습니다. 씽크패드 X1 익스트림도 보안, 가상화, 전력 설정과 관련된 기능들이 폭넓게 있어서 바이오스 설정까지 세세하게 세팅하는 분들은 충분히 만족스럽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의외로 디스플레이를 외장 GPU에 연결할지, 내장그래픽에 연결할지를 선택할 수 있는 논옵티머스 전환 기능이 있는데, 이 설정이 바이오스 메뉴에 숨겨져 있다는 점은 참고해주셔야 할 거 같아요. 노트북을 논옵티머스 모드로 사용하면 내장그래픽과의 충돌을 피할 수 있고 그래픽 성능이 조금 더 좋아지는 대신 배터리 지속시간이 짧아지니까 취향에 따라서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 컨트롤러 소프트웨어 ]
Lenovo Vantage 앱은 노트북 성능 모드 변경, 배터리 충전 제한, 드라이버 자동 업데이트 등 다양한 기능을 지원합니다. 가끔 한국어 번역이 이상하게 된 문구도 있긴 하지만 인터페이스 자체는 직관적이고 깔끔한 편이긴 해요. 노트북의 드라이버 설치나 세부 설정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큰 문제없이 쉽게 적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윈도우11 지원 여부 ]
9. 총평
씽크패드 X1 익스트림은 여전히 큰 단점이 없는 올라운더 노트북 중 여러 방면에서 만족도가 높은 모델입니다. 나름 고사양 하드웨어에 얇은 두께, 준수한 휴대성에 최상급 마감과 내구성을 자랑하니까요. 개인적으로 상판에 Lenovo 각인이 추가된 것과 키보드 타건감이 조금 안 좋아진 것이 조금 아쉽지만, 디스플레이, 스피커가 크게 개선됐으니 종합적으로는 이전 세대보다 좋아졌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금액만 놓고 보자면 RTX3070 노트북도 살 수 있는 돈으로 RTX3050Ti 모델을 구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성비는 매우 떨어진다고 볼 수 있겠죠. 사용자에 따라 휴대성이 중요하지 않다면 성능이 훨씬 좋은 노트북(리전5프로, ROG Strix 등)을 구매할 수도 있을 것이고, 내구성이나 마감을 타협할 수 있다면 훨씬 더 저렴한 대안(씽크북16P, 비보북 프로 등)이 많을 거예요.
그래서 씽크패드 X1 익스트림은 전자기기를 구매할 때 항상 최고급을 고집하는 분들, 혹은 가성비보다는 "가심비"를 중요시하는 분들에게 어울리는 제품이 아닐까 싶어요. 이런 구성을 위해서 비싼 금액을 지불할 것인지는 개인의 선택에 달린 것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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